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전반기 K리그는 한마디로 암울했습니다. K리그의 인기가 프로야구의 흥행과 대조를 나타내면서 내림세에 빠진데다 TV 생중계까지 활발하지 못해 매스컴 노출 빈도가 예년보다 약해졌습니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해외 진출과 유럽 축구 열풍 또한 K리그 흥행의 악재로 이어졌죠.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인하여 구단들의 예산 삭감은 물론 K리그 선수들의 승리수당까지 폐지되었습니다. 정규리그는 타이틀 스폰서 없이 대회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형편이 좋지 못합니다.
하지만 2009 K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 K리그가 흥행저조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흥행 요소가 필요합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매스컴과 대중들의 편견이 깨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시간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K리그는 '평균 관중' 최소 만 명의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지만 메스컴과 대중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K리그가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려면 그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무언가의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블로거는 올해 후반기 K리그를 뜨겁게 달굴 10가지의 흥행 요소를 정리했습니다. '쥐구멍에도 볕들날 있다'는 속담처럼 K리그는 침체 속에서도 여러가지의 흥행 이슈들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K리그는 올해 후반기에 흥행 실패에 대한 반전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만약 K리그가 이 기회을 충분히 살리면 매스컴과 대중들에게 외면받았던 지난날의 아픔이 아물게 될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내년 시즌 월드컵 특수와 맞물려 본격적인 흥행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마련할 것입니다.
1. 수원vs서울, 울산vs포항...8월 1일 K리그 최고의 라이벌 대결
이번주 토요일인 8월 1일에는 K리그 5경기 중에 2경기가 라이벌 경기입니다. 수원 빅버드에서는 'K리그 최고 라이벌' 수원vs서울,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영남 더비' 울산vs포항의 경기가 열립니다. 수원과 서울, 울산과 포항은 서로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앙숙 관계로 유명합니다. 수원vs서울은 항상 많은 관중수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 4월 8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국내 스포츠 사상 최다인 55, 397명을 기록했고 그해 8월 19일 빅버드에서는 41,819명을 기록해 좌석점유율 95%를 기록했습니다. 이번에도 높은 관중 수를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울산vs포항의 경기는 친정팀이 포항이었던 오범석이 최근 울산에 입단하면서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새롭게 부각 되었습니다. 이 경기를 기다리는 두 팀 팬들의 눈빛이 벌써부터 매서워지고 있습니다.
2. 김두현-오범석 복귀가 반가운 이유
김두현과 오범석은 지난 28일 잉글랜드와 러시아를 떠나 K리그에 정식 복귀했습니다. 김두현은 자신의 첫번째 프로팀이었던 수원으로 이적했고 오범석은 자신의 고향팀인 울산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에 시달리던 수원과 울산은 김두현-오범석 영입으로 전력 보강과 성적 향상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와 더불어 스타 플레이어 부족으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K리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김두현은 2004년 수원의 정규리그 우승 멤버로서 차범근호의 중원 불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로 꼽히고 있으며 오범석은 현영민과 더불어 울산의 좌우 측면 공격을 빛낼 것으로 보입니다.
3. 'K리그 최고 인기팀' 수원, 부활 성공할까?
K리그가 흥행하려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팀의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수원이 K리그 르네상스기였던 1998~1999년에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하여 K리그 최고 인기팀으로 떠올랐던 것이 그 예죠. 수원은 성적에 따라 흥행 여부가 좌우되는 팀이기 때문에 매 시즌마다 K리그 흥행의 열쇠를 쥐고 있었습니다. 올 시즌 K리그의 흥행이 지지부진했던 원인은 수원의 성적 부진 때문이었습니다. 수원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및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으나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12위로 주저 앉았습니다. K리그 후반기가 흥행하기 위해서는 수원의 부활 성공이 필수입니다. 수원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김두현과 산드로 히로시, 티아고 같은 주력 선수들을 영입하여 후반기 대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 결실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4. 이동국의 거침없는 골 감각, 그리고 전북셀로나와 판타스틱4
'사자왕' 이동국은 올 시즌 K리그 18경기 15골로 K리그 선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동국의 대표팀 승선 여부가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이제는 전북 경기때마다 자신의 골 여부에 많은 이목이 집중 됐습니다. 이동국의 거침없는 골 감각은 앞으로도 K리그 흥행의 이슈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동국의 소속팀인 전북은 올 시즌 20경기 42골로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며 '전북셀로나(전북+FC 바르셀로나)'라는 별칭을 얻었습니다. 42골 중에서 36골은 이동국(15골 0도움) 에닝요(7골 8도움) 루이스(6골 7도움) 최태욱(5골 9도움)이 기록했는데, 축구팬들은 전북의 공격 축구를 이끄는 네 명을 가리켜 '판타스틱4'로 지칭했습니다. 하반기에도 판타스틱4의 저력이 계속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5. '신생팀' 강원FC, 공격 축구-6강 PO 진출-K리그 평균 관중 1위 기대하라!
신생팀 강원의 돌풍은 흥행 참패에 허덕이던 K리그에 희망을 안겨줬습니다. 경기력에서는 신생팀의 한계를 뛰어 넘었습니다. 화끈하고 빠른 템포를 앞세운 공격 축구, 그리고 반칙 숫자를 줄이며 경기의 맥을 끊는 불필요한 모습을 자제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21일 성남전 4-1, 27일 전북전 5-2 승리를 통해 강팀을 상대로 다득점 공격 축구를 펼쳤습니다. 하반기에도 공격 축구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강원은 현재 정규리그에서 8위에 머물렀지만 6위 제주(승점 22)와의 승점 차이가 2점에 불과하기 때문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당 16,330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올 시즌 평균관중 1위를 기록 중입니다. 하반기에도 많은 관중들을 맞이할지 주목됩니다.
6. K리그가 재미없다고? '8연승'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를 보라!
최근 K리그 8연승을 기록중인 포항의 공격 축구는 'K리그가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진 축구팬들이 꼭 봐야 할 모범답안입니다. 포항은 올해 3월 축구팬들의 즐거운 축구문화 정착을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스틸러스 웨이'를 공개했습니다. 이 내용에는 백패스와 횡패스를 줄이고 스로인, 프리킥, 코너킥, 골킥을 신속하게 진행하여 빠른 경기와 공격 축구를 바라는 축구팬들을 만족 시키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레잉타임 5분 이상 늘리기, 심판 권위 존중, 깨끗한 경기 매너를 통해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팬들과 약속 했습니다. 스틸러스 웨이를 모토로 경기의 질적인 발전을 꾀하겠다는 포항의 앞날 행보가 기대됩니다.
7. 포항-서울, 아시아 제패할까?
아시아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여부도 기대됩니다. 대회 8강에 진출한 포항과 서울은 K리그의 위상을 위해 아시아를 제패해야 할 때입니다. K리그는 2006년 전북의 우승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클럽을 배출했으나 2007년과 2008년에는 일본 J리그 우라와 레즈, 감바 오사카의 우승을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이제는 K리그 클럽이 J리그의 강세를 눌러야 할 때가 왔습니다. 포항은 8강전에서 분요도코르(우즈베키스탄)와 상대합니다. 분요도코르는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첼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불과 몇년 전까지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혔던 히바우두의 소속팀입니다. 두 사람이 한국에 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습니다. 서울은 움 살랄(카타르)와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할 예정입니다.
8. 대전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김호 전 감독 퇴진 문제 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대전의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전은 김호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기 전까지 올 시즌 K리그에서 3승5무8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왕선재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이 된 이후에 가진 5경기에서 2승2무1패를 올렸습니다. 왕선재 감독대행이 어수선한 선수단의 분위기를 추스리고 더운 날씨에 좋은 경기 펼칠 수 있도록 체력 관리에 힘썼던 것이 성적 향상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대전의 또 다른 목표는 FA컵 우승입니다. 지난 15일 대구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하면서 FA컵 우승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2001년 FA컵 우승으로 축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대전이 이번에도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9. 김영후-윤준하-유병수, 신인왕 경쟁 뜨겁네
올 시즌 신인왕 경쟁은 예년보다 뜨겁고 치열합니다. 지난해에는 거물급 신인이 없었기 때문에 신인왕 경쟁의 흥미가 반감되었지만 올 시즌은 김영후, 윤준하(이상 강원) 유병수(인천)의 3파전 체제로 굳어졌습니다. 상반기까지는 유병수가 우세 였습니다. 유병수는 6월말까지 K리그 17경기 7골 3도움 기록하면서 허정무호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이 끝난 이후 경기력 저하로 슬럼프에 빠지면서 김영후-윤준하의 아성에 위협받고 있습니다. 김영후와 윤준하는 정규리그 16경기에서 각각 8골 5도움, 5골 5도움을 기록했습니다. 김영후는 내셔널리그 시절의 킬러 본능을 드러냈고 윤준하는 '특급 조커'의 명성을 떨치며 강원 공격의 활력소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신인왕 경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10. 흥미진진한 K리그의 순위 경쟁
올 시즌 K리그는 순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정규리그 1위를 놓고 서울(승점 33점)-전북(32)-광주(29)-포항(28)이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1위였던 광주가 주춤한 사이, 서울과 전북이 승점 1점 차이의 접전을 벌이는 중입니다. K리그 8연승 중인 포항의 승승장구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중하위권 이었던 팀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올라가면서 내친김에 1위까지 바라보는 모양새입니다. 중위권 팀들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도 뜨겁습니다. 6위 제주(22)가 12위 수원과의 승점 차이가 5점에 불과할 정도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 후보군에 속하는 팀들이 많습니다. 과연 어느 팀이 중위권 싸움에서 승리하여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