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호날두의 맨유, '투톱의 맨유'로 변화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있어 아시아 투어와 아우디컵은 '전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공백의 대안으로 새로운 공격 전술을 단련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제 맨유는 호날두가 없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과 이적생들이 서로 똘똘 뭉쳐 팀 공격력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맨유는 31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알리안츠 아레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우디컵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 과의 결승전에서 0-0으로 비겼으나 승부차기 끝에 6-7로 패했습니다. 4번째 키커와 8번째 키커였던 파트리스 에브라, 조니 에반스의 슈팅이 뮌헨 골키퍼 미카엘 렌징의 선방에 걸리면서 아우디컵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비록 뮌헨전에서는 승부차기에서 패했지만, 새로운 공격 전술을 가동하며 선수들의 호흡을 끌어올리는 것과 함께 불안 요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뮌헨전에서는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공격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약점이 드러났던 것은 사실입니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전가지 뮌헨전에서 드러난 약점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호날두에게 쏠리던 팀 공격의 중심이 이제는 투톱으로 무게감이 쏠린 것입니다. 아직은 시행 착오 단계지만, 투톱 중심의 공격을 쓸 것임을 아시아 투어와 아우디컵을 통해 알렸습니다.

맨유, 2009/10시즌 키워드는 '투톱'

맨유는 그동안 호날두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호날두는 오른쪽 윙어라는 포지션에 제약받지 않고 동료 선수들의 활발한 공격 지원을 받아 스스로 골을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는 호날두 같은 에이스급 선수가 없습니다. 에이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이스를 찾아야 하고 팀 전술도 새롭게 개편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맨유는 이번 아시아 투어와 아우디컵에서 투톱 중심의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전방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오른쪽에서 프리롤 역할을 하는 호날두에게 많은 패스를 밀어주고, 호날두를 비롯한 측면 옵션들과 공격수들이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공격하던 무한 스위칭 체제와는 다른 공격 전술을 구사 했습니다. 미드필더들이 투톱 공격수들의 골을 위해 이타적인 활약에 힘을 실어주는 전술로 뒤바뀐 것입니다. 미드필더들 중에서 호날두처럼 꾸준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기적' 성향의 루이스 나니도 이제는 이타적인 경기에 눈을 떴습니다. 나니는 뮌헨전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공격 기회를 받았음에도 골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패스 위주의 플레이에 집중했습니다. 독단적인 드리블 돌파와 무리한 크로스 남발, 지나치게 볼을 끄는 드리블을 자제하고 동료 미드필더인 라이언 긱스, 쉐도우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향해 짧은 패스를 연결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러한 경기력은 그동안 맨유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맨유의 미드필더진이 투톱 중심의 공격으로 무게감이 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맨유는 아우디컵 보카 주니어스전에서 마케다-루니, 뮌헨전에서는 오언-베르바토프 투톱을 활용했습니다. 특히 쉐도우를 맡은 루니와 베르바토프는 미드필더들에게 많은 공격 기회를 받으면서 자신이 직접 공격을 전개하거나 최전방에 있던 타겟맨에게 공격을 띄우는데 주력했습니다. 루니와 베르바토프는 팀 공격을 이끄는 기질이 뛰어난데다 패싱력과 돌파력, 공격수 특유의 센스와 결정력이 마케다-오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두 선수는 타겟맨보다 쉐도우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의중입니다.

특히 루니는 두 명의 조력자가 있기 때문에 '호날두에게 가려졌던' 공격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바로 박지성-발렌시아 입니다. 박지성은 2005/06시즌 부터 루니와 철벽 호흡을 자랑했고 발렌시아는 보카 주니어스전에서 루니와의 유연한 호흡능력을 자랑하며 상대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손쉽게 허무는 것과 동시에, 전반 41분 박지성-루니로 이어진 스루패스를 받아 자신의 맨유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습니다. 두 선수가 올 시즌 맨유의 좌우 윙어를 맡을 적임자라는 것은 루니에게 호재입니다.

베르바토프는 지난 시즌 후반부터 4선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왔던 선수입니다. 맨유의 타겟맨으로서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의 우아한 볼 터치와 경기 조절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판에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매끄러운 경기 운영능력을 펼쳤고 아시아 투어와 아우디컵에서는 미드필더 앞선으로 내려와 팀 공격을 주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루니가 박지성-발렌시아 같은 조력자들의 헌신에 힘입어 경기를 펼친다면, 베르바토프는 스스로 공격을 주도하려는 성향이었습니다.

이러한 맨유의 공격 스타일이 완성되려면 마케다-오언 같은 타겟맨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일단, 마케다는 활약이 미미했습니다. 자신과 앞선에서 맞닥드리는 상대 수비수를 제치지 못해 고전하는 장면이 여렷 있는데다 쉐도우와의 폭을 좁히지 못해 활발한 골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1군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려면 경기를 읽는 시야와 개인기를 연마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언은 상대 수비수들의 강력한 압박을 받으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상대 수비의 허점이 생기면 그 틈으로 파고들며 골을 노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수비력이 강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재기 가능성은 여전히 유보입니다.

하지만, 맨유의 투톱 중심 공격이 완성 되려면 마케다-오언이 타겟맨으로서 제 구실을 다해야 합니다. 맨유는 호날두를 잃은데다 루니-베르바토프가 로테이션 형태로 공격을 주도하기에는 화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타겟맨들이 분발해야만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마케다는 확실한 성장이 필요하고, 오언은 루니-베르바토프에게 받는 패스를 통해 골을 넣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뮌헨전에서는 좌우 윙어를 맡은 나니-깁슨이 상대 수비의 압박을 뚫는데 실패했습니다. 뮌헨 선수들이 측면을 중심으로 수비벽을 촘촘히 애워쌓으면서 나니-깁슨이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후반 17분 깁슨을 대신하여 교체 투입되었던 발렌시아도 공격 과정에서 2명의 뮌헨 선수들의 압박에 시달리며 움직임이 날카롭지 못했고 크로스도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나니가 긱스-베르바토프와의 간격을 좁히면 활발히 패스 연결을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상대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타적인 공격력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죠. 맨유가 앞으로 뮌헨전처럼 고전하지 않으려면 윙어들과 중앙 미드필더,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간격을 좁히면서 서로의 고립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맨유는 올 시즌 루니-오언-베르바토프-마케다로 짜인 공격수 4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호날두가 떠나면서 공격의 파괴력이 약해졌지만 우승을 해야 하는 빅 클럽이기 때문에 새로운 공격 전술을 키워야만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과연 맨유가 투톱의 역량을 강화하여 이전과 차원이 다른 불꽃 화력을 과시할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

맨유의 뮌헨전 선수명단(4-4-2)

판 데르 사르/플래쳐-퍼디난드(69' 캐스카트)-에반스-에브라/깁슨(62' 발렌시아)-스콜스-긱스-나니/베르바토프(77' 안데르손)-오언(77' 루니)

승부차기 : 긱스(o)-안데르손(ㅇ)-나니(ㅇ)-에브라(x)-루니(ㅇ)-플래쳐(ㅇ)-스콜스(ㅇ)-에반스(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