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이 축구공으로 실력을 겨루는 지구촌 최고의 축구 축제입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 전원이 총출동하지 않습니다. 천부적인 실력을 지녔음에도 자신이 소속된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없습니다. 웨일즈 국적인 라이언 긱스 경력에 월드컵 본선 기록이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죠.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축구 스타가 대표팀의 성적 부진 때문에 남아공행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특히 세계 3대 축구 천재로 주목받는 히카르두 카카(27)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이상 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22, FC 바르셀로나)의 엇갈린 행보가 이를 대변합니다. 카카는 브라질의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이끌었지만 호날두와 메시는 포르투갈, 아르헨티나의 성적 부진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는 2006/0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및 우승 경력을 서로 양분했던 축구 천재들입니다. 세 선수 중에 한 명이라도 빠지는 월드컵 본선은 축구팬들이 상상하기 힘들 것입니다. 세 명 모두 지구촌 최고의 0축구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실은 누군가 예선에서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카카-호날두-메시, 월드컵 본선은 함깨할 수 없다?
카카는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브라질의 에이스입니다. 4-2-3-1에서 3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싱력과 개인기, 볼 키핑력을 앞세워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다했습니다. 자신의 밑선에 있는 질베르투 실바와 펠리페 멜루가 더블 볼란치 역할을 수행하며 수비에 무게감을 두는 경기를 펼치면서 미드피더진의 분업화가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카카는 공격력에 힘을 얻어 자신의 장점을 맘껏 쏟았습니다.
이러한 카카의 맹활약은 원톱인 루이스 파비아누가 남미예선 10경기에서 9골을 넣는 키 포인트가 됐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공격수의 특출난 득점력이 필수라는 것을 감안하면 파비아누가 그 역할을 착실히 소화했습니다. 카카-파비아누 콤비의 등장은 호나우두-호나우지뉴로 대표되던 브라질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호나우두-호나우지뉴가 2000년대 중반까지 펄펄 날았던 선수임을 상기하면, 카카-파비아누의 맹활약이 브라질 축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 겁니다.
카카는 남미예선 10경기에서 5골을 넣었습니다. 특히 자신이 출전했던 최근 4경기에서는 팀이 4연승을 거두었고 총 12골(1경기당 3골)을 퍼부었습니다. 이러한 카카의 맹활약은 브라질이 예선 1위(9승6무1패)의 성적으로 남아공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축구는 결과로 말하듯, 카카가 에이스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각광받는 카카는 월드컵 예선에서 '명불허전'의 이름값을 뽐냈습니다.
반면, 호날두가 주장으로 몸 담는 포르투갈은 월드컵 유럽 예선 1조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10일 헝가리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했으나 승점 13점(3승4무1패)을 기록하면서 덴마크(승점 18) 스웨덴(승점 15)에 밀려 조 3위에 처졌습니다. 헝가리전 이전까지 조 4위에 밀렸던 것을 상기하면 월드컵 예선 탈락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어도 조 2위안에 포함되어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지만, 스웨덴이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남아공 무대를 밟지 못하는 것과 동시에 월드컵 본선에서 호날두의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포르투갈의 부진 원인은 호날두 입니다. 호날두는 4-3-3의 중앙 공격수로 뛰고 있음에도 유럽 에선 6경기 무득점에 그쳐 득점 기계의 명성을 떨처지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의 유럽 예선 최다 득점자가 2골을 기록중인 루이스 나니-휴고 알메이다, 그리고 덴마크의 쇠렌 라르센이 5골을 넣은 것을 상기하면 호날두의 무득점이 포르투갈 전력을 약화 시켰습니다. 여기에 호날두는 지나친 드리블 돌파로 팀 공격의 맥을 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측면보다 상대 압박이 견고한 중앙에서 무리한 공격 전개를 한 것은 본인과 팀에게 마이너스가 됐습니다.
호날두가 중앙 공격수를 맡은 이유는 간판 골게터가 없는 포르투갈 축구의 문제점을 상징합니다. 포르투갈은 페드로 파울레타가 은퇴한 이후 지금까지 특급 골케터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호날두는 클럽 축구에서 뛰어난 득점 실력을 자랑했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윙 포워드로서 이타적인 역량에 힘을 쏟던 선수입니다. 하지만 카를로스 퀘이로스 감독은 호날두의 득점력을 키우기 위해 중앙 공격수로 올렸으나 결과는 역효과로 이어졌습니다. 호날두는 맨유 시절 중앙 공격수로서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또 다시 증명 됐습니다. 그 결과는 월드컵 예선 탈락으로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호날두의 내림세는 메시의 위기로 번졌습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10일 파라과이 원정에서 0-1 패배로 남미예선 3연패에 빠졌습니다. 6승4무6패(승점 22)로 볼리비아를 3-1로 제압한 에콰도르(승점 23)에게 4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추락했습니다. 본선 진출 커트라인인 4위 밖으로 추락해 북중미 팀과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최근 3연패로 부진한 상황에서 남은 예선 2경기에서도 삐걱하면 6위 우루과이(승점 21) 7위 콜롬비아(승점 20)에게 밀려 월드컵 본선 진출 탈락의 수모를 겪게 됩니다.
메시는 남미예선 16경기에서 4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남미예선 5경기에서는 무득점에 빠졌고 그 5경기 동안 아르헨티나는 1승1무3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고 3골에 그쳤습니다. 메시가 골을 넣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메시 시프트'를 활용할 줄 모르고 있습니다. 마라도나 감독은 지난 6일 브라질전에서 메시의 드리블 돌파를 앞세운 공격에 치중했으나 동료 선수들의 무딘 움직임에 발목 잡히고 말았습니다. 10일 파라과이전에서는 메시를 최전방에 고정시켜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을 자랑하는 메시의 능력을 최대화 시키지 못해 무득점으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메시가 대표팀에서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원인은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미드필더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사비-이니에스타로 부터 양질의 패스를 받아 자신의 공격 재능을 맘껏 떨쳤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가고-마스체라노 같은 공격 조율능력과 패싱력이 떨어지는 선수와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가고-마스체라노와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패스의 줄기가 상대에게 번번이 차단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메시의 능력을 최대화 시키면서 동료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를 유도하는 전술에 중점을 맞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