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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오언, 남아공 꿈꾸는 '두 킬러'

 

이동국(30, 전북)과 마이클 오언(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는 '닮은 꼴' 공격수로 유명합니다.

두 선수는 1979년생 동갑내기 공격수에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의 인상깊은 활약으로 한국과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행보가 거듭된 부상과 부진, 그리고 구설수로 순탄치 못했고 지금까지도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2006년 독일 월드컵 이전(이동국) 그리고 대회 도중(오언)에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불운을 겪으며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주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던 두 선수는 30세가 넘은 시점에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바로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출전 입니다. 이동국과 오언은 선수 보는 눈이 까다로운 허정무 감독과 파비오 카펠로 감독의 눈도장을 얻어 남아공 비행기에 탑승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표팀에서는 자신보다 어린 박주영, 웨인 루니의 역량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박주영과 루니는 1985년생 동갑입니다. 이동국과 오언의 닮은 꼴 행보가 남아공 월드컵 본선 동반 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K리그 득점 1위' 이동국, 허정무 감독 눈도장 받을까?

이동국은 올 시즌 전북에서 전성기 시절의 공격력을 되찾아 득점 1위에 오른 끝에 지난달 12일 파라과이전에 출전하여 2년 1개월만에 A매치 무대를 밟았습니다. 당초,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7월 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이 넣은 골들 중에는 자신이 만들어서 넣은 골이 많지 않다. 좀 더 날카로운 움직임이 필요하다. 서있는 플레이보다 만들어 낼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이동국의 경기력을 비판하며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늬앙스의 발언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을 비판한 허정무 감독의 의도는 결국 '길들이기' 였습니다. 이동국이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좀 더 부지런하고 이타적으로 움직이면 박주영과 이근호 같은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는 공격수들이 득점에 힘을 얻을 것이라는 것이 허정무 감독의 계산이었죠. 이동국의 경기력을 비판한 것은 자신의 의도대로 경기에 임하기를, K리그 득점 1위라는 타이틀이 나태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심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는 루이스-에닝요-최태욱의 킬패스를 받아 골을 넣는 역할에 치중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이근호와 박주영의 골 능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는 이근호와 호흡을 맞췄고 5일 열린 호주전에서는 박주영과 투톱을 형성했습니다. 두 경기에서는 골을 노리기 위해 박스 안에만 머물기보다는 활동반경을 측면과 2선으로 넓히면서 투톱 파트너에게 볼 배급을 하거나 활동 반경을 넓혀주는 이타적인 역량에 힘을 실었습니다.

비록 2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팬들의 지지보다는 선수 선발 권한이 있는 허정무 감독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독이 주문하는 역할에 합격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호주전 종료 후 이동국에 대해 "지난 경기(파라과이전)보다 좋아졌다. 활동폭이 넓어졌고 몸싸움도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라며 이동국의 달라진 모습을 칭찬했지만 자신이 바라는 역할에는 아직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전을 마친 이동국이 앞으로 대표팀의 주전으로 모습을 내밀지는 의문입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 체제였던 대표팀 공격 패러다임이 '박주영 파트너 찾기'로 바뀌면서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죠. 설기현이 호주전에서 골을 넣으며 주전을 넘보고 있고 A매치 6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고개를 숙인 이근호도 저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최근에는 김영후가 K리그에서 거침없는 골 생산으로 득점 2위에 오르며 생애 첫 대표팀 합류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동국이 남아공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기 위해서는 A매치에서 매 경기 살얼음판 같은 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재기 노리는' 오언, 맨유에서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

카펠로 감독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과의 인터뷰에서 오언의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그동안 오언을 충분히 눈여겨 봤다. 하지만 선수는 경기에 (꾸준히) 뛰는 것이 필요하다. 그는 경기에 출전해야 하며 맨유에서 완성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오언이 맨유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여 맹활약을 펼친다면 대표팀에 뽑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냉철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펠로 감독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오언을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뉴캐슬에서 부상 후유증으로 폼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던 오언의 경기력이 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그 판단이죠. 오언은 A매치 통산 89경기에서 40골을 넣으며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의 상징으로 꼽혔으나 지난해 3월 프랑스와의 평가전 이후 지금까지 카펠로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카펠로 감독이 오언의 존재감을 잊은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경기들을 꾸준히 관전하면서 오언의 경기력을 눈여겨 봤기 때문이죠. 특히 최근에는 맨유의 경기를 관전하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대표팀 합류를 꿈꾸는 오언의 모습을 놓칠리 없습니다. 오언이 맨유 경기에서 지속적인 맹활약을 펼친다면 카펠로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언은 맨유의 교체 멤버로서 많은 출전 시간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위건전에서는 후반 26분에  교체 투입되어 41분에 골을 넣었지만 그 다음 경기였던 30일 아스날전에서는 긱스-베르바토프에 밀려 결장했습니다. 맨유의 스쿼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앞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을 치르는데다 팀의 공격 자원이 지난 시즌에 비해 풍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 출전 횟수가 많아질 것임이 분명합니다.

관건은 꾸준한 경기력입니다. 평점 5점과 10점을 오가는 들쑥날쑥한 경기력 보다는 매 경기마다 평점 7~8점을 기록할 수 있는 경기력을 유지하며 자신의 장점을 오랫동안 발휘하는 것이 오언의 과제입니다. 출전 횟수가 많더라도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카펠로 감독의 시야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웨인 루니와의 공존도 중요합니다. 잉글랜드와 맨유의 에이스인 루니를 뒷받침 하는 오언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박스 안에서 골을 노리는 타겟 역량과 루니와의 콤비 플레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대표팀 복귀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오언에게 있어 올 시즌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꿈인 남아공 월드컵 본선 무대 출전 여부가 올 시즌 맨유에서의활약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첫 경기 파라과이전에서 불의의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던 한을 풀기 위해서는 카펠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출전을 꿈꾸는 그의 앞날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