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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웨인 루니, 맨유의 에이스로 진화하다

 

에이스란 팀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가리켜 부르는 단어입니다. 개인기보다 조직력이 중시되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는 에이스의 역할이 더 늘어났습니다.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진정한 해결사만이 에이스 자격이 주어지게 된 것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까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출중한 공격력에 중심을 둔 공격 전술을 구사하여 상대팀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호날두는 많은 골을 넣으며 유럽 축구의 독보적인 득점 기계로 떠올랐고 팀이 승리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어김없이 상대 골망을 흔들며 맨유의 에이스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탁월했던 호날두의 공격 본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느 누구도 따라갈 선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맨유가 두달 전 호날두와 작별했습니다. 그래서 호날두의 대체자를 영입하기 위해 이적시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 전력 약화가 불가피 했습니다. 지난 20일 번리전 0-1 패배 까지만 하더라도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 가능성이 힘들거라 예상했던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맨유의 올 시즌은 호날두 부재 때문에 힘들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맨유는 22일 위건전 5-0 대승으로 위기론을 불식시켰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에이스가 나타났습니다. 호날두의 득점 능력을 위해 항상 끊임없이 희생했던 웨인 루니(23)가 호날두의 몫을 차지하게 된 것이죠.

웨인 루니, 더 이상 호날두의 도우미가 아니다

루니는 이번 위건전을 통해 맨유의 에이스 자리를 굳혔습니다. 팀이 5-0 대승을 거두는데 결정적인 임펙트를 발휘했기 때문이죠. 그것도 팀 승리의 쐐기를 박는 골을 두번이나 작렬한 것은 진정한 골잡이로서의 위용을 보여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적지 않은 득점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최근 A매치 8경기 10골) 그 저력을 맨유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루니의 맨유는 후반 10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대 수비진의 압박을 벗기지 못해 기진맥진 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이 최전방을 활발히 움직였지만 상대의 저항이 만만찮았기 때문에 공격 작업이 수월치 못했던 것이죠. 그러던 루니는 후반 10분 위건 문전 중앙에서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띄운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헤딩 선제골을 작렬했습니다. 그 골은 위건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흔들려 대량 실점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질 정도로 임펙트가 강렬했습니다. 에이스의 힘이 무엇인지를 루니가 실력으로 말해준 것입니다.

이러한 루니의 선제골은 맨유 선수들이 맹공격을 퍼붓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12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폴 스콜스의 감각적인 전진패스를 받아 팀의 두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19분에는 루니가 페널티 박스 내에서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맨유는 루니의 선제골 속에 9분 동안 3골을 몰아넣으며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그리고 39분 마이클 오언, 46분 루이스 나니가 추가골을 넣으며 5-0 대승이 완성됐습니다.

루니가 팀 승리의 결정적 역할을 다하는 장면은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측면과 중앙을 종횡무진하는 이타적인 움직임과 경기 조율 능력을 앞세워 호날두의 골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죠. 몇몇 경기에서는 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팀 전술에서는 자신보다는 호날두에게 절대적인 비중과 초점이 모아졌기 때문에, 늘 호날두의 에이스 진가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루니는 두달 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팀의 차기 에이스로 꼽히더니 이제는 실력으로 그것을 증명했습니다. 2004년 8월 맨유 이적 이후 프리미어리그 다섯 시즌 동안 11-16-14-12-12골 넣으며 꾸준히 10골을 넘겼지만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골을 넣는 골잡이로 거듭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지난 7일 잉글랜드 일간지 <텔레그래프>를 통해 "루니를 중앙에 고정시킬 것이다. 골을 넣는데 집중하면 25골(각 대회 포함) 정도 기록할 것이다"며 루니의 득점 역량을 키우기 위해 측면에 세우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루니는 지난 9일 첼시전, 16일 버밍엄 시티전, 22일 위건전에서 골을 넣으며 단기간에 팀의 중심 원동력으로 떠올랐습니다. 횡적인 움직임을 줄이고 문전으로 달려드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면서 많은 슈팅들을 날렸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총 22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팀 슈팅(66개)의 3분의 1 몫을 차지할 만큼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맨유 공격의 포커스를 루니에게 맞췄음을, 그리고 루니의 골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루니는 호날두처럼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득점기계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맨유 입단 이후 뤼트 판 니스텔로이(레알 마드리드)와 호날두의 도우미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출중한 득점력이 가려졌을 뿐, 실제로는 그라운드에서 거침없는 화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했습니다. 호날두도 판 니스텔로이가 존재하던 시절에는 득점력이 꿈틀거리던 미완의 대기였던 것 처럼, 퍼거슨 감독은 루니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던 겁니다. 그 시점이 바로 올 시즌부터 였고 벌써부터 성과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맨유의 문제는 득점력이 출중한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입니다. 박지성-발렌시아는 골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고 나니는 이번달에 2골을 넣었음에도 경기 내용에 여전히 기복이 심한 선수입니다. 긱스-스콜스 같은 노장들에게 많은 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팀 득점은 투톱 공격수에게 쏠릴 수 밖에 없으며 그 중심인 루니에게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가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루니의 골이 보장되어야 하는 공식 성립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의 맨유'로 불렸던 맨유가 이제는 '루니의 맨유'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루니의 가속 행진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는 경기 내용에 있어서 늘 꾸준한 맹활약을 펼쳤고 이제는 호날두가 빠지면서 거침없이 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상대팀의 집중 압박을 받더라도 볼 키핑력과 몸싸움, 활로 개척, 중거리슛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충만합니다. 맨유의 새로운 에이스로 진화한 루니가 이제는 팀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위해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