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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나니, 호날두처럼 성장 못하는 이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칼링컵 3라운드 승리로 대회 2연패를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었습니다.

맨유는 2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09/10시즌 칼링컵 3라운드 울버햄튼전에서 후반 22분 대니 웰백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웰백은 아크 중앙에서 마이클 오언과 원투패스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 문전으로 침투하여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맨유는 웰백의 골로 칼링컵 4라운드(16강) 티켓을 따내며 다관왕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날 맨유의 승리 과정은 힘겨웠습니다. 전반 28분 파비우 다 실바가 불필요한 태클로 퇴장당하면서 숫적 열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2분 뒤 페데리코 마케다를 빼고 리치 드 라예를 투입하면서 4-4-1로 전환했지만 공격이 엷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상대팀에게 주도권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웰백과 오언이 결정적인 순간에 원투패스로 상대 문전을 뚫고 골을 넣은 것은 매우 값진 장면이었습니다.

웰백-오언의 맹활약, 나니의 한계가 드러났던 경기

맨유는 이날 경기에서 백업 선수들을 위주로 스쿼드를 구성했습니다. '마케다-오언'이 최전방에 나섰고 '웰백-깁슨-캐릭-나니'가 미드필더로 출격했으며 '파비우-브라운-에반스-네빌'이 포백에 위치했고 토마스 쿠쉬착이 골키퍼를 맡았습니다. 1군 무대에서 선발과 백업을 오가는 나니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은 칼링컵을 통해 퍼거슨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1군 무대 선발 출전 기회를 노리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웰백과 오언의 눈에 보이지 않는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왼쪽 윙어를 맡아 상대 수비를 교란하기 위해 대각선 돌파를 활발히 시도했습니다. 나니가 오른쪽에서 팀 공격을 주도하다보니 왼쪽에서는 상대 수비를 끌어낼 수 있는 경기력이 필요했고 웰백이 그 몫을 해냈습니다. 후반 22분에는 오언과의 콤비 플레이에 의한 결승골까지 넣으며 1군 무대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오언은 맨유 공격 옵션들이 전방에서 공격 기회를 잡았을때 문전에서 옆쪽 혹은 뒷쪽으로 활동 반경을 바꾸며 상대 수비라인을 끌어내는 역할에 치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빈 공간을 창출하여 골을 노리겠다는 것이 그의 전략 이었습니다. 지난 20일 맨체스터 시티전 결승골도 그러한 과정에서 넣은 골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같은 장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울버햄튼전에서는 나니의 공격력에 맨유의 공격이 좌우되는 모습이 두드러졌습니다. 나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돌파를 시도할때마다 맨유의 공격이 활기를 띄웠던 반면에 나니가 침묵하면 맨유의 공격이 소강 상태를 띄는 모습이었습니다. 미드필더진 중에서 공격을 주도하고 빠른 빌드업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가 나니밖에 없었기 때문에 동료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이 나니의 움직임에 따라 공 받을 위치를 미리 선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니는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부지런히 뛰었고 컨디션도 최상이었습니다. 오른쪽 측면을 발판으로 최전방과 중원까지 활동폭을 넓힌데다 때로는 수비 가담 과정에서 역습 기회를 노릴 정도로 맨유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깁슨-캐릭'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중원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실패한 상황에서 나니가 오른쪽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맨유에게 이득이었습니다. 만약 나니가 없었다면 맨유는 울버햄튼을 상대로 졸전을 펼쳤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움직임에 비해 효율성이 부족합니다. 나니는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정확한 크로스와 패스를 남발해 공격을 무산시키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만약 1~2개라도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향했다면 맨유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었거나 골을 넣었을지 모릅니다. 전방 돌파를 부지런히 시도한 것은 좋으나 그 과정에서 막판에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은 가다듬어야 할 부분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후반 29분에 오언을 빼고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투입한 것은 나니의 효율성 부족을 커버하기 위한 의도로 비춰집니다.

이러한 나니의 활약상은 지난 16일 베식타스전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나니는 맨유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이 뛰었지만(11.034km) 패스 정확도가 선발 출전한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저조한 수치(52%, 44개 시도 23개 성공)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공격 과정에서의 효율성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움직임과 효율성이 반비례를 거듭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박지성이 나니를 대신해 출전했다면 경기 양상이 다르게 전개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과 나니는 엄연히 스타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팀 전력에 따라 로테이션 형태로 경기에 기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면서도 토너먼트로 운영되는 칼링컵이라면 박지성보다는 나니가 선택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나니가 앞으로 효율성에서 불안한 모습을 남긴다면 맨유의 칼링컵 행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뛰었던 카를로스 테베즈는 지난 22일 잉글랜드 대중지 <피플>과의 인터뷰에서 "나니의 능력을 인정하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의 레벨과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다"며 나니가 호날두처럼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베즈의 발언은 이번 경기를 통해 옳았음이 증명 됐습니다. 나니는 호날두처럼 부지런히 뛸 수 있고 팀 공격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문제는 효율성 이었습니다. 호날두 공백으로 팀 공격력이 다운된 맨유 입장에서는 나니의 효율성을 아쉬워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나니가 호날두에 견줄만한 윙어로 성장하려면 효율성 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