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과거의 긱스-스콜스처럼 한 시즌에 15골 이상을 넣을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난 공백을 누군가 메워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 26일 잉글랜드 대중지 < 뉴스 오브 더 월드 >를 통해 득점력 있는 미드필더의 부재를 아쉬워 했습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에이스이자 주 득점원으로 활약했던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이 그 원인이죠.
맨유는 지난 시즌까지 호날두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공격을 펼쳤습니다. 오른쪽 윙어인 호날두는 전방 공격수들과 동료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지원속에 많은 골을 넣으며 맨유 공격의 중추 역할을 튼튼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 미드필더진에는 호날두처럼 다득점을 노릴 수 있는 미드필더가 없습니다. 맨유가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투톱 중심의 공격 전술을 구사했던 것은 호날두 공백 여파가 적지 않음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관점이라면, 대형 선수의 이적은 또 다른 빅 스타를 영입해서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발렌시아-오언-오베르탕만 영입했을 뿐 아시아 투어 이전에 일찌감치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그 중 발렌시아는 박지성처럼 득점력이 떨어지는 이타적인 성향의 윙어이며 오베르탕은 프랑스리그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던 스쿼드 플레이어입니다. 맨유는 호날두 대체자 없이 올 시즌을 맞이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호날두 대체자는 없어도, 호날두와 똑같은 성향의 윙어가 있습니다. 호날두와 함께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루이스 나니(23)입니다. 나니는 루이스 피구-시망-콰레스마-호날두 같은 유럽 정상급 윙어들을 배출했던 스포르팅 아카데미가 키워낸 영건입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유연한 드리블 능력, 그리고 강력한 킥력과 날카로운 패스-크로스 등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호날두 못지 않게 파괴적인 공격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나니의 현실적인 위치는 박지성의 백업 입니다. 나니는 지난 시즌 맨유에서 30경기 출전 6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3경기 출전 1골 2도움에 그쳤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로 출전했던 경기는 7번에 불과했으며 그 중에서 풀타임 출전했던 경기는 지난해 5월 24일 리그 최종전인 헐 시티전 뿐이었습니다. 빅4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경험이 없을 정도로 박지성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4월 29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나니는 운이 없다. 올 시즌 대부분 박지성이 보여준 활약은 완벽할 정도로 뛰어났고 나니를 꾸준히 밀어냈다"며 나니가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음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니는 시즌 종료 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설, 친정팀 스포르팅 리스본 유턴설에 시달렸고 지난 1월부터 현지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던 방출설까지 직면했습니다. 불과 한달 전에는 맨유의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영입을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쓰일 뻔했습니다. 그러더니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지지부진하면서 가까스로 팀에 잔류했습니다.
맨유가 나니를 방출하지 않은 이유는 호날두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날두처럼 득점력이 출중한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에 나니의 '포텐'이 터지기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루니-오언-베르바토프-마케다 같은 투톱 공격 옵션들의 득점력만을 믿고 가기에는 공격 마무리 다변화를 노릴 수 없기 때문에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수 못지 않은 화력을 과시해야 합니다. 맨유 미드필더진 중에서 유일하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나니입니다.
하지만 나니가 진정한 '포스트 호날두'로 떠오르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습니다. 기복이 심한것을 비롯, 공격 활로를 잃은 드리블 돌파, 측면 한 쪽 공간에 머물려는 소극적인 모습, 공을 지나치게 끌면서 팀의 공격 템포를 끊거나 상대팀에 인터셉트를 허용하는 모습 등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여럿 있습니다. 2007/08시즌에는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고도 출중한 공격 포인트 능력을 살리며 39경기에서 4골 11도움을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상대팀들의 강력한 압박에 힘을 잃더니 결국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물론 호날두도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에는 지나친 볼 끌기와 기복이 심한 경기력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거듭 될 수록 점차 성장하면서 결국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나니는 어떠한 발전없이 정체를 거듭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에게 외면 당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나니가 호날두처럼 맨유 공격의 중추로 자리잡으려면 자신의 경기력에 변화를 줘야 합니다. 포지션 경쟁자인 박지성이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얻으며 BEST 11에 포함 되는지를 인지해야 팀 내 입지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박지성은 자신에 비해 공격력이 약하지만 맨유에서는 주전으로 뛰고 있습니다. '감독은 성실한 선수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듯, 박지성은 늘 성실한 활약으로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A매치 차출 이후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꾸준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수비형 윙어'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키웠습니다. 결국, 나니가 박지성에게 배워야 할 것은 바로 '꾸준함' 입니다.
만약 나니가 박지성의 무기인 꾸준함을 터득하여 자신의 경기력과 결합하는데 성공하면 맨유 공격의 중추로 활약할 것입니다. 상대팀 그리고 경기 장면마다 기복이 심한 모습을 줄이고 거의 매 경기마다 팀을 위해 꾸준히 헌신하면 동료 선수들에게 '그라운드에서 신뢰할 수 있는 선수'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활약 덕분에 더 이상 호날두 공백을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력에 대한 어떠한 발전이 없으면 박지성을 이길 수 없거나 팀에서 방출 될 것입니다.
올 시즌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여부는 '호날두 공백 해결'이라는 문을 따야 합니다.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한 현 상황에서는, '투톱 공격수의 맹활약과 함께' 나니라는 열쇠를 통해 문이 열려야 합니다. 나니에게 있어 올 시즌은 중요합니다. 맨유에서의 앞날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나니가 맨유 공격의 불안 요소를 깨끗이 해결할 수 있는 옵션으로 거듭나면서 '포스트 호날두'로 자리잡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