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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킬러들의 전쟁, 득점왕 누구?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2009/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오는 15일 저녁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첼시-헐 시티 경기를 필두로 9개월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 선수들이 모인 '꿈의 리그' 입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녹색 그라운드에서 열띤 경쟁을 벌일 선수들의 각축전이 팬들의 흥미를 끕니다. 그 대표격이 바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입니다. 축구는 상대팀보다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기는 스포츠 종목이며 최다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득점왕이라는 최고의 명예를 거머쥡니다. 특히 골잡이들에게 있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입니다. 올 시즌에는 어떤 선수가 득점왕에 오르며 축구팬들의 많은 이목을 끌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아넬카의 2연패, 드록바-램퍼드의 득점왕 도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2001/02시즌 부터 지금까지 두 가지의 뚜렷한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하나는 잉글랜드에 첫 진출한 선수가 득점왕을 수상한 경우가 없었으며 또 하나는 우승팀 혹은 우승에 근접한 팀에서 득점왕이 배출 됐습니다. 두 가지의 패턴을 종합하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후보군으로 꼽히는 골잡이들은 11명으로 압축됩니다. 웨인 루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이상 맨유) 페르난도 토레스, 스티븐 제라드(이상 리버풀) 니콜라스 아넬카, 디디에 드록바, 프랭크 램퍼드(이상 첼시) 안드리 아르샤빈, 로빈 판 페르시(이상 아스날)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카를로스 테베즈, 호비뉴(이상 맨시티) 입니다.

무엇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1순위로 평가받는 첼시 골게터들의 고공행진이 주목됩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인 아넬카, 2006/07시즌 득점왕인 드록바, 런던 최고의 미들라이커인 램퍼드의 공격 삼각편대가 그것입니다. 세 선수 중에서도 올 시즌 첼시의 투톱을 맡을 아넬카와 드록바의 선의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넬카는 지난 시즌 37경기에서 19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1일 선더랜드전부터 14일 웨스트 브롬위치전까지 3경기에서 7골을 몰아쳤고, 12월 14일 웨스트햄전까지 14골을 퍼붓는 무서운 득점 능력을 발휘하는 패스트 스타터로 일찌감치 득점 선두 자리를 예약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첼시의 전반적인 공격력 저하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시즌 후반에는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로서 드록바의 골을 돕는 이타적인 역할을 소화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5월 리그 4경기에서 모두 1골씩 뽑아 넣으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1골 차이로 제치고 득점왕에 등극했습니다.

그런 아넬카의 오름세는 올 시즌에도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져니맨 이었으나 첼시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소속팀을 위해 자신의 특출난 골 본능을 맘껏 쏟게 되었습니다. 드록바와의 공존도 히딩크 체제를 통해 성공적인 행보를 나타내면서 공격 전개에 있어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득점력을 뒷받침할 말루다-에시엔(미켈)-램퍼드-발라크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드록바와 더불어 많은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드록바는 얼마전 첼시와 재계약하면서 안첼로티 체제를 빛낼 골잡이로 활약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비록 지난 시즌 스콜라리 체제에서 실망스런 활약을 펼쳤지만 히딩크 체제 이후에는 거침없는 골 감각으로 '드록신'의 진정한 강림을 알렸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FA컵을 포함해서, 지난 2월 25일 유벤투스전 부터 4월 18일 아스날전까지 11경기에서 9골을 넣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팀이 골을 필요로 하는 상황마다 결정적인 한 방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올 시즌에는 그 기세를 몰아 득점왕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램퍼드는 지난 시즌 12골을 넣으며 미들라이커로서의 저력을 떨쳤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보다 4-1-4-1의 왼쪽 윙어, 4-3-1-2의 왼쪽 미드필더를 소화했던 위치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강력한 중거리슛과 문전 쇄도 과정에서 상대 수비진의 빈 틈을 노려 골을 넣는 집중력이 군계일학 이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드록바-아넬카 투톱 뒷쪽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진하기 때문에 지난 시즌보다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첼시 선수의 득점왕? 우리가 견제한다!

'호날두 없는' 맨유는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득점왕을 노리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루니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25골 넣으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맨유가 호날두의 이적으로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기 때문에, 호날두와 더불어 팀의 상징으로 꼽히던 루니의 비중이 커졌습니다. 최근에는 퍼거슨 감독이 루니를 중앙 공격수로 붙박이 기용하겠다고 밝혀, 루니의 골이 예전보다 늘어날 전망입니다. 루니는 2004/05시즌 부터 지난 시즌까지 맨유에서 활약한 다섯 시즌 동안 리그에서 11-16-14-12-12골 넣었습니다. 매 시즌마다 최소 10골 넣었던 그가 올 시즌에는 득점왕을 바라볼지 무척 흥미롭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지난 시즌 9골 넣었지만 3075만 파운드(약 631억원)의 이적료에 어울리는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맨유 현지 팬들에게 '디미타르 베론', '맨유판 로비 킨'이라는 비아냥을 받았기 때문에 절치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9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을 통해 "베르바토프는 올 시즌 매우 위협적인 선수가 될 것이다"며 베르바토프의 거침없는 골 폭풍을 주목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호날두가 없는 맨유는 루니-베르바토프의 '쌍포'가 터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리그 최다득점(77골) 1위를 견인했던 제라드와 토레스의 거침없는 골 감각도 기대됩니다. 두 선수는 각각 16골, 14골을 넣으며 리버풀 득점 비중의 39%를 차지했습니다. 리버풀은 그동안 두 선수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올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하려면 두 선수가 팀을 위해 많은 골을 넣어야 합니다. 그 효과가 득점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토레스는 베컴-앙리-호날두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로 꼽히고 있습니다. 2007/08시즌 33경기 출전 24골, 2008/09시즌 24경기 출전 14골의 성적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거듭났고, 그 기세를 몰아 지난 10일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가 선정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공격수 4위에 올랐습니다.(1위 : 앙리) 리버풀의 우승을 이끌 선두주자로서 올 시즌 득점왕에 올라 자신의 클래스를 화려하게 장식할지 주목됩니다. 제라드는 최근 네 시즌 동안 10-7-11-16골 넣으며 미들라이커의 진수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16골 넣으며 득점 1위 아넬카를 3골 차이로 추격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뛰어난 득점 감각을 앞세워 득점왕에 오를지 주목됩니다.

아스날은 전통적으로 공격에 강합니다. 특유의 화려한 패스 플레이와 빠른 경기 템포, 날카로운 역습 플레이를 앞세워 상대 골망을 흔드는 팀입니다. 비록 올 시즌에는 아데바요르의 이적으로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지만 아르샤빈-판 페르시가 있기에 여전히 든든합니다. 아르샤빈은 지난 4월 리버풀 원정에서 혼자서 4골이나 몰아치는 괴물 같은 득점 능력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판 페르시는 아데바요르의 골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했으나 이제는 팀의 원톱으로서 자신의 출중한 득점력을 주무기로 상대 골문을 위협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두 선수 모두 득점왕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 입니다.

그리고 올 시즌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맨시티는 호비뉴-아데바요르-테베즈의 매서운 화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호비뉴는 지난 시즌 14골 넣으며 잉글랜드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고 아데바요르와 테베즈는 지난 두 시즌 동안 각각 34골, 19골 기록했습니다. 네임벨류만을 놓고 보면 리그 득점왕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로서 올 시즌 자신의 명성에 맞는 득점 능력을 발휘할 지 기대됩니다. 맨시티가 올 시즌 리그 4위권 진입에 성공하려면 세 선수의 득점포가 꾸준히 터져야 합니다. 호비뉴-아데바요르-테베즈는 팀 성적 향상과 득점왕이라는 두 가지의 동기부여를 안고 올 시즌 화려한 고공 질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