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밀란은 이적 시장에서 최고의 선수 보강을 했다. 잠브로타와 플라미니 영입에 이어 괴물이라 할 수 있는 호나우지뉴까지 데려왔기 때문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AC밀란 감독은 23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TV <SKY>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나우지뉴(28)를 '괴물'이라 치켜 세우며 그의 이적을 환영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떨쳤던 호나우지뉴의 맹활약을 바란 것. 며칠 전 호나우지뉴의 AC밀란 이적식 때는 수천명의 팬들이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몰려들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AC밀란 유니폼을 입고 뛰어야 할 호나우지뉴를 바라보는 다른쪽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다. 단기적으로는 이름값 때문에 AC밀란 인지도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AC밀란 전력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란 평가. 그의 미래가 어두워보이는 그 정체는 무엇일까?
'끝 없는 추락' 호나우지뉴, AC밀란의 괴물?
호나우지뉴를 영입한 AC밀란은 지난 시즌 리그 5위 추락에 따른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한 팀. 특히 공격진에서는 필리포 인자기를 비롯 알베르토 질라르디노(현 피오렌티나), 호나우두가 부상 또는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그들을 뒷받침하는 카카는 상대팀의 집요한 견제와 그 과정에서 얻은 부상 때문에 좀 처럼 위협적인 모습을 뽐낼 수 없었다.
이에 AC밀란은 호나우지뉴를 영입해 공격력 강화를 꾀하며 이번 시즌 리그 4위 도약을 노렸다. 2000년대 중반 누구도 필적하지 못했던 호나우지뉴의 공격력이 팀 전력에 도움 되기를 바랬던 것.
그러나 지금의 호나우지뉴는 '예전에 잘 나갔던' 그 호나우지뉴가 아니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원인 모를 경기력 저하로 고전 하더니 지난 시즌에는 티에리 앙리, 보얀 크로키치의 가세로 FC 바르셀로나의 벤치 멤버로 밀렸다. 지난 시즌 초반을 보더라도 지난해 10월까지 10번 출장한 경기 중에 6번이나 교체 되었으며 그 이후에는 벤치를 지키는 일이 잦아졌다. 잔부상과 훈련 지각이 잦은 결장의 주 원인이었던 것.
호나우지뉴의 경기력은 예전 같지 않다. 활발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왼쪽 윙 포워드를 맡고 있으면서도 많이 뛰거나 부드럽게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활동량과 스피드가 뚜렷히 떨어지다보니 팀 공격의 흐름까지 끊었으며 앙리와의 호흡까지 맞지 않았다. 이러한 경기력이 AC밀란에서 이어질 경우 그를 전력 향상의 '괴물'이라 믿고 영입한 안첼로티 감독에게 실망감을 안길 수 있다. 그의 영입을 환영한 AC밀란 팬들도 마찬가지.
호나우지뉴, 제2의 히바우두 되나?
2002년 한일월드컵 시절 호나우지뉴와 함께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히바우두(AEK 아테네)는 AC밀란에서 실패했던 인물. 공교롭게도 호나우지뉴와 더불어 바르셀로나의 슈퍼 스타로 활약한 뒤 AC밀란으로 이적한데다 바르셀로나에서 똑같이 왼쪽 윙 포워드로 투입된 공통점이 있다. 만약 호나우지뉴가 AC밀란에서 실패하면 '제2의 히바우두'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붙을지 모른다.
히바우두가 AC밀란에서 실패한 원인은 안첼로티 감독이 2001년 사령탑 부임 후 줄곧 구사했던 4-3-1-2 포메이션과 옷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AC밀란은 플레이메이커 루이 코스타(벤피카)를 주축으로 가운데 중심의 공격을 펼쳤는데 당시 세계 최고의 윙어였던 히바우두의 색깔과는 거리가 멀었다. 히바우두의 부진이 본격화 됐던 2002/03시즌 중반 부터는 카카가 루이 코스타를 제치고 팀 공격의 중심이 되었고 '솁첸코-인자기' 투톱이 그와 호흡이 잘 맞으면서 히바우두는 비전력 요원으로 전락 끝에 2003년 방출됐다.
물론 호나우지뉴도 히바우두의 전례처럼 AC밀란에서의 위치가 불분명하다. 안첼로티 감독은 "호나우지뉴를 카카와 더불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것이다"고 말했지만 카카가 팀의 에이스라는 점에서 호나우지뉴는 그의 백업으로 활약할 수 밖에 없다. 한때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호나우지뉴가 브라질 대표팀의 2살 후배인 카카의 백업을 수용할지 의문.
일부에서는 '호나우지뉴-파투' 투톱에 카카가 그들을 뒷받침하는 브라질 삼각편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AC밀란은 파투의 짝을 영입하기 위해 이번 이적시장에서 디디에 드록바, 안드리 솁첸코(이상 첼시) 엠마누엘 아데바요르(아스날)를 저울질 할 정도로 타겟맨 영입에 비중을 두고 있다. 더구나 호나우지뉴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카카와의 호흡이 맞지 않는 문제점을 남겼다. 결국 호나우지뉴는 히바우두의 전례처럼 AC밀란에서 자신의 진가를 떨칠 자리가 없게 된다.
베이징 올림픽, 호나우지뉴에게 독이 될 수도
호나우지뉴는 둥가 브라질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다. 전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는 그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했지만 AC밀란 이적 후에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변화한 것. 안첼로티 감독은 "호나우지뉴가 참가할 베이징 올림픽은 AC밀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며 올림픽 출전이 팀 전력에 도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호나우지뉴는 컨디션 향상과 팀 조직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AC밀란의 프리 시즌 기간 도중 브라질 대표팀에 차출돼 싱가포르에서 훈련 중이다. 베이징 올림픽 일정이 AC밀란의 시즌 초반 일정과 겹친다는 점에서 호나우지뉴는 적어도 9월부터 본격적인 팀 전술 적응에 들어간다. 이미 AC밀란이 프리 시즌에 전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이밍이 한참 늦는다.
물론 호나우지뉴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치면 슬럼프 탈출과 함께 AC밀란 전력에 도움이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끝 없이 추락했던 호나우지뉴가 이 같은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밟을 거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일지 모른다.
호나우지뉴를 괴롭히는 존재 '과체중'
브라질 축구 선수들 중에서는 20대 중반 또는 후반 부터 과체중으로 경기력과 컨디션이 저하된 케이스가 여럿 있었다. 호나우두와 아드리아누(인터 밀란)가 대표적이며 K리그에서는 제칼로(전 전북)의 예가 유명했다.
공교롭게도 호나우지뉴도 과체중 논란에 시달렸던 케이스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는 지난해 초 2003년 바르셀로나 입단 당시 사진과 2006/07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찍은 그의 사진을 비교하며 불어난 체중을 확인 시켰다. 일부에서는 이번달 초 한국 투어에서 예전보다 몸이 불어난 모습으로 한국팬들과 만났던 그를 보며 슬럼프 원인이 몸무게 때문이라고 여겼다.
호나우지뉴가 착실히 다이어트하여 예전의 몸매를 되찾을지는 의문. 그의 브라질 대표팀 동료였던 호나우두는 몇년째 불록 튀어 나온 배 때문에 브라질 대통령까지 걱정할 정도로 절제함을 잃었다. 바르셀로나 시절 심야 음주 파티와 문란한 사생활로 비난받았던 호나우지뉴가 특유의 자유 분방함을 절제하고 다이어트에 매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호나우지뉴의 나이는 28세. 축구 선수로서 절정의 기량을 펼칠 시기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끝없이 부진에 빠진 그가 AC밀란에서 여러 부정적인 요인을 둘러싸고 스스로 슬럼프를 이겨 낼 가능성은 많지 않다. 2000년대 중반처럼 화려한 축구 실력을 뽐냈던 시절을 AC밀란에서 되돌리기 위한 방법은 오직 하나, 자신을 이겨내는 것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