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월드컵 때마다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섰던 '펠레의 저주'. 브라질의 '축구 영웅'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은 팀은 여지없이 중도 탈락했고 칭찬한 선수들은 부상을 당했습니다. 펠레의 저주에 대한 소문은 인터넷 공간 이곳저곳에서 많이 떠돌았고 부정적인 시나리오로 끝을 맺는 그의 빗나간 발언들은 축구팬들에게 익히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 펠레가 얼마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겨냥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지난 27일 잉글랜드 스포츠 언론 <스포르트>와의 인터뷰에서 "1970~1980년대는 리버풀의 팬이었다. 하지만 지난 10~15년 동안은 맨유의 열렬한 팬이었다"며 맨유팬임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더니 "프리미어리그는 의심할 필요 없이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리그"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다음날 잉글랜드 일간지 <선데이 미러>와의 인터뷰에서는 "호날두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 즐겁다. 조지 베스트의 플레이를 떠올리는 뛰어난 기량을 가졌다"며 호날두의 기량을 맨유 레전드인 베스트와 견주며 칭찬했습니다. 이러한 인터뷰가 펠레의 저주로 이어진다면, 맨유-프리미어리그-호날두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과연 이들은 펠레의 저주의 희생양이 될까요?
맨유-EPL-호날두, 내리막길 걸을까?
펠레가 리버풀을 거론하며 맨유팬이었다고 말한것은, 맨유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리버풀이 1970~1980년대 잉글랜드 디비전1(프리미어리그 전신)을 지배하던 팀이었다면 맨유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No.1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리버풀이 마지막으로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1989년이며, 맨유는 퍼거슨 감독 부임 이후 1992/93시즌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며 이듬해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와 FA컵을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펠레의 저주 공식대로라면, 맨유도 리버풀처럼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예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맨유는 호날두-테베즈 부재를 비롯해서 리버풀의 맹추격을 받고 있으며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는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맨유는 현재 호날두-테베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적시장에서 여러명의 공격 옵션들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만약 대형 선수를 영입하더라도 그 선수가 호날두-테베즈 몫을 해줄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리버풀은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저지할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평소 맨유-퍼거슨 감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리버풀 극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맨유가 리버풀의 추격에 무너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맨유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퍼거슨 감독입니다. 올해 68세의 퍼거슨 감독은 건강 문제 때문에 곧 은퇴할 가능성이 큽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3월 8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을 통해 "나는 4~5년 전부터 가슴에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고 있는데 주치의는 건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며 은퇴 시점이 다가왔음을 시사했습니다. 만약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감독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로서는 70세가 되는 2011년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떠난다면 맨유의 고공행진이 계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맨유가 몰락하면 펠레의 저주는 또 한번 위력을 발휘하는 셈이 됩니다.
펠레는 맨유팬이라고 밝힌 것을 비롯하여 프리미어리그를 세계에서 가장 흥미있는 리그라고 밝혔습니다. 프리미어리그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리그이며 앞으로도 그 명성을 이어갈 자격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세금에 발목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연봉 15만 파운드(약 3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 50%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액 세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루이스 펠레페 스콜라리 전 첼시 감독은 29일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는 내년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시작할 것이다. 이미 40%의 높은 세금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내년 부터는) 50%다. 세금 20%를 내는 스페인, 12%를 지불하는 터키와 다르다"며 프리미어리그가 세금 문제 때문에 힘든 행보를 걸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세금 한파는 프리미어리그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다른 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이 높은 세금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꺼리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고,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른 리그 진출을 추진하는 악순환이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팽창만을 거듭했던 프리미어리그의 몰락이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에서 그대로 이어지면, 펠레의 저주는 영험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리고 펠레가 호날두를 베스트와 견주면서 칭찬한 것은, 호날두의 내리막길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맨유 레전드 중에서 특히 베스트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베스트가 호날두의 '맨유 7번' 선배였기 때문이죠. 베스트는 맨유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선수였던 반면에 호날두는 맨유 시절 "레알로 가고 싶다"며 퍼거슨 감독과 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호날두의 레알 이적설로 시끄러웠을 때, 펠레는 "선수는 소속팀과의 계약기간을 지켜야 한다. 호날두는 맨유에 남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펠레는 호날두의 충성심을 언짢게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공교롭게도 호날두는 최근 레알로 이적하여 스페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개인 기량이 출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름값을 해낼 것으로 보이지만 맨유 시절의 포스와 비교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문제는 카카와의 공존 여부입니다. 두 선수 모두 공격의 중심축으로 활약했기 때문에 서로가 공격을 해결하려는 욕심을 낸다면 레알 공격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레알에서 맨유 시절보다 기대에 못미치는 행보를 걷는다면, 많은 축구팬들은 펠레의 저주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