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아스날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맹활약을 펼쳤던 티에리 앙리(32, FC 바르셀로나)와 엠마뉘엘 아데바요르(25,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 두 선수는 아스날의 타겟맨이자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골잡이로 맹위를 떨쳤으며 지금은 다른 팀에 소속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앙리는 2007년 6월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고 아데바요르는 이번달 중순 맨시티로 팀을 옮기면서 아스날과 작별했죠.
그러나 두 선수는 아스날의 스타 플레이어 였음에도 아스날 팬들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 입니다. 앙리는 아스날 팬들의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아데바요르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앙리는 아스날 팬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킹(King)'이었고 아데바요르는 킹의 자리를 물려받을 적임자로 손꼽혔기 때문에 반응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 팬들은 그것 때문에 아데바요르를 미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앙리-아데바요르, '충성심'이 극과 극
앙리가 아스날을 떠난 이유는 데이빗 데인 전 아스날 부회장의 사임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데인 전 부회장은 1999년 앙리를 유벤투스에서 데려왔으며 자신의 아들인 대런 데인은 앙리의 에이전트를 맡을 정도로 사이가 좋습니다.
그러던 데인 전 부회장은 아르센 벵거 감독과 더불어 아스날의 해외 자본 유입을 주장하다 보수적인 수뇌부들의 반대로 구단 매각에 실패했습니다. 아스날의 전통을 지켜 해외 자본의 유혹을 이기겠다는 것이 피터 힐-우드 회장의 입장이었죠. 힐-우드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데인 전 부회장은 2007년 4월 사임했고 뱅거 감독의 재계약이 힘들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예상도 있었습니다. 앙리는 데인 전 부회장이 떠나자 아스날에 대한 섭섭함을 느끼며 그해 6월 바르셀로나로 이적했습니다.
이에 아스날 팬들은 '앙리를 왜 떠나보내냐?'며 구단에 반발했습니다. 아스날 팬들에게는 자신들의 영웅이자 킹, 그리고 아스날에 대한 충성심이 높았던 앙리가 이적을 택한 것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것도 팀의 기둥이자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던 선수였으니 바르셀로나 이적에 믿기지 않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앙리는 바르셀로나 이적 이후에도 아스날에 대한 강한 애정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월 11일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나에게는 아스날의 피가 흐르고 있다. 아스날 팬이 된 것은 자랑스럽고 지금도 아스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며 아스날을 좋아하는 감정을 내비쳤습니다. 최근에는 바르셀로나의 웸블리 컵 참가로 인해 '아스날 연고지' 런던을 방문 했습니다. 앙리는 23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여전히 아스날을 사랑한다. 아스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바라고 있다"며 아스날의 무궁한 발전을 바랬습니다. 그동안 아스날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 때문에 여전히 친정팀에 대한 충성심을 잊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아데바요르가 아스날을 떠난 이유는 다름 아닌 돈 때문 이었습니다. 아데바요르는 맨시티로 이적하기 전까지 아스날과 주급 문제를 놓고 1년 동안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던 선수입니다. 아스날이 자신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AC밀란, FC 바르셀로나와 접촉을 했고 그 중 한 팀이었던 AC밀란과는 영입 성사 직전까지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결국 이적은 무산 되었지만 다른 팀으로 옮기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스날 팬들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아데바요르는 지난 시즌 초반 홈 경기에서 아스날 팬들의 야유 소리를 들으며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러던 아데바요르는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에서 태업성 부진 논란에 시달렸습니다. 아스날은 자신들의 라이벌인 맨유를 꺾기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아데바요르는 팀의 원톱이었음에도 최전방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팀 패배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죠. 그러더니 챔피언스리그 4강 이후에 열린 지난 5월 16일 맨유와의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는 18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벵거 감독은 아데바요르가 팀을 위해 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아데바요르는 지난 5월 13일 <BBC 아프리카 스포츠>를 통해 "프로 선수는 돈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아니면 아스날에서 뛰지 않겠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유럽에 왔냐"며 더 많은 주급을 받기 위해 이적을 불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자신은 거액의 몸값을 원하지만 아스날은 짠돌이 구단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려고 했던 것이죠.
결국 아데바요르는 이번달 중순 맨시티와 이적료 2500만 파운드(약 515억원) 주급 17만 파운드(약 3억 5000만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주급 17만 파운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에 달하는 금액으로서 아스날 시절에 받았던 8만 파운드(약 1억 6500만원)의 두 배가 넘는 돈입니다. 그러던 아데바요르는 지난 25일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을 통해 "내가 맨시티와 계약한 이유는 빅4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2009/10시즌 아스날을 제압하고 (빅4에) 도전할 것이다"며 친정팀 아스날을 공격 했습니다. 아스날 팬들을 불편하게 할 수 밖에 없는 멘트입니다.
앙리와 아데바요르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결국 충성심 때문이었습니다. 앙리는 데인 전 부회장의 사임으로 인한 충격을 받아 아스날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여전히 아스날에 대한 좋은 감정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데바요르는 돈 문제 때문에 아스날과 대립하더니 친정팀을 떠난 이후에는 도발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물론 프로는 돈도 중요하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팀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선수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앙리와 아데바요르에 대한 아스날 팬들의 반응이 서로 대조적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