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비롯한 맨유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벼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호날두가 없음으로해서 우승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물론 호날두만 맨유를 떠난 것이 아닙니다. 카를로스 테베즈가 맨유의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테베즈의 공백은 마이클 오언이 메울 수 있지만, 호날두 같은 누구도 범접 불가능한 존재는 어느 누구도 공백을 메우기 어렵습니다. 오언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이적생으로 들어온 맨유의 현 스쿼드 내에서는 호날두 공백을 완벽히 메울 선수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이미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에 '호날두 그림자'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맨유 EPL 4연패 키워드, '호날두 그림자' 걷어내기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는 11일 프리미어리그 25년 역사 속에서 가장 강했던 10팀을 선별하며 2006~2009년의 맨유를 2위에 올렸습니다.(1위는 2001~2004년의 아스날) 타임즈는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결승 진출은 얼마나 강한 팀인지를 증명한다. 호날두 없이 영광을 재현하느냐갸 관건이다"라며 호날두 없이 2009/10시즌을 치러야 하는 맨유의 미래에 물음표를 찍었습니다. 공교롭게도 2006~2009년은 호날두가 맨유의 에이스이자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활약하던 시기입니다. 맨유의 호날두 공백 메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전술적인 변화를 앞세워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복안을 구상했습니다. 플랫 4-4-2의 비중을 넓혀 박지성과 발렌시아 같은 이타적인 미드필더들의 역량을 늘리고 투톱의 득점 능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 그 요지죠.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골에 대한 초점을 투톱에 맞출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4-4-2를 구사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박지성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고 '나니-루니-베르바토프'로 짜인 4-3-3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투톱에 의존하는 뻔한 스타일의 공격을 펼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말합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실드에서 드러난 맨유의 공격력은 아쉬움에 남은 것이 사실입니다. 호날두처럼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골을 터뜨리거나 매직 드리블을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휘어잡는 선수가 잃음으로해서 공격의 무게감이 줄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은 쉐도우 성향이 서로 겹치는 특성 때문에 골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골을 해결짓지 못하는 한계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루니가 후반 47분에 동점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은 베르바토프가 교체되고 라이언 긱스가 자신을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맨유의 투톱도 약점이 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은 루니-테베즈 투톱에 비해 경기 템포와 역동성이 떨어져 상대 수비에게 읽히기 쉬운 공격 패턴을 나타냅니다. 오언-루니, 오언-베르바토프 투톱의 역량을 키워야 하나, 오언은 부상이 많은 이력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10개월 장기 레이스를 이겨낼 지는 의문입니다. 오언과 함께 타겟맨 역할을 해 줄 페데리코 마케다는 1대1 돌파 능력과 볼 키핑이 약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루니는 경기 템포를 조절하고 볼 점유율과 공격 주도권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 역할에서 주어지는 한계 때문에 호날두처럼 많은 골을 넣을지는 의문입니다.
호날두 그림자가 지워지지 힘든 또 하나의 이유는 미드필더진입니다. 미드필더 어느 누구도 호날두처럼 출중한 득점 능력을 자랑할 수 있는 '미들라이커'가 없기 때문입니다. 맨유는 불과 몇년 전까지 긱스-스콜스-베컴 같은 미들라이커가 존재함으로써 득점력이 다변화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첼시-리버풀-맨시티-아스톤 빌라는 프랭크 램퍼드, 스티븐 제라드, 스티븐 아일랜드, 애슐리 영 같은 미들라이커가 존재하고 아스날은 뚜렷한 미들라이커 없이도 미드필더와 공격수를 모두 소화하는 안드리 아르샤빈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는 미들라이커가 없습니다. 박지성-발렌시아-안데르손은 득점력이 부족한 미드필더들이며 나니는 기존 주전 자원들에게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캐릭-플래쳐는 수비에 대한 비중 때문에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 뒷 공간이 뚫려 수비 자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긱스-스콜스는 은퇴 기로에 있는 노장으로서 예전의 출중했던 득점 감각이 무뎌졌습니다. 영을 영입했다면 미들라이커의 불안 요소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이미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하면서 최소 몇달 동안은 호날두 부재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물론 맨유는 호날두 없이도 영광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킹 뤼트 시스템의 중심이었던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2006년 여름 팀을 떠난 이후부터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영광을 이루었기 때문이죠.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다하던 에이스 없이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2009/10시즌도 무리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킹 뤼트 시스템을 표방하던 2003/04~2005/06시즌의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 중심의 시스템을 앞세운 2006/07시즌 이후에는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차지했습니다. 호날두의 존재감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맨유가 2009/10시즌에도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하려면 반드시 호날두의 그림자를 지워야 합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강자의 위용을 지켜내려면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는 작업은 불가피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투톱의 득점력을 앞세운 전술적인 힘으로 이겨내겠다는 판단을 세웠습니다. 그와 동시에 박지성-나니-발렌시아-마케다-웰백 같은 미드필더들과 백업 공격수들에게 40골을 주문하여 득점에서 분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만약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하면 호날두의 공백을 메웠다는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패하면 호날두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의 팀'으로 불렸던 맨유도 이제는 '영광의 무한함을 위해' 진보된 방향으로 달라질 때가 왔습니다. 그 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