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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박지성 공백 메우기 실패한 이유

 

'산소탱크'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이 느껴졌던 경기였습니다. 버밍엄 동점골이 오심이었음을 감안해도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박지성의 대인이었던 웨인 루니의 부진 또한 간과할 수 없죠.

맨유는 29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세인트 앤드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버밍엄 원정에서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13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아크 중앙에서 역습을 시도하면서 대런 깁슨에게 백힐패스를 이어줬고, 깁슨은 문전으로 쇄도하는 베르바토프를 향해 2대1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이에 베르바토프가 오른발 프론트킥으로 슈팅을 날렸던 것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후반 44분 니콜라 지기치가 문전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왼쪽 팔을 맞고 굴절된 볼이 리 보이어의 오른발 밀어넣기 동점골로 이어지면서 맨유의 승리가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맨유는 10승8무(승점 38, 골득실 : 22)로 리그 선두에 복귀했습니다. 버밍엄전이 시작된지 3시간 전에 맨체스터 시티(11승5무4패, 승점 38, 골득실 : 16)가 애스턴 빌라를 4-0으로 제압하고 한때 1위로 뛰어올랐지만, 맨유가 버밍엄전에서 승점 1점을 얻으며 다시 정상에 올랐죠. 그러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지기치의 핸드볼 파울 장면을 놓친 심판의 오심 때문에 결국 승리가 날아갔습니다. 또한 보이어는 오프사이드를 범하면서 골을 넣었습니다. 반면, 버밍엄은 맨유전 무승부로 17위에서 16위(3승10무5패)로 올라섰습니다.

박지성 없는 맨유,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다...그리고 루니의 부진

맨유는 버밍엄 원정에서 4-3-3을 구사했습니다. 판 데르 사르가 골키퍼,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이 수비수, 캐릭-안데르손-깁슨이 미드필더, 루니-베르바토프-긱스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최근 맨유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했던 박지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4-3-3으로 전환했고 루니를 왼쪽 측면에 포진하는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나니의 엉덩이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긱스를 오른쪽 윙 포워드로 배치했죠. 발렌시아 부상까지 포함하면 측면에 가용할 자원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루니-긱스의 포지션 전환이 불가피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깁슨을 선발로 내세우며 스콜스-플래쳐 부상 공백을 메우려했죠.

하지만 맨유의 버밍엄전 행보는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원정에 약한 면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버밍엄이 홈에 강한 것도 인지할 부분이죠. 맨유는 올 시즌 리그 홈에서 9승1무, 원정에서 1승7무를 기록했으며 버밍엄은 홈에서 3승5무1패, 원정에서는 5무4패를 올렸습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맨유의 고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버밍엄은 강팀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즐겨 구사하는 팀입니다. 맨유전에서는 보세주-보이어-가드너-퍼거슨(배리 퍼거슨)-라르손으로 짜인 미드필더 라인이 자기 진영쪽으로 웅크리는 수비 위주의 움직임을 즐겨 구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맨유 선수들을 거칠게 마크하면서 역습을 노리는데 주력했죠. 맨유가 최상의 공격력을 발휘하기에는 불리한 조건 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맨유의 공격력 저하를 원정 실적 부진, 버밍엄의 전술적 특징에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경기 내용이 꾸준히 좋았다면 추가 골에 성공하면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반 20분까지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섰으나 전반 종료 후에는 41-59(%)로 역전됩니다. 버밍엄 밀집수비에 의해 여러차례 공격이 차단당했고 볼 터치까지 매끄럽지 못하면서 상대팀에게 역습을 허용했죠. 캐릭-안데르손-깁슨으로 짜인 미드필더 라인이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버밍엄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는 현상에 직면했습니다. 상대팀이 밀집수비를 펼쳤음을 상기하면 맨유 공격 옵션끼리의 부조화가 아쉽습니다. 다행히 맨유 수비진이 버밍엄 원톱 제롬의 발을 묶으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후반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상대 수비를 앞쪽으로 끌어올리는데 유도하여 역습을 취했고, 그 과정에서 후반 13분 베르바토프의 선제골이 있었습니다. 후반 15분 부터 20분까지 점유율에서는 78-22(%)의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죠.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후반 27분에 안데르손을 빼고 플래쳐를 투입하면서 공격에 대한 의지가 꺾였습니다. 침투 장면이 몇 차례 있었기 때문에 잠그기까지는 아니었지만, 1-0으로 앞선 것을 의식하면서 공격 전술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미드필더진의 방어 능력이 느슨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면서 버밍엄이 다시 점유율을 회복했고, 퍼거슨 감독(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후반 막판에 선수들에게 집중할 것을 주문하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끝내 지기치의 핸드볼 파울 및 보이어의 동점골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습니다.

사실, 버밍엄전에서는 스콜스의 존재감이 그리웠습니다.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던 안데르손이 버밍엄 미드필더들에게 철저히 봉쇄 당했기 때문입니다. 후반 27분 교체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패스 횟수 28개, 패스 정확도 67.8%(19개 성공)에 불과했습니다. 캐릭(패스 정확도 86.9%, 73/84개) 깁슨(패스 정확도 78.2%, 43/55개)보다 공격력이 더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안데르손은 왼쪽 이동으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면서 중앙 공간을 베르바토프가 커버했지만 마무리 패스가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노리는 패스 연결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스콜스가 미드필더진에서 구심점을 잡아줄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 달째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스콜스의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대신했던 선수가 박지성 이었습니다. 비록 스콜스와 포지션이 달랐지만, 맨유가 최근 스콜스 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의 공격 전개가 힘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맨유가 지난 27일 선덜랜드전까지 최상의 공격력을 발휘했던 것도 박지성의 패싱력에서 비롯됐습니다. 박지성은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노리며 골 기회를 엮어내거나 경기 흐름을 맨유쪽으로 가져오는 패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패스 미스가 간혹 있었고 베르바토프와 호흡이 안맞았지만, 그 실수에 위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 공간의 약점을 노리는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했기 때문에 루니가 그것을 잘 받아줬고 맨유 공격이 숨통을 틔웠죠.

하지만 루니는 버밍엄전에서 박지성 공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왼쪽 윙 포워드로 이동하면서 중앙 공격에 가담하거나 적극적인 수비에 임했지만 에브라와의 연계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에브라와 함께 패스를 시도하기 보다는 미드필더들과 꾸준히 호흡하는 인상이 뚜렷했죠. 캐릭-안데르손-깁슨이 상대 허리 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루니가 도와줬던 원인도 없지 않지만, 측면 옵션이라면 풀백과 공존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최근에 박지성이 즐겨 구사했던 2대1 패스를 통해 에브라에게 오버래핑 기회를 밀어주거나 또는 에브라와 간격을 좁히면서 대각선 패스를 유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감각이 다소 무뎠죠.

현실적으로는 루니가 박지성을 대체해야 합니다. 긱스는 체력저하, 나니는 부상, 오베르탕-베베는 경기력 미숙 때문에 루니가 측면에서 희생해야 하는 입장이죠. 2008/09시즌 막판에는 4-4-2의 왼쪽 윙어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당시 박지성의 컨디션 저하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루니의 폼은 올 시즌에 완전히 꺾였습니다. 발목 부상 이후 끝없는 슬럼프에 빠지면서 9개월째 필드골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임펙트까지 사라졌습니다. 4-4-2의 쉐도우로 뛰었을때는 베르바토프를 보조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타적인 플레이에 주력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측면으로 전환하면서 경기 패턴의 일관성이 떨어졌죠.

특히 루니의 패스 미스 13개 중에 11개는(패스 38/51개) 상대 왼쪽 진영에서 연결했던 전방 패스 였습니다. 오히려 중앙-오른쪽에서의 패스 정확도가 많았죠. 후반 중반부터 긱스와 위치를 바꾸면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죠. 맨유가 대략 한 달 동안 박지성의 아시안컵 차출 공백을 만회하려면 루니가 왼쪽에서 원래의 폼을 되찾아야 합니다. 루니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버밍엄전에서 부진했지만 다음 경기 부터는 긍정적으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루니의 부활은 맨유의 우승 여부와 직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