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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맨유 투어 빛낼 '최고의 스타'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7년 7월 20일 이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FC서울의 친선 경기를 보기 위해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는데 많은 축구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 중에 대부분은 맨유를 좋아하는 국내팬들 이었습니다. 맨유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방한 경기를 가지기 때문에 팬들의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MUFC'라는 카드섹션 퍼포먼스와 'Here's Another OLD TRAFFORD'라는 걸게를 걸었겠습니까.

그 중에서도,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두 선수가 있었습니다. 두 선수의 모습이 전광판 화면에 나올때 마다 큰 함성을 내질렀는데 다른 선수의 함성보다 더 컸습니다. 바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박지성입니다. 호날두는 전반 20분만에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뛰어난 슈팅 능력과 패싱력 그리고 매직 드리블을 뽐내며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반면 박지성은 경기 전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행사를 치렀으나 90분 내내 벤치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관중들은 경기 종료 후 박지성의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자 큰 목소리로 환호하며 그를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관중들을 아쉽게 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박지성의 결장입니다. 박지성은 그해 3월말 오른쪽 무릎 통증이 재발하면서 9개월 동안 수술 및 재활에 몰두 했습니다. 목발도 맨유 투어 직전에 떼었을 만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서울 선수들과 상대하기에는 무릎이 좋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이 벤치에서 입고 있던 상의는 하얀색 맨유 원정 유니폼이 아닌 붉은색 카라티 였습니다. 관중들은 호날두의 매직 드리블을 두 눈으로 보면서도 박지성의 종횡무진 돌파를 보지 못하고 경기장을 떠났죠.

반면, 이번 맨유 투어에서 가장 아쉬움이 큰 것은 호날두가 명단에 없다는 것입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어렸을적부터 동경했던 레알 마드리드 입단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맨유 투어 티켓을 예약했던 일부 국내팬들은 호날두가 맨유를 떠나면서 '티켓을 팔아야 하는거 아냐? 맨유 경기 재미 없을 것 같아'라는 반응을 보이거나 티켓을 다른 팬에게 양도했습니다. 그들에게는 호날두 없는 맨유의 경기가 허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호날두 없는 맨유의 경기는 대부분의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호날두는 세계 최정상급의 실력을 비롯 꽃미남 미모, 데이비드 베컴에 버금가는 상업적인 가치를 자랑하는 선수로서 국내 팬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입니다. 하지만 맨유 투어가 호날두 없이 흥행할 수 있는 이유는 맨유에 세계적인 슈퍼 스타들이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팬들에게 '국민브라'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파트리스 에브라를 비롯해서 웨인 루니, 마이클 오언,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안데르손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리고 맨유 투어가 흥행할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는 박지성이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2년 전 맨유 투어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벤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박지성이 2005년 맨유 입단 이후 처음으로 맨유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를 밟게 되는 것이죠. 지금까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표팀 유니폼과 PSV 에인트호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뛴 적은 있었지만 맨유 유니폼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2년 전 무릎 부상만 아니었더라면 이번이 두번째가 되었겠죠.

하지만 박지성의 위상과 가치는 2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높습니다. 2년 전의 박지성은 긱스의 체력 안배를 위한 스쿼드 플레이어의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맨유에 없어선 안될 주전 선수입니다. 물론 체력 안배와 A매치 차출 후유증의 이유로 결장 빈도가 주전 중에서 가장 많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는 대부분 선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아울러 현지 언론으로부터 '수비형 윙어'라는 찬사를 받으며 윙어가 공격보다 수비에서 팀에 높은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실력으로 입증했습니다.

박지성으로서도 고국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년 전 맨유 투어에서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그 마음속의 짐을 날리고자 그라운드에서 사력을 다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유럽에서의 쉽지 않은 적응 과정과 끊임없는 부상 악몽에 시달렸던 자신을 지탱한 것도 팬들의 아낌없는 성원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박지성은 팬들의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동료 선수들보다 더 열심히 경기에 뛸 것입니다. 어쩌면 박지성 자신도 맨유 유니폼을 입고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뛰는 날을 갈망했을지 모릅니다.

맨유가 '국민팀'이 된 것도 박지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축구팬들이 밤 늦도록 또는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맨유 경기를 보면서 축구의 희열을 느기며 유럽 축구를 좋아할 수 있었던 그 배경에는 박지성이 있었습니다.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 지를, 그리고 박지성의 동료 선수들 그리고 퍼거슨 감독에 대한 관심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팀에서 박지성이 주축 선수로 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는 24일 저녁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의 현역 시절 최절정의 모습을 두눈으로 직접 보게 됩니다. 대표팀의 박지성이 아닌 맨유의 박지성 말입니다. 그의 모습을 경기장에서 지켜보는 축구팬들에게는 그동안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희열과 기쁨을 느끼며 그를 응원할 것입니다. 그것도 루니, 오언, 에브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공을 주고 받거나 서로 약속된 움직임을 펼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비록 이번 맨유 투어에서는 호날두는 없지만 한국 축구의 상징인 박지성이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 선수가 유럽 빅 클럽 명문팀 선수로서 국내 무대를 밟는 경우와 그 기회는 쉽게 오지 않기 때문에 국내팬들의 기대감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맨유 투어의 주인공이자 최대 키워드, 그리고 최고의 스타는 바로 박지성입니다. 그를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마음이 벌써부터 뜨겁게 설레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