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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2009 한국축구 상반기 빛낸 영웅



*부제 : 2009 상반기 한국축구 결산

어느 덧 2009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2009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6개월의 시간을 되돌이 키면, 한국 축구에 기념비적인 의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비롯해서 한국 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영건들의 무궁무진한 성장, 그리고 K리그 신생팀 강원FC의 출범 등에 이르기까지 축구팬들을 반갑게 하는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축구의 본 고장' 유럽에서는 한국인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널리 떨치고 있으며, 유럽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때로는 축구팬들을 아쉽게 했던 소식도 있었습니다. K리그 클럽들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에게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연이은 구설수로 축구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선수도 있었습니다. 2009년의 한국 축구가 상반기를 거치면서 얼마만큼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누가 축구팬들 앞에서 보석처럼 빛났는지를 결산했습니다.

1. 최고의 선수 :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올해 한국축구 상반기를 빛낸 선수로서 박지성의 이름 세 글자가 쉽게 떠오릅니다. 박지성은 대표팀 주장으로서 항상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유연하게 리드하여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했고, 소속팀 맨유에서는 이전 시즌보다 강인한 활약을 펼치며 팀 내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습니다. 특히 지난 2월 11일과 6월 17일에 걸친 이란과의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모두 후반 36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패배 위기에 놓였던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줬습니다. 최종예선 2패가 될 뻔했던 성적이 2무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캡틴 박의 골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죠. 맨유에서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선발 출전의 꿈을 이루었고 지난 3월 8일 풀럼전, 5월 2일 미들즈브러전, 5월 6일 아스날전에서는 골을 넣으며 팬들을 들뜨게 했습니다.

2. 최고의 영건(23세 이하 기준) : 기성용(FC서울)

영건 중에서는 기성용이 단연 눈에 띱니다. 이미 허정무호 전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고 소속팀 서울에서는 팀 전술을 좌우하는 '준 괴물'로 성장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로서 정확한 패싱력과 유연한 경기 운영능력을 자랑하는 중원의 해결사로서 팀 내 가치가 컸습니다. 지난 2월 11일 이란 원정에서는 예리한 전진패스와 적극적인 문전 침투로 이란 수비진을 위협하며 원정 분위기에 위축된 동료 들에게 힘을 실어줬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36분 자신의 오른발에서 박지성의 헤딩 동점골을 유도하는 프리킥을 날리며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 임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지난 24일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가시마 앤틀러스전에서는 1-2로 뒤지던 후반 27분에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로 프리킥골을 성공시켜 패배 위기에 놓였던 서울의 8강 진출을 견인했습니다.

3. 최고의 신인 : 유병수(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는 지난해 K리그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통해 인천에 입단했던 홍익대 출신 공격수입니다. 올해 K리그 17경기에서는 7골 3도움을 기록하여 유력한 K리그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지난 3월 8일 부산전부터 5월 10일 울산전까지 12경기에서 6골을 넣으며 신인답지 않게 꾸준히 골망을 가르는 인상깊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문전에서의 빠른 순발력과 상대 수비수들을 정면으로 공략하는 기교, 그리고 출중한 골 결정력으로 자신의 실력을 그라운드에서 맘껏 발휘하며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의 확고한 신뢰를 얻었습니다. 그러더니 5월말 허정무호에 발탁되어 지난 3일 오만전에서 A매치에 첫 출전했습니다. K리그를 넘어 대표팀 공격의 활력소로 거듭날 유병수의 앞날 활약이 기대됩니다.

4. 최고의 감독 : 최순호(강원 FC)

성적 여부를 떠나, 최순호 감독이 최고였다고 치켜 세울 수 있습니다. 포항 감독 시절에 답답하고 지루한 수비축구를 한다는 이유로 서포터즈로 부터 퇴진운동에 시달리는 신세였지만, 강원 감독을 맡는 지금은 그때와 전혀 다른 이미지를 쌓고 있습니다. 1골 내주면 2골, 2골 내주면 3골 넣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강원과 K리그 팬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습니다. A매치 휴식기 이전까지가 워밍업 단계였다면, 지금은 강팀을 압도하는 공격력을 발휘하며 강원의 돌풍을 주도했습니다. 지난 21일 성남전 4-1, 27일 전북전 5-2 승리를 통해 '수비 축구만 할 줄 아는 감독'이라는 편견에서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다른 팀에 비해 얇은 선수층과 경험 부족의 불안 요소를 안고 있는 강원의 젊은 선수들을 독려하여 팀의 리그 5위 도약을 이끌었습니다.

5. 최고의 팀 : 광주 상무

4년 연속 정규리그 최하위에 머물다 올 시즌 1위로 껑충 뛰어올랐던 광주의 고공행진이 빛났던 상반기였습니다. 정규리그 13경기에서 9승2무2패를 기록하여 지난해보다 3배 더 많은(3승7무16패) 승수를 기록했습니다. '리틀 마라도나' 최성국을 비롯하여 최원권, 배효성, 박병규, 김태민 같은 'A급 쫄병' 선수들의 맹활약이 빛났고 김명중과 고슬기, 김용대 같은 선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팀 전력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고공비행을 거듭했습니다. 특히 최성국-김명중 듀오는 K리그 최강의 공격 무기로 떠오르며 광주의 순항을 이끄는 젖줄로 떠올랐습니다. 그런 광주는 지난달 12일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 '월드 리그 리뷰'란을 통해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에 선정되어 자신들의 돌풍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6. 뜨겁게 달군 이슈 3가지

(1) 허정무호,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
허정무호는 얼마전에 끝난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B조 1위(4승4무)로 통과하여 7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에 이은 여섯번째 대기록으로서 이제는 어느 덧 '월드컵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기성용과 이청용 같은 젊은 선수 위주의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팀의 쇄신을 꾀했던 것이 본선 진출이라는 값진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 박지성에 열광했던 상반기
한국축구 상반기에서 많은 팬들의 주목을 끌었던 선수는 박지성이었습니다.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맨유 경기만 되면 TV앞에 혹은 컴퓨터 앞에 앉아 그의 멋진 활약상을 기대했고 더 나아가 유럽 축구의 진수를 느꼈습니다. 특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선발 출전 여부는 박지성에 대한 상반기 최대의 이슈였습니다.

(3) 광주-강원의 K리그 돌풍
올 시즌 K리그 상반기에서는 수원-포항-울산 같은 기존 강호들이 부진했던 가운데, 광주와 강원이 K리그의 신선한 돌풍을 주도했습니다. 광주와 강원은 각각 1위, 5위를 기록하여 '축구공은 둥글다'는 축구의 진리를 실력으로 맘껏 발휘했습니다. 군인팀인 광주의 돌풍은 군대스리가의 재발견을 유도했고 신생팀 강원의 비약적인 발전은 흥행 부족에 허덕이는 K리그의 새로운 자극제로 떠올랐습니다.

7. 아쉬웠던 이슈 3가지

(1) 수원의 몰락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부동의 인기구단' 수원의 몰락은 K리그 흥행의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정규리그에서 12위에 그치더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서 탈락하여 아시아 정복마저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수원 빅버드를 찾는 축구팬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을 비롯 차범근 감독 경질 여론 형성, 구단 마케팅 문제 등이 도마위에 오르는 요즘입니다.

(2) 걷잡을 수 없는 이천수의 구설수
이천수는 연봉 0원 논란을 비롯해서 감자 세리머니, 페어플레이 기수, 최근에는 사우디 아라비아 알 나스르 이적 논란까지 상반기 내내 온갖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올해 전남에서 재기에 전념을 다했지만 K리그 개막전에서의 감자 세리머니로 6경기 출전 정지 및 페어플레이 기수라는 사상 초유의 징계를 받으며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알 나스르 이적 과정 또한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됐습니다.

(3) K리그 골 세리머니 논란
팬들을 당황게했던 이슈도 있었습니다. K리그 개막 초기, 스테보(포항) 이동국(전북)이 골을 넣으며 골 세리머니를 하다가 주심에게 퇴장 조치를 받았습니다. 스테보는 그랑블루 앞에서 큐피트 세리머니를 하다 퇴장당했고 이동국은 코너 깃대를 넘어뜨리다 그라운드 밖으로 떠났죠. 이동국의 행동은 선수 본인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스테보의 골 세리머니는 상대팀 팬들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여론에서는 '선수가 골 세리머니도 못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K리그 심판 판정 비판 여론을 형성했습니다.

8. 하반기에 기대되는 이슈 3가지

(1) 포항-서울,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할까?
AFC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한 포항과 서울의 우승 여부가 주목됩니다. 포항은 32강 조별예선에서 3승3무로 조1위로 통과하여 16강에 진출했고, 16강 뉴캐슬 제츠전에서는 6-0의 대승을 거두며 대회 우승 가능성을 고조시켰습니다. 서울은 극적인 8강, 16강 진출 과정에서 '서울 극장'의 감동을 안겼는데 지금의 기적같은 스토리가 어떻게 완결될지 주목됩니다.

(2)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주인공은?
포스트 시즌이 3~6위 팀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는 핸디캡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규리그 1~2위 팀 중에 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현 시점에서는 정규리그 1~3위를 기록중인 광주-서울-전북의 3파전 구도가 어떻게 결말 맺을지 주목됩니다. 광주의 선임들이 오는 10월에 전역하여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서울-전북이 유력해 보입니다.

(3) 조원희-이근호, 유럽에서의 활약상
유럽파의 활약상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슈거리 입니다. 지난 5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렀던 조원희(위건) 그리고 최근 프랑스리그 파리 생제르망(PSG) 이적이 확정된 이근호의 2009/10시즌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조원희는 위건에서의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 이근호는 유럽이라는 낯선 환경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특히 프랑스리그에 소속된 이근호와 박주영(AS 모나코)의 맞대결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슈거리로 등장할 전망입니다.

9. 하반기에 기대되는 선수들

(1) 박주영
박지성이 상반기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면, 하반기에는 또 다른 '양박'인 박주영의 맹활약 여부가 주목됩니다. 프랑스리그 첫 시즌을 순조롭게 보냈기 때문에 두번째 시즌이 되는 오는 8월부터는 기존보다 발전된 기량으로 팬들의 열기를 불러 모으게 할지 기대됩니다.

(2) 이동국
K리그 특급 스타 중에서는 이동국의 거침없는 골 폭풍이 계속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정규리그에서 8골을 넣으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그가 하반기에도 많은 골을 기록하여 사자왕의 위력을 떨칠지, 그리고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입니다.

(3) 윤준하-김영후 콤비
유병수와 함께 신인왕을 다투는 '도민루니' 윤준하, '괴물 골잡이' 김영후의 활약상도 주목할 만한 이슈거리 입니다. 두 선수는 정규리그에서 사이 좋게 5골 5도움을 기록하여 강원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윤준하의 폭발적인 문전 돌파는 늘 꾸준했고 김영후는 K리그의 템포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괴물 골 감각을 내뿜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하반기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만약 유병수가 하반기에 부진하면, K리그 신인왕은 강원 선수끼리의 집안 싸움이 될 가능성이 99% 입니다.

10. 세줄요약

(1) 상반기에는 나쁜 이슈보다 좋은 이슈들이 너무 많아 행복했습니다.
(2) 하반기에는 풍성한 이슈들, 선수들의 멋진 활약, 그리고 축구팬들을 열광케하는 명승부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한국 축구가 진부보다 진보한 행보를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저의 블로그를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