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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1도움' 맨유, 8골로 얻은 소득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아시아 투어 마지막 경기에서 무려 8골을 작렬하며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었습니다.

맨유는 26일 저녁 9시(이하 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황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맨유 아시아 투어' 4차전 항저우 그린타운전에서 8-2의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전반 23분 마이클 오언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43분 라이언 긱스의 8번째 골에 이르기까지 '골 넣는 공격축구'의 위력을 과시하며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알렸습니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긱스는 항저우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으며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는 1골 3도움, 마이클 오언은 2골, 루이스 나니는 1골 2도움, 조란 토시치는 1골, 웨인 루니와 파트리스 에브라는 1도움을 올렸습니다.

'산소탱크' 박지성은 긱스와 함께 교체 투입되어 1도움을 기록했습니다. 후반 17분 오른쪽 측면 구석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긱스에게 오른발 패스를 연결했고, 긱스는 왼발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박지성은 프리시즌 두번째 경기에서 동료 선수의 골을 도우며, 공격 포인트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맨유, 8골 화력이 값진 이유

우선, 맨유와 상대했던 항저우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어떠한 무게감이 없었으며 단조롭고 쉽게 끊어지는 공격 전개와 느슨한 압박으로 맨유에게 끌려다니고 말았습니다. 후반 32분과 추가 시간에는 맨유의 골문을 흔들었지만 이미 맨유가 승리를 굳힌데다 골키퍼 벤 포스터의 실수가 컸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맨유는 약팀을 상대로 8골 넣었습니다. 어쩌면 싱거운 결과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호날두-테베즈 공백을 메우고 새로운 공격 전술을 연마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 많은 골을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후반 막판까지 8골을 몰아쳤던 것은 공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항저우전이 친선경기지만 새 시즌이 이제 20여일 남았기 때문에 팀의 조직과 뼈대 완성, 그리고 공격 옵션끼리의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에서 8골을 넣은 것은 팀의 사기를 높이기에 충분합니다.

특히 공격 전개시의 템포, 미드필더진에서의 패스 정확도, 골에 대한 집착, 좌우 측면을 골고루 활용하는 공격 분포는 지난 24일 서울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항저우가 약팀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공격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기 때문에 8골의 소득은 제법 가치가 있습니다. 이는 항저우전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 했음을 의미합니다.

맨유는 서울전에서 4-3-1-2 포메이션 실험에 실패했지만 항저우전에서는 기존에 쓰던 4-4-2를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전반전에 오언을 타겟맨, 베르바토프를 쉐도우에 배치하여 공격 전술을 운용했는데 무려 5골을 넣었습니다. '스콜스-플래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이 경기 점유율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면서 토시치-오언-베르바토프-나니에게 많은 공격 기회가 돌아갔습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팀 공격 패턴이 베르바토프 쪽으로 치우쳤습니다. 베르바토프는 미드필더진과 오언 사이의 공간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받아 토시치-오언-나니에게 정교하고 날카로운 전진 패스, 롱패스를 밀어줬으며 그 동작이 매우 우아했습니다. 특히 전반 33분과 49분 토시치-나니의 골을 돕는 과정에서 힐 패스로 도움을 기록했고 39분 오언의 골 상황에서는 감각적인 원터치 패스로 도움을 올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반 15분 아크 왼쪽에서 자신의 오른발 힐패스로 상대 수비망을 벗기며 오언에게 골 기회를 밀어주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고 6분 뒤에는 아크 오른쪽에서 문전으로 쇄도하던 스콜스에게 스루패스를 연결하여 오른발 발리슛 장면을 유도했습니다.

어쩌면, 맨유는 올 시즌 베르바토프의 역량을 키우는 공격 전술을 적극 구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베르바토프는 지난 시즌 막판 4-2-3-1, 4-1-4-1 같은 4선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여 출중한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선보였습니다. 맨유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지능적이고 창의적인 경기 운영능력을 자랑하는데다 이러한 장점은 오언-루니에게 없는 것이기 때문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를 충분히 살릴 것입니다. 지난 서울전을 비롯해서 프리시즌을 통해 베르바토프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그가 맨유 공격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오언의 2골도 인상적입니다. 전반 23분 나니, 39분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모습은 마치 진정한 골잡이 다웠습니다. 무엇보다 나니-베르바토프-토시치와의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것은 올 시즌 동료 선수들의 지원 사격속에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쳐들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상대팀 전력 여부를 떠나 이번 아시아 투어 4경기에서 4골을 넣었다는 것은 골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언에게는 아시아 투어를 통해 맨유에서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비출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을지 모릅니다.

토시치와 나니는 항저우전에서 골을 넣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가 항저우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고 해서 주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토시치는 호날두 못지 않는 기교와 슈팅 능력을 자랑했지만 움직임이 부지런하지 못한데다 왼쪽 윙어 자리에만 고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지컬이 열세이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나니는 항저우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했지만 약팀에 강한 선수라는 편견을 깨지 못했습니다. 지난 서울전에서 상대 수비의 압박에 막혀 부진했기 때문이죠. 나니의 성장은 좀 더 두고봐야 될 듯 합니다.

그리고 박지성의 1도움 기록은 참으로 반갑습니다. 그동안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프리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도움을 기록한 것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날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쩌면 두 개의 도움을 추가로 기록할 뻔했습니다. 후반 20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긱스에게 정확히 연결되어 슈팅으로 이어진 것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35분에는 문전 바깥에서 살짝 띄워준 패스가 에브라의 중거리슛으로 이어졌으나 공은 골대를 맞았습니다. 박지성은 이번 경기를 통해 2009/10시즌 맹활약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 입장에서 이제 남은 관건은 호날두-테베즈 없는 팀 공격을 어떻게 완성짓느냐는 것입니다. 지난 서울전에서 팀 공격의 구심점이 없는 한계를 노출했기 때문에 오는 29일부터 시작 될 독일 아우디컵에서 이 문제를 해결지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니 시프트로 밀고 나갈지, 베르바토프를 팀 공격의 중심으로 키울지, 아니면 조직력에 바탕을 두는 축구로 전환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