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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디어메이트

한글주간행사, 서울시 주최 차별어 학술토론회 가봤더니?

서울시 한글주간행사 차별어 학술토론회 행사 모습을 올립니다. 이 토론회는 10월 9일 한글날 이전이었던 10월 8일 서울특별시 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개최됐습니다. 한글날 테마에 맞게 한글 관련 토론회가 펼쳐졌습니다. 2018 한글주간행사 차별어 학술토론회는 서울특별시 주최 및 이화여자대학교 국어문화원 주관으로 개최됐습니다. 이 행사를 지켜보기 전까지 '차별어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지?'라는 궁긍즘을 느꼈는데 알고보니 서울시 한글주간행사 차별어 학술토론회 취지를 인지했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2018 한글, 서울을 움직이다'라는 한글주간행사 진행중입니다. 지난 10월 6일(토)부터 14일(일)까지 총 9일 동안 시민청 일원에서 한글관련 다채로운 행사를 펼칠 계획입니다. 지난 6일 개막식을 치렀다면 8일에는 제가 방문했던 차별어 학술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차별적 언어, 어디까지 어떻게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주제로 개최된 차별어 학술토론회는 한국에서 일상생활을 보내면서 접하게 되는 차별어를 비롯하여 그 개선에 대한 사회의 여러 시선에 대하여 토론했습니다. 발제자는 사회언어학자, 국어학자, 여성학자, 언론인으로 구성됐습니다.

 

 

무엇보다 2018년은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 및 제572돌 한글날입니다. 뜻깊은 해에 한글날을 맞이했습니다. 한글날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더불어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입니다. 아마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이 오래되지 않았을 겁니다.(1991년 공휴일 제외, 2006년 국경일 지정, 2013년 법정 공휴일 재지정)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되었다는 것은 한국에서 한글이 얼마나 뜻깊은 존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봐도 말입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는 한국어이며 주 문자 체계가 바로 한글입니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한글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PC 및 노트북 키보드를 쓸 때 주로 한글을 사용하게 되니 말입니다. 다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한글이 다소 아쉽게 사용될 때가 있습니다. 주로 누군가를 차별할 때 안좋은 표현을 쓰는 경우를 오프라인 및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차별어 학술토론회가 개최된 것은 우리 한글을 보다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8 서울시 한글주간행사 차별어 학술토론회 일정은 이렇습니다. 대구대학교 이정복님, 국어단체연합 김슬옹님, 이화여자대학교 손달임님, 문화방송(MBC) 강재형님이 발제자를 맡았다면 서강대학교 이정훈님, 한글문화연대 이건범님, 서울특별시 김연주님, 동국대학교 하정수님이 지정 토론 및 질의응답을 맡았습니다.(이 글에서는 호칭을 '님'으로 통일합니다.)

 

 

이정복님은 '차별적 언어의 정의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해'에 대하여 발표를 했습니다. 차별 언어는 다른 사람에 대한 비하, 멸시, 모욕의 부정적 감정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면서 구체적 표현과 사용 의도에 따라 혐오나 증오의 강한 적대적 감정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차별 언어의 유형과 사례에 대하여 7가지를 꼽았습니다. (1) 성 차별 (2) 인종 차별 (3) 장애 차별 (4) 지역 차별 (5) 직업 차별 (6) 종교 차별 (7) 기타 차별에 대하여 말입니다.

 

그 중에 지역 차별 표현에 해당하는 '까보전'이라는 단어가 저에게 상당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까보전 뜻이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용어더군요. 저는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온라인에서 그런 단어를 쓰는 경우가 있나 봅니다. 온라인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흔히 접하게 되는데(특히 프로야구 관련 포털 댓글 및 중계 관련 댓글) 쓸데없는 지역 감정은 없었으면 합니다.

 

이정복님은 차별 언어가 가진 부정적 기능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근본적 방안에 대하여 그것의 의미나 사용 결과로 나오는 문제점을 알고서 사용을 자제하려는 화자들의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차별 언어의 뜻과 사용의 문제점을 각급 학교에서 자세히 배우도록 차별 언어 인식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네요.

 

 

김슬옹님은 '서울특별시 차별어 순화의 발전적 확산을 위하여'에 대하여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가 2018년부터 차별적 행정용어 순화 정책을 적극 시행하여 큰 사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한글운동 단체와 각 기관에서 문제제기했던 용어를 중심으로 찾아낸 차별어를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 심의를 통해 1차 6건, 2차 3건 발표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2018년도 서울시 발표 차별적 행정 용어와 순화어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왼쪽이 바꿔야 할 말-순화대상어-, 오른쪽이 권하는 말-행정순화어-)
(1) 정상인(일반인)-비장애인
(2) 결손가족-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등
(3) 불우 이웃-어려운 이웃
(4) 미망인-고○○○(씨)의 부인
(5) 편부(偏父), 편모(偏母)-한부모
(6) 조선족-중국 동포
(7) 녹색 어머니회-녹색 학부모회
(8) 유모차-유아차, 아기차
(9) 내조/외조-(배우자의) 도움

 

김슬옹님은 차별어에 대하여 사람 사이의 차별을 반영하거나 은연중에 차별을 부추기는 말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단어가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사전에 올려야 할 정도로 논의가 풍성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울러 서울시가 차별어 개선 운동을 일으키고 정책을 펴는 것은 세종대왕이 태어나 소통 문자를 반포한 도시로서의 품격을 한껏 살리고 실천하는 일이기에 매우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손달임님은 '언어에 나타나는 고착화된 일상적 차별과 개선 방향'에 대하여 발표했습니다. 가족 호칭 및 가족 관계를 이르는 말에 차별적 인식에 대하여 비중을 두시더군요. '(親/친)할머니/할아버지', '(外/외)할머니/할아버지', '처가-시댁', '장모-시댁' 같은 표현 말입니다. 아마도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어렸을적부터 익숙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말에도 차별적인 시각이 있다고 하네요. 이에 대하여 여성가족부에서는 '제3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보완하여 가족 내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고 가족관계의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는데 향후 가족 호칭단어가 어떻게 보완될지 주목됩니다.

 

차별적 언어 표현에 대해서는 (1) 성차별적 언어 표현 (2) 인종, 지역 차별적 언어 표현 (3) 연령 및 신체 조건에 대한 차별 표현 (4) 직업 및 종교에 대한 차별 표현에 대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그중에 성차별적 언어 표현에 대해서는 (1) 불필요한 성별 강조 (2) 성역할이나 성별 속설의 고정관념화 (3) 성적 이미지 강조 (4) 성별 통칭어, 호칭의 불균형 (5) 특정 성 비하를 꼽았습니다. 여러 표현들을 접하면서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성차별적 언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강재형님은 '급변하는 시민들의 언어의식과 국어 순화의 간극'에 대하여 발표했습니다. 바람직한 외국어(외래어) 다듬기의 방향을 모색하며 일본어투 순화 사용 실태에 대하여 다루었습니다. 여전히 한국의 일상생활에서는 일본어투가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톱깎이를 '스메끼리'라는 일본어투로 말하는 경우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몰랐던 일본어투가 더 있었습니다. 오뎅, 우동, 와사비, 고로케는 알고보니 일본어투였습니다. 이에 대한 순화어는 각각 어묵, 가락국수, 고추냉이, 크로켓으로 말입니다. 다만, 생활에서는 우동과 가락국수에 대해서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음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담배 관련 용어인 '보루'도 일본어투라고 합니다. Board라든 영어의 일본식 발음인 ボール가 우리나라말에 들어오게 되었다네요. 정작 일본에서는 ボール보다는 カートン(Carton)이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저도 처음알게 된 부분인데 이제는 마땅한 순화어가 활성화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정 토론에서는 다른 전문가 네 분이 발제자분들의 발표문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이후 질의응답에서 어느 기자분이 '도련님', '아가씨' 같은 단어를 언급하며 가족 호칭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의 전반적인 뉘앙스를 들어보니 국가에서 바꾼다고 금방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순화어를 일상에서 쓰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말입니다.(아무래도 순화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으니까요.)

 

이에 대하여 김슬옹님의 사이다 같은 속시원한 답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로서도 감탄했습니다. 그 답변을 언급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우리나라의 제례문화, 전통문화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갖가지 악습, 이런 것들과 더불어서 호칭 문화, 그 다음에 언어를 개선하는 국민총궐기 대회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얼마전에 추석 제사 지냈잖아요. 제사 지낼 때 쓴 지방이라는거 뭐라고 쓰셨습니까"라고 언급하며 "지금 어느 시대인데 한자로 써가지고, 조상도 모르는 한자, 우리 아이들도 모르는 한자를 써놓고 절을 하고. 또 여성이다라는 성차별도 반영하고 있고. 제례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어떻게 도련님, 아가씨를 개선되겠습니까. 근본적 뿌리를 개선하는 계기로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