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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09년의 맨유, 2년 전 보다 약해졌다

 

사실, 친선 경기에서 팀의 전력 및 평가를 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팀의 A매치는 몰라도 클럽 팀에서의 친선 경기는 공식 경기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전력에 대한 무게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새 시즌을 앞둔 친선 경기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시즌 이전까지 팀 전력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고 선수들의 호흡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친선 경기라도 소홀히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예로 들면, 지난해 1월 사우디 아라비아 투어는 단순한 친선 경기였고 이번 아시아 투어 및 7월말에 독일 뮌헨에서 열릴 아우디컵은 새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맨유는 24일 FC서울과의 친선 경기에서 3-2로 승리했습니다. 겉으로는 좋은 결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2년 전 서울과의 친선 경기에서는 4-0의 대승을 거두었기 때문이죠. 물론 서울의 분발 때문에 3-2의 접전을 펼쳤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맨유의 전력이 2년 전보다 약했습니다. 앞으로 20여일 뒤 2009/10시즌 대장정에 들어갈 맨유로서는 서울전을 분발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2007년과 2009년 맨유의 차이점, 호날두의 유무

맨유가 2007년 서울전에서 4-0 대승을 거두었던 이유는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호날두는 전반 20분만에 1골 2도움을 기록하는 원맨쇼를 발휘하며 서울의 수비망을 가볍게 뚫었습니다. 맨유의 공격이 4-2-3-1 포지션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호날두에게 집중 되었고, 호날두는 동료 선수들을 통해 받은 기회를 충분히 살리며 경기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당시 맨유의 공격 패턴은 호날두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반면 2009년의 맨유는 서울전에서 3-2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팀 공격을 이끄는 구심점이 없었습니다. 전반전에는 미드필더진의 정확한 패스워크에 중점을 두면서 공격을 풀었으나 서울의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고, 31분 오셰이 크로스-루니 골 상황에서는 서울 선수들이 두 선수를 노마크 상태로 놔둔 것이 골로 이어졌습니다. 맨유는 후반 15분에 조커로 투입되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개인 능력을 끌어 올리면서 서울의 수비진을 흔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는 조커 역할에 충실했을 뿐 구심점은 아니었습니다. 맨유가 객관적인 실력과 개인 능력에서 서울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내용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맨유가 이번 서울전에서 2년 전보다 화력의 세기가 약해진 것은 호날두의 존재 유무에서 비롯된 차이입니다. 2007년 서울을 상대했던 맨유는 호날두 중심 체제로 완성되었지만 지금의 맨유는 에이스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에이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이스를 찾아야 하고 팀의 전술도 새롭게 개편해야 하는 과정에 있는데, 그 체제가 완성되려면 일정 시간의 과도기가 찾아오면서 전력 약화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에게 있어 서울전은 과도기였던 것이죠. 문제는 과도기가 길어지면 팀 전력이 장기간 저하되는 불안 요소가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을 상대한 맨유는 지난 시즌과는 다른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정확히는 새로운 전술을 실험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전반 15분까지 '안데르손-캐릭-긱스-플래처'로 짜인 플랫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더니 그 이후에는 4-3-1-2로 전환했습니다. 안데르손-캐릭-플래처가 공격형 미드필더 긱스를 보조하는 형식의 공격 작전을 펼친 것이죠. 4-3-1-2는 지금까지 시도한 경험이 거의 전무했던 포메이션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호날두 부재'를 극복하지 못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선수들이 4-3-1-2라는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기에는 힘이 부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4-3-1-2는 윙어 없는 전술로 유명합니다. 맨유가 4-3-1-2를 썼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호날두가 팀을 떠난데다, 박지성은 팀에 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준비가 부족했고, 발렌시아는 비자 문제로 아시아 투어에 불참했습니다. 나니-토시치는 철저한 백업 멤버입니다. 문제는 '박지성-발렌시아' 조합의 화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박지성과 발렌시아는 최근 세 시즌 동안 각각 79경기 10골 4도움, 90경기 7골 8도움(위건 시절을 말합니다.)을 기록했습니다. 호날두처럼 골 넣는 윙어가 아닌 이타적인 활약에 힘을 실어주는 윙어일 뿐입니다. 4-3-1-2를 썼다는 것은 박지성-발렌시아 없이 로테이션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드러낸 것입니다.

그러나 맨유의 4-3-1-2는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1의 자리에 걸맞는 파괴적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기 때문입니다. 4-3-1-2의 대표작인 안첼로티 체제의 AC밀란에서는 카카(레알 마드리드)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지만 플랫 4-4-2를 근간으로 하던 맨유의 시스템과 맞지 않습니다. 선수들 대부분이 플랫 4-4-2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4-3-1-2는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강력한 압박에 무너지기 쉬운 시스템입니다. 첼시가 히딩크 체제 초기에 4-3-1-2를 주로 구사했으나 얼마 되지않아 4-3-3과 4-2-3-1을 혼용하는 체제로 전환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맨유가 호날두 없이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펼치기 위해서는 투톱의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오언-루니, 루니-베르바토프, 오언-베르바토프 조합의 시너지 효과를 골고루 키우면서 페데리코 마케다의 확실한 성장이 필요합니다. 서울전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프리시즌 경기에서는 투톱에 공격 무게감을 키우는 경기 운영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시즌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투톱의 능력을 끌어 올려야 합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선수들은 잉글랜드-말레이시아-한국-중국-독일-잉글랜드로 이동하는 프리시즌 및 투어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컨디션 저하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 일정 또한 빡빡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고전은 당연한 겁니다. 선수들의 몸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날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새로운 전술을 완성하기에는 힘이 벅찰 수 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시즌 초반에 부진한 행보를 걸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는 2007/08시즌, 2008/09시즌 초반에도 부진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슬로우 스타터'를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난 시즌에 경기력 저하로 부진했던 안데르손의 폼도 이제는 확실하게 올라와야 합니다. 만약 안데르손도 나니처럼 꾸준히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맨유의 중원 및 전반적인 경기 운영은 지난 시즌보다 더 힘들 것입니다. 맨유가 호날두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서울전에서 나타난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 스쿼드의 장점을 키워야만 합니다. 맨유에 23년 장기집권 하면서 수많은 산전수전끝에 다양한 노하우를 축적했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술 능력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