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줍기 스포츠 행사가 펼쳐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2002 FIFA(국제축구연맹) 한일 월드컵 개막식이 펼쳐졌던 장소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한국의 축구 전용 구장 중에서 관람석 수용 규모(66,704석)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최근 이곳에서 쓰레기줍기 스포츠 행사가 개최된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되는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이 많으니 말입니다.
지난 1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 vs 수원 블루윙즈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제1회 서울 월드컵 경기장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가 진행됐습니다. 관중들이 서울 월드컵 경기장 관중석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행사입니다.
어느 스포츠 경기장 시설이든 관중석 주위에 쓰레기통이 있으나 관람석에 쓰레기를 두고 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그 쓰레기를 경기장에서 축구를 관전하는 관중이 직접 줍는 이색 행사가 개최됐습니다. 그것도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제1회 대회가 펼쳐졌습니다. 대회 명칭에 쓰레기줍기 스포츠 단어가 들어간 것을 보면 어떤 관점에서 이색 스포츠(?)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관중도 참여하는 발상의 전환이 K리그 경기장에서 실현됐습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입니다. 집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그 기본이 실천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에서 피우는 담배를 길거리에 그대로 버리거나 테이크아웃 매장에서 주문했던 음식을 다 먹은 뒤에 포장용기를 버리는 행위 말입니다. 길거리 뿐만 아니라 극장, 카페, 공연장 등에서 은근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쓰레기줍기 스포츠 행사가 펼쳐지는 모습을 실제로 보니 경기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의 시민 의식이 아직은 더 발전되어야 하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는 경기시간 안에 모아온 쓰레기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우승자를 가리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3위에 해당하는 3명의 입상자를 뽑았으나 행운권 추첨까지 더해지면서 경품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역시 일반인이 참여하는 대회는 경품의 존재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대회가 FC서울의 홈 구장에서 펼쳐졌기 때문인지 FC서울 선수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이 경품으로 들어간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팬덤이 열광하는 분야에서는 희소성이 있는 굿즈가 최고의 굿즈니까요.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분은 경기장 바깥에서 접수를 한 뒤에 별도의 쓰레기 봉투를 받았습니다.
이번 경기가 K리그의 인기 팀들이 맞붙기 때문인지 양팀 서포터즈의 응원 열기가 엄청났습니다. 홈팀 FC서울 서포터즈가 E석 관중들과 함께 카드섹션을 펼치는 응원 열기를 보여줬다면 원정팀 수원 블루윙즈 서포터즈는 많은 사람들이 파란색 옷을 입으며 원정 관람석에 운집했습니다.
하프타임에 서경석이 전광판에 등장했습니다. 쓰레기줍기 스포츠를 알리는 멘트를 하더군요. 알고보니 쓰레기줍기 스포츠 MC가 서경석이었습니다.
이날 경기 관중 수는 32,057명입니다. 상당히 많은 관중이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 3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운집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3만 관중이 운집했던 날에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가 펼쳐진 것은 뜻깊은 일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관람하는 축구 경기에 쓰레기를 잘 버리자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관점을 전환해서 K리그 관중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면 이렇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대중들에게 K리그하면 관중이 없는 인식이 강합니다. 심지어 축구팬들 중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알고보면 많습니다. 축구팬이라고 누구나 K리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예전이나 지금이나 국대, 유럽축구 팬들이 많음) 그럼에도 서울과 수원이 경기를 할 때마다 관중이 많이 들어차는 모습을 보면 K리그에 관중이 없다는 인식이 어떤 관점에서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최근에 축구 관련 유튜브 콘텐츠가 뜨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 축구는 인기 스포츠임에 분명합니다. K리그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가 펼쳐졌습니다. 서울과 수원의 맞대결이 끝난 뒤 또 다른 스포츠 대회가 진행됐습니다. 관중이 참여하는 대회 말입니다. 경기 규칙은 이랬습니다.
1. 스포츠맨쉽과 경기 규칙을 마음에 새긴다.
2. 경기 중 달리지 않는다.(100점 감점)
3. 쓰레기통 안에 쓰레기를 놓지 않는다.(해당 경우 실격)
4. 경기중 다치거나 사고가 날 경우 운영진에게 알린다.
5. 가방이 찢어지거나 쓰레기가 넘치지 않도록 한다.(해당 경우 실격)
6. 경기시간을 엄수한다.(이 후 측정자는 실격)
7. 쓰레기는 북측을 제외한 곳에서만 줍는다.(100점 감점)
안타깝게도 관중석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났습니다. 카드섹션을 해서 그런지 카드섹션 종이가 관중석에 버려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음식 용기 및 음식이 버려진 모습을 보면 참으로 씁쓸하네요.
쓰레기통을 보면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린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아마도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에 참여한 분들은 아닌 듯) 하지만 일부 관중들이 관중석에 쓰레기를 버린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럼에도 쓰레기줍기 스포츠 대회에 임하는 분들이 E석 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를 차곡 차곡 모으면서 관중석이 점점 깨끗하게 변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모은 쓰레기는 주최 측에서 제공한 별도의 쓰레기 봉투에 모아졌습니다.
E석 치어리더 응원 공간에서는 쓰레기 무게 줍는 곳이 마련됐습니다. 우승자는 쓰레기 무게로 결정됩니다.
참가자분들이 관중석 곳곳에서 주웠던 쓰레기를 반납했습니다.
쓰레기줍기 스포츠 시상식은 MC 서경석 진행으로 펼쳐졌습니다. 이날 참가자분들이 주웠던 쓰레기 무게는 329Kg입니다. E석을 중심으로, 그것도 시간 제한으로 펼쳐졌음에도 상당한 무게의 쓰레기가 수거됐습니다. 그만큼 관중석에 버려진 쓰레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기본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을 이번에 쓰레기줍기 스포츠를 현장에서 보면서 실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장을 떠나기 직전에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차곡차곡 모아진 모습에서 약간의 긍정적인 부분도 봤습니다.
*관련 게시물 : 서울시 공식 페이스북
사실 이런 비교가 한국인의 시선에서는 기분 좋게 느껴지지 않지만,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일본 축구 관중이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라커룸을 청소했던 소식이 이슈가 된 적도 있었죠. 쓰레기 청소하는 인식이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발달된 것 같습니다. 굳이 축구 선수가 라커룸을 청소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만(대표팀 및 프로 선수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죠. 스포츠 경기의 주인공은 선수니까요.), 관중이 쓰레기를 청소하는 모습은 과거 일본 축구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일본의 길거리는 한국보다 더 깨끗합니다. 한국의 경우 쓰레기가 길거리에 버려진 모습이 흔합니다. 일본도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버려진 곳이 물론 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한국처럼 심하지 않습니다. 쓰레기를 줍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좋아질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분야들에서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모습이 많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