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졸전입니다. 첼시가 잉글리시 FA컵 16강 버밍엄 시티(2부리그)와의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16분 다니엘 스터리지의 헤딩 동점골로 패배를 모면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고 추후 재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프리미어리그 5위 추락 및 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재경기가 반갑지 않습니다. 특히 경기 내용이 안좋았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경기력이라면 시즌 후반기 전망이 암울합니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경질설이 줄기차게 제기 될 전망입니다.

[사진=버밍엄전 1-1 무승부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첼시 FA컵 무승부, 이유있는 졸전

첼시는 버밍엄전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터닝 포인트로 삼았어야 했습니다. 각종 대회를 포함한 최근 13경기에서 4승7무2패로 부진했고 최근 4경기에서는 3무1패에 그쳤습니다. 이기는 본능을 잃었습니다. 2부리그 클럽과의 홈 경기에서 모처럼 승리를 만끽하며 주중 나폴리 원정을 대비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내림세가 버밍엄전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형적인 강팀이었다면 스터리지 동점골 이후 맹공을 펼치면서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여러차례 연출했을지 모릅니다. 첼시도 나름 공격적인 경기를 지향했지만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버밍엄전에서는 다시 4-3-3으로 회귀했습니다. 최근 마타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4-2-3-1을 활용했지만 버밍엄전은 램퍼드가 선발 제외되면서(나폴리 원정을 겨냥한 휴식, 후반 37분 교체 출전) 본래의 포메이션으로 돌아갔죠. 메이렐레스-미켈-하미레스가 허리를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버밍엄의 끈질긴 수비를 극복하기에는 미드필더들의 창의적인 패스가 부족했습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나름 연계 플레이에 충실했지만 상대 수비에게 뻔히 읽히는 패스가 잦았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공격 전개를 통해서 박스 안쪽을 비벼주는 경기 운영이 필요했지만 첼시의 미드필더 구성부터 날카로움이 떨어집니다.

첼시의 문제점은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의 전체적인 무게 중심이 중앙쪽으로 쏠렸습니다. 마타-스터리지 같은 좌우 날개가 측면쪽에서 자주 활동하면서 버밍엄 수비 밸런스를 옆쪽으로 분산시켰다면 토레스에게 공간이 열렸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측면쪽으로 빠질때는 이미 버밍엄이 수비 전열을 가다듬은 상황이었죠. 두 선수가 옆쪽 침투를 늘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마타의 경우는 최근 중앙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포지셔닝이 허술했고, 스터리지는 이전 경기와 비교하면 팀 플레이가 개선되었다는 느낌이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과정에서 미드필더들이 토레스와 공존하지 못했습니다. 마타-스터리지가 애매한 역할을 취하는 바람에 미드필더들과 토레스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메이렐레스-하미레스 중에 한 명이라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갈 필요가 있었죠. 버밍엄 역습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지만 팀의 공격이 어려울때는 누군가 과감히 앞쪽으로 접근하면서 공격을 전개했어야 합니다. 그런 어려움 때문인지 전반 30분 이후부터 4-2-3-1로 전환하여 스터리지-마타-하미레스로 짜인 2선 미드필더진을 구축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죠.

그리고 선수들이 너무 연계 플레이에 집착했습니다. 서로 볼을 주고 받는데 집중했지만 때로는 상대 수비를 흔드는 영리함이 요구됐습니다. 버밍엄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했던 시절에 질긴 수비를 보여줬던 팀이죠. 그런 팀과 상대했다면 공격의 담백함이 요구됐습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마타-스터리지의 역할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토레스가 공중볼을 따내고 주변 선수가 슈팅을 날렸던 상황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자주 연출되었어야 합니다. 적어도 토레스가 제공권에서 상대 수비를 이겨냈으니까요.(그러나 버밍엄 수비를 상대로 볼 키핑이 취약했습니다.)

전반 20분에는 버밍엄 왼쪽 코너킥 과정에서 머피에게 선제골을 빼앗겼습니다. 첼시 선수들이 골문에 많이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머피를 마크하지 못하면서 실점의 빌미를 허용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실점을 허용하면서 이날 경기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여운을 안겨줬죠. 2분 뒤에는 마타가 페널티킥 실축했습니다. 골을 넣지 못하면서 맥이 빠진 경기력을 거듭했죠. 실점은 어쩔수 없었지만 마타의 실축은 첼시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는 상황으로 전개됐습니다. 전반전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하프타임이 끝난 뒤에는 토레스를 빼고 드록바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토레스는 이 날도 골이 없었습니다. 후반 12분에는 칼루가 미켈을 대신해서 투입하면서 첼시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두드러졌습니다. 하미레스-메이렐레스 더블 볼란치 조합이 형성되어 중앙 압박을 강화하면서 공격 기회가 늘었습니다. 루이스가 미드필더 지역으로 올라와서 버밍엄 선수가 소유한 볼을 빼앗으려는 장면도 있었죠. 버밍엄과의 허리 싸움에서 이기면서 일방적인 공격 전개를 거듭했습니다. 후반 16분에는 스터리지가 골문에서 이바노비치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으로 받아 동점골을 뽑았습니다. 이 골이 없었다면 첼시는 홈에서 2부리그 클럽에게 패했을 겁니다.

하지만 첼시는 더 이상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버밍엄 중앙 미드필더들이 사실상 수비수 역할을 소화하자 첼시가 드록바를 활용한 공격이 무뎌졌습니다. 마타도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죠.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과부하가 후반전 체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패스가 빈번했지만 앞쪽으로 패스를 내주기에는 버밍엄 수비 참여 인원이 많았습니다. 후반 37분에는 마타를 빼고 램퍼드를 내세웠지만 버밍엄의 막강한 수비 앞에서 효과가 없었습니다. 공격 기회가 많았을 뿐 임펙트가 부족했습니다. FA컵 토너먼트 경기였던 만큼 중요한 고비처에서 한 방을 터뜨렸어야 합니다. 실제로는 없었죠. 첼시의 승리 본능이 무뎌졌다는 뜻입니다.

버밍엄전을 보면서 느낀건, '굳이 메이렐레스가 필요했나?'라는 생각입니다. 메이렐레스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자랑하지만 램퍼드와 비교하면 패스의 날카로움이 부족합니다. 하미레스와의 콘셉트가 겹치는 선수죠. 램퍼드와 유사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아닙니다. 첼시는 지난해 여름 램퍼드 대체자를 영입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램퍼드가 빠지면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을 풀어줄 적임자의 존재감이 부족합니다. 더욱이 램퍼드는 토레스와의 호흡이 안맞죠.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에시엔에게 기대를 걸어봐야겠지만 실전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미드필더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힘든 시즌 후반기를 보낼지 모릅니다. 버밍엄전 졸전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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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의 무관 징크스는 현재 진행형 입니다. 2004/05시즌 FA컵 이후 다섯 시즌 동안 우승에 실패했죠. 올 시즌 칼링컵 결승전은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상의 기회였지만 그마저도 날렸습니다.

아스날은 28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웸블리에서 펼쳐진 2010/11시즌 잉글리시 칼링컵 결승전에서 버밍엄에게 1-2로 패하여 준우승에 만족했습니다. 전반 27분 니콜라 지기치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며 전반 38분에는 로빈 판 페르시가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44분 로랑 코시엘니가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골키퍼 보이치에흐 스체스니와 위치가 겹치면서 헛발질을 범했고, 근처에 있던 오바 페미 마틴스의 결승골로 이어지면서 버밍엄의 우승 장면을 바라보고 말았습니다.

북런던의 강적을 제압한 버밍엄은 1963년 리그 컵 이후 4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출전권까지 거머쥐었죠. 골키퍼 벤 포스터는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시절을 포함해서 3시즌 연속 칼링컵 우승을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스날전에서 9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습니다.

아스날, '승리 본능' 부족했던 칼링컵 결승전

아스날은 버밍엄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스체스니가 골키퍼, 클리시-코시엘니-주루-사냐가 수비수, 윌셔-송 빌롱이 수비형 미드필더, 로시츠키가 공격형 미드필더, 아르샤빈-판 페르시-나스리가 스리톱을 맡았습니다. 파브레가스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로시츠키가 메우게 됐죠. '우승팀' 버밍엄은 5-4-1이라는 극단적인 수비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포스터가 골키퍼, 파헤이-리지웰-이라네크-존슨-카가 수비수, 가드너-라르손-퍼거슨-보이어가 미드필더, 지기치가 원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아스날 특유의 공격적인 팀 컬러를 무너뜨리겠다는 맞춤형 전술이었죠.

단순한 무게감을 놓고 보면, 아스날은 강팀이고 버밍엄은 약팀입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약팀과의 경기에서 꾸준히 승리하는 본능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때로는 빠른 역습에 허를 찔리고 말았습니다. 피지컬이 발달된 상대 공격수 제압에 어려움을 겪으며, 세트 피스에서의 집중력이 부족합니다. 고질적인 수준급 골키퍼 부재까지 포함하면 약팀과의 경기에서 고전했던 문제점이 두드러졌습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공격 축구를 지향했던 벵거 감독의 전술 및 선수들의 특성을 다른 팀들에게 읽혔기 때문입니다. 아스날이 무관에 시달렸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버밍엄은 아스날 약점 공략을 위해 수비에 무게감을 두었죠.,

아스날은 경기 초반부터 버밍엄 밀집 수비에 고전했습니다. 버밍엄 선수들이 박스쪽을 중심으로 존 디펜스를 유지하면서 아스날 공격 옵션들의 침투 및 연계 플레이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아르샤빈-나스리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공격 분위기를 띄우는데 열을 올렸지만 평소보다 많은 상대팀 선수들과 싸워야 하는 부담감을 안았습니다. 특히 파브레가스 결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파브레가스는 박스쪽으로 깊게 침투하면서 판 페르시의 골 기회를 도와주거나, 또는 스스로 골을 해결하거나, 능수능란한 경기 컨트롤을 통해 측면쪽을 활용하는 공격 루트를 확보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로시츠키는 상대 중원에 봉쇄당하면서 파브레가스가 소화했던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죠. 그 결과는 아스날 공격이 반감되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진=후반 44분 통한의 실책을 범했던 로랑 코시엘니 (C)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아스날은 전반전에 슈팅 10-5(유효 슈팅 5-4, 개), 점유율 53-47(%)를 기록했습니다. 버밍엄보다 앞섰지만, 점유율에서는 일방적으로 리드하지 못했습니다. 버밍엄이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버밍엄은 밀집 수비로 아스날 공격 템포를 늦추면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면 아스날 선수들이 전방쪽으로 올라왔던 공간의 뒷쪽을 노리는 종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펼쳤습니다. 그라운드를 넓게 움직이면서 선수들의 활동량이 많아졌죠.(후반 25분 이후부터 체력이 떨어진 이유) 또한 미드필더들은 적극적인 수비까지 펼치면서 아르샤빈-로시츠키-나스리 견제까지 도맡았습니다. 전반 27분 지기치 선제골 이후에도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죠. 허리 싸움에서 버밍엄의 우세였습니다.

전반 27분 지기치의 골은 아스날 약점을 재입증하는 장면입니다. 존슨의 오른쪽 코너킥이 지기치의 헤딩골로 이어졌습니다. '신장 202cm' 지기치 높이를 이겨낼 아스날 수비수가 없었죠. 하지만 지기치가 헤딩을 준비하는 사전 동작을 차단할 타이밍이 늦었고 마크맨이 1명 이었을 뿐입니다. 버밍엄 공중볼이 지기치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음을 상기하면, 또 다른 선수가 지기치에게 붙어주면서 코너킥과 동시에 거칠게 밀어 붙였어야 했습니다. 상대 공격수의 슈팅을 방해할 수 있는 명분이 실리기 때문이죠. 반면, 전반 38분 판 페르시 동점골은 버밍엄 수비진의 문제였습니다. 골문쪽을 둘러 쌓았던 버밍엄 선수 6~8명의 동선이 겹치면서, 아르샤빈이 박스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크로스를 띄웠고 판 페르시가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아스날의 가장 큰 문제는 후반전에 있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세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죠. 첫째는 판 페르시-나스리가 시야를 넓히지 못하면서 볼 배급 공간이 좁아지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동료와 볼을 주고 받으려 했지만 빈 공간에 있는 또 다른 동료의 움직임을 못봤습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공격 옵션끼리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2대1 패스 연결이 잘 안됐습니다. 버밍엄 수비 공세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있지만, 2대1 패스는 상대 밀집 수비를 벗겨내는데 유용한 공격 패턴 입니다. 아스날은 엄연히 패싱력이 뛰어난 팀이지만 상대 수비를 이용하는 볼 배급에는 늘 기복이 있었고 버밍엄전에서 그대로 재현됐죠.

둘째는 후반 25분 이전까지 속공이 잘 안됐습니다. 버밍임이 후반전에는 3백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에 초점을 맞췄죠. 아스날이 골을 넣으려면 버밍엄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린 것을 이용하기 위해, 빠른 볼 배급에 의한 역습 전개로 공격의 임펙트를 키웠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후방에서 볼 처리게 계속 늦어졌습니다. 특히 사냐는 볼을 끄는 단점을 노출했죠. 아스날 빌드업을 빠르게 전개해야 할 적임자는 사냐였습니다. 또한 로시츠키가 공격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스날 패스 줄기가 좌우 측면쪽에 쏠리는 단점을 노출했습니다. 2선 중앙을 거치지 않고 측면에 이어 박스쪽으로 전달되는 패턴이었죠. 버밍엄 수비 입장에서 아스날 공격 패턴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아스날이 교체 작전에서 버밍엄에게 패했습니다. 아스날은 후반 24분 벤트너(out 판 페르시) 후반 31분 샤막(out 아르샤빈)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벤트너-샤막은 팀 공격에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했죠. 그런데 버밍엄은 후반 4분 보세쥬르(out 가드너) 후반 37분 마틴스(out 파헤이), 후반 46분 제롬(out 지기치)을 조커로 활용했습니다. 보세쥬르의 투입으로 기동력을 강화했다면 마틴스 출전은 골을 의식했습니다. 제롬의 내보낸 것은 2-1 리드에 따른 시간 관리 차원이었죠. 정작 아스날이 빼야 할 선수는 로시츠키 였습니다. 하지만 로시츠키를 대신할 적임자가 없었던 것이 아스날의 문제였죠. 파브레가스 결장 여파가 컸던 이유입니다.

아스날은 후반 25분 이후 공격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여러차례 슈팅을 날렸습니다. 버밍엄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9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던 포스터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후반 44분 코시엘니의 실책으로 마틴스에게 통한의 골을 내주는 장면을 연출했죠. 후반전 공격의 패착까지 포함하면, 아스날의 칼링컵 우승 실패는 '스스로 자멸한 결과'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버밍엄에 우세였지만,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승리 본능'이 부족했습니다. 아스날이 무관의 불운을 떨치지 못한 이유입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이 느껴졌던 경기였습니다. 버밍엄 동점골이 오심이었음을 감안해도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박지성의 대인이었던 웨인 루니의 부진 또한 간과할 수 없죠.

맨유는 29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세인트 앤드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버밍엄 원정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13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아크 중앙에서 역습을 시도하면서 대런 깁슨에게 백힐패스를 이어줬고, 깁슨은 문전으로 쇄도하는 베르바토프를 향해 2대1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이에 베르바토프가 오른발 프론트킥으로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44분 니콜라 지기치가 문전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왼쪽 팔을 맞고 굴절된 볼이 리 보이어의 오른발 밀어넣기 동점골로 이어지면서 맨유의 승리가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10승8무(승점 38, 골득실 : 22)로 리그 선두에 복귀했습니다. 버밍엄전이 시작된지 3시간 전에 맨체스터 시티(11승5무4패, 승점 38, 골득실 : 16)가 애스턴 빌라를 4-0으로 제압하고 한때 1위로 뛰어올랐지만, 맨유가 버밍엄전에서 승점 1점을 얻으며 다시 정상에 올랐죠. 그러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지기치의 핸드볼 파울 장면을 놓친 심판의 오심 때문에 결국 승리가 날아갔습니다. 또한 보이어는 오프사이드를 범하면서 골을 넣었습니다. 반면, 버밍엄은 맨유전 무승부로 17위에서 16위(3승10무5패)로 올라섰습니다.

박지성 없는 맨유,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다...그리고 루니의 부진

맨유는 버밍엄 원정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이 수비수, 캐릭-안데르손-깁슨이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긱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최근 맨유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했던 박지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4-3-3으로 전환했고 루니를 왼쪽 측면에 포진하는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나니의 엉덩이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긱스를 오른쪽 윙 포워드로 배치했죠. 발렌시아 부상까지 포함하면 측면에 가용할 자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루니-긱스의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깁슨을 선발로 내세우며 스콜스-플래쳐 부상 공백을 메우려했죠.

하지만 맨유의 버밍엄전 행보는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원정에 약한 면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버밍엄이 홈에 강한 것도 인지할 부분이죠. 맨유는 올 시즌 리그 홈에서 9승1무, 원정에서 1승7무를 기록했으며 버밍엄은 홈에서 3승5무1패, 원정에서는 5무4패를 올렸습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맨유의 고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버밍엄은 강팀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즐겨 구사하는 팀입니다. 맨유전에서는 보세주-보이어-가드너-퍼거슨(배리 퍼거슨)-라르손으로 짜인 미드필더 라인이 자기 진영쪽으로 웅크리는 수비 위주의 움직임을 즐겨 구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맨유 선수들을 거칠게 마크하면서 역습을 노리는데 주력했죠. 맨유가 최상의 공격력을 발휘하기에는 불리한 조건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맨유의 공격력 저하를 원정 실적 부진, 버밍엄의 전술적 특징에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경기 내용이 꾸준히 좋았다면 추가 골에 성공하면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반 20분까지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섰으나 전반 종료 후에는 41-59(%)로 역전됩니다. 버밍엄 밀집수비에 의해 여러차례 공격이 차단당했고 볼 터치까지 매끄럽지 못하면서 상대팀에게 역습을 허용했죠. 캐릭-안데르손-깁슨으로 짜인 미드필더 라인이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버밍엄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는 현상에 직면했습니다. 상대팀이 밀집수비를 펼쳤음을 상기하면 맨유 공격 옵션끼리의 부조화가 아쉽습니다. 다행히 맨유 수비진이 버밍엄 원톱 제롬의 발을 묶으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후반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올리는데 유도하여 역습을 취했고, 그 과정에서 후반 13분 베르바토프의 선제골이 있었습니다. 후반 15분 부터 20분까지 점유율에서는 78-22(%)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죠.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후반 27분에 안데르손을 빼고 플래쳐를 투입하면서 공격에 대한 의지가 꺾였습니다. 침투 장면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잠그기까지는 아니었지만, 1-0으로 앞선 것을 의식하면서 공격 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미드필더진의 방어 능력이 느슨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버밍엄이 다시 점유율을 회복했고, 퍼거슨 감독(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후반 막판에 선수들에게 집중할 것을 주문하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끝내 지기치의 핸드볼 파울 및 보이어의 동점골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사실, 버밍엄전에서는 스콜스의 존재감이 그리웠습니다.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안데르손이 버밍엄 미드필더들에게 철저히 봉쇄 당했기 때문입니다. 후반 27분 교체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패스 횟수 28개, 패스 정확도 67.8%(19개 성공)에 불과했습니다. 캐릭(패스 정확도 86.9%, 73/84개) 깁슨(패스 정확도 78.2%, 43/55개)보다 공격력이 더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안데르손은 왼쪽 이동으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면서 중앙 공간을 베르바토프가 커버했지만 마무리 패스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 연결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스콜스가 미드필더진에서 구심점을 잡아줄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달째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스콜스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대신했던 선수가 박지성 이었습니다. 비록 스콜스와 포지션이 달랐지만, 맨유가 최근 스콜스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의 공격 전개가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맨유가 지난 27일 선덜랜드전까지 최상의 공격력을 발휘했던 것도 박지성의 패싱력에서 비롯됐습니다. 박지성은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며 골 기회를 엮어내거나 경기 흐름을 맨유쪽으로 가져오는 패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패스 미스가 간혹 있었고 베르바토프와 호흡이 안맞았지만, 그 실수에 위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 공간의 약점을 노리는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했기 때문에 루니가 그것을 잘 받아줬고 맨유 공격이 숨통을 틔웠죠.

하지만 루니는 버밍엄전에서 박지성 공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왼쪽 윙 포워드로 이동하면서 중앙 공격에 가담하거나 적극적인 수비에 임했지만 에브라와의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에브라와 함께 패스를 시도하기 보다는 미드필더들과 꾸준히 호흡하는 인상이 뚜렷했죠. 캐릭-안데르손-깁슨이 상대 허리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루니가 도와줬던 원인도 없지 않지만, 측면 옵션이라면 풀백과 공존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에 박지성이 즐겨 구사했던 2대1 패스를 통해 에브라에게 오버래핑 기회를 밀어주거나 또는 에브라와 간격을 좁히면서 대각선 패스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감각이 다소 무뎠죠.

현실적으로는 루니가 박지성을 대체해야 합니다. 긱스는 체력저하, 나니는 부상, 오베르탕-베베는 경기력 미숙 때문에 루니가 측면에서 희생해야 하는 입장이죠. 2008/09시즌 막판에는 4-4-2의 왼쪽 윙어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당시 박지성의 컨디션 저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루니의 폼은 올 시즌에 완전히 꺾였습니다. 발목 부상 이후 끝없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9개월째 필드골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임펙트까지 사라졌습니다. 4-4-2의 쉐도우로 뛰었을때는 베르바토프를 보조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측면으로 전환하면서 경기 패턴의 일관성이 떨어졌죠.

특히 루니의 패스 미스 13개 중에 11개는(패스 38/51개) 상대 왼쪽 진영에서 연결했던 전방 패스 였습니다. 오히려 중앙-오른쪽에서의 패스 정확도가 많았죠. 후반 중반부터 긱스와 위치를 바꾸면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죠. 맨유가 대략 한 달 동안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만회하려면 루니가 왼쪽에서 원래의 폼을 되찾아야 합니다. 루니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버밍엄전에서 부진했지만 다음 경기 부터는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루니의 부활은 맨유의 우승 여부와 직결됩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