박주영(24, AS 모나코)은 그동안 언론에서 '축구 천재'로 불렸던 선수입니다. 지난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U-20) 결승전에서 중국 수비수 5명을 농락하는 개인기로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 결정타가 되어 한국 축구 최고 공격수의 계보를 이을 천재로 주목받게 된 것이죠.
하지만 박주영 본인은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슬럼프를 부담스러워 하면서 축구 천재로 불리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축구팬들 반응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축구 천재는 메시, 호날두, 카카 같은 선수들에게 붙는 별명이지 박주영은 아니다. 박주영이 축구 천재로 불리는 것은 오히려 본인을 부담스럽게 한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었으며 포털에서 '축구 천재 박주영'이라는 내용이 담긴 기사가 뜰 때마다 이를 반박하는 형식의 댓글이 주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축구팬들은 박주영을 향해 새로운 별명을 붙였습니다. 바로 '박선생'과 '박코치' 입니다. 아직은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이지만 점차 쓰임새가 늘어나면서 '축구 천재'를 대체할 수 있는 별명이 등장했죠. 실제로 유명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박주영이라는 이름 대신에 박선생과 박코치로 불리고 있습니다. 팬들도 그가 축구 천재로 불이지 않기를 원했던 터라, 박선생과 박코치라는 별명이 친숙하게 느껴졌던 겁니다. 야구팬들이 김태균과 이범호라는 이름 보다 김별명, 꽃범호라고 부르는 것 처럼 말입니다.
박주영이 박선생과 박코치로 불리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모나코의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컵대회를 포함한 28경기에서 27번이나 선발 출전했었죠. 이는 히카르두 고메스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기량을 확실히 인정 받은 선수이자 모나코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부 팬들은 '박주영이 골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합니다. 올 시즌 28경기에서 3골에 그쳤던 것이 그 이유죠. 그러고도 박주영이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것은 골잡이의 면모보다는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이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박주영의 경기를 보면, 골을 노리기 보다는 자신의 감각적인 패스와 문전 돌파를 앞세워 동료 선수들을 활용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는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팀내 득점 1위(9골)를 기록중인 알렉산드레 리카타는 지난해 11월 6일 프랑스 일간지 <니스마탱>을 통해 "박주영은 이타적인 선수다. 모든 방향에서 좋은 콜을 해주는 것은 물론 패스도 좋다"며 자신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박주영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리카타는 팀내 득점 2위(6골)인 프레데릭 니마니와 더불어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최근 박주영-피노' 투톱의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리카타와 니마니 같은 정적인 선수보다는 박주영과 후안 파블로 피노 같은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를 즐기는 공격수들이 팀에서 확실하게 인정받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모나코의 전력과 연관이 깊습니다. 모나코의 취약지점인 미드필더진에서는 섬세한 경기 전개와 절호의 공격 기회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좋은 선수가 없기 때문에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렇다보니 모나코의 공격 패턴이 단조로울 수 밖에 없었으며 포백에서 공격진으로 향하는 롱패스 또한 많았습니다. 프리미어리그처럼 화끈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했던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모나코 경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히카르두 감독은 이러한 단점을 만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박주영을 4-4-2의 오른쪽 윙어,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활용하면서 공격력의 문제점을 만회할 수 있는 실험을 몇 차례 했습니다. 이는 플레이메이커 기질이 강한 박주영의 공격력을 최대화 시키기 위한 의도였죠. 4-4-2에서는 실패로 끝났지만 4-3-3을 쓰던 지난달 2일 생테티엔전에서는 박주영이 2도움을 기록하면서, 박주영을 통해 거치는 패스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팀 내 공격 옵션 중에서 유일하게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박주영이 모나코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다 보니, 국내 팬들에게 박선생과 박코치로 불리게 된 것이죠.
이는 박주영이 프랑스리그에서 확실하게 성공했음을 의미합니다. 강력하고 타이트한 수비로 웬만하면 골이 쉽게 터지지 않는 프랑스리그에서 골잡이보다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기질을 확실하게 인정 받으면서 모나코에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힌 것이죠. 팬들이 박선생과 박코치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주영은 현재 유럽리그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선수 중에서 팀 내 붙박이 주전과 동시에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는 몇 안되는 선수입니다. 그동안 박지성, 이영표가 유럽리그에서의 인상적인 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저력을 알렸다면 박주영은 최근 AS모나코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유럽리거의 ´새로운 자존심´으로 떠오르는 중 입니다. 탄탄한 개인 기량과 히카르두 감독의 돈둑한 신뢰를 받고 있는 박주영의 밝은 미래가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