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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카카-호날두 영입보다 중요한 것은?

 

'갈락티코 2기'를 맞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의 목표는 프리메라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쳐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그저 바라봐야만 했고 최근 다섯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미끄러졌기 때문에 우승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죠.

그래서 레알은 최근 플로렌티노 페레즈 단장을 영입하여 ´갈락티코 2기´의 개막을 열었습니다. 그 첫번째로 지난 9일 히카르두 카카를 영입했으며 이틀 뒤 호날두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다비드 비야 영입까지 앞두게 되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카카-호날두-비야의 공통점은 공격 옵션으로 쓰이는 선수들인데, 레알은 한때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안토니오 발렌시아(위건)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입에 눈독 들였을 만큼 공격쪽에 치우치는 영입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카카, 호날두 영입을 확정지은 레알의 행보가 무조건 밝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형 공격 옵션들을 영입하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이것이 팀의 전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팀으로서 골칫거리입니다. 레알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마땅한 앵커맨 부족과 수비불안인데 페레즈 단장은 공격쪽에 매달리는 선수 영입을 단행했습니다. 반면 앵커맨과 수비쪽에는 구체적인 영입 계획안을 내놓치 못하는 실정입니다. 카카, 호날두 영입 확정에 비야 영입이 성사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공격쪽에 힘을 실으면서 영입 정책에 균형을 잃었습니다.

이러한 레알의 행보는 '갈락티코 1기'와 흡사합니다. 페레즈 단장은 지난 2000년 취임 이후 6년 동안 대형 공격 옵션 영입에 거금을 들였습니다.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호비뉴 같은 걸출한 공격 자원들을 영입하여 초호화군단을 형성한 것이죠. 그러나 레알은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형성하고도 거듭된 수비 불안에 시달리던 팀입니다. 특히 2003년 여름에는 공격 옵션과의 형평성 문제에 불만을 품은 클로드 마케렐레(파리 생제르망)를 첼시로 보낸 이후부터 거의 매 대회마다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여기에 조나단 우드게이트(토트넘) 월터 사무엘(인터 밀란)같은 수비 자원들의 부진으로 우승 행보에 발목이 잡혔죠.

갈락티코 2기가 출범한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카카, 호날두를 영입하면서 공격력 향상을 꾀했을지는 모르지만 중앙 미드필더 자원과 포백은 레알의 여전한 취약 자원입니다. 중원에서는 '가고-디아라' 더블 볼란치 조합이 버텼지만 이들의 지난 시즌 경기력은 전반적으로 불안하고 경기력에 기복이 심했고, 이는 레알이 시즌 후반까지 연승 가도를 달리다 어느 순간에 흐름이 깨지면서 시즌 막판 4연패에 빠진 원인이 되었습니다. 수비에서는 라이벌 바르셀로나보다 17골을 더 실점했고 개개인의 기량이 내림세에 빠졌습니다. 그러더니 페페가 지난 4월 말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로 다음 시즌 초반을 뛸 수 없고 파비오 칸나바로가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수비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팀의 불안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행보가 공격 옵션 영입에 비해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몇몇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레알의 영입 대상으로 꼽혔지만 모두 관심에서 끝났을 뿐입니다. 그나마 사비 알론소(리버풀)에 대한 관심에 적극적이었지만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영입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2009/10시즌이 개막하려면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은 조직력 향상을 위해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7월 중순부터 시작 될 팀 훈련까지는 영입 작업을 완료해야 합니다.

레알은 우승의 영광을 위해 반드시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영입해야 합니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 같은 경우에는 '카카-호날두(로벤)-라울-이과인(비야'?')'으로 짜인 공격 옵션의 파상적인 공격력과 팀의 공수 밸런스 유지를 위해 선수 영입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가고-L. 디아라(라사냐 디아라)-M. 디아라(마하마두 디아라)-구티 같은 자원들을 맡기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합니다. 가고는 공수 밸런스를 맞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데 더딘 모습을 보인데다 그 역할마저 어중간했고 L. 디아라는 수비와 활동량에서 믿을만한 존재였지만 패싱력이 부정확하다는 점이 흠입니다. 이들의 백업 선수인 M. 디아라도 패스와 공격전개가 떨어지고 '만능 백업요원' 구티는 압박이 강한 상대팀에게 밀리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알이 알론소 영입을 원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홀딩맨에서는 L. 디아라와 M. 디아라가 제 몫을 다할 수 있지만 가고가 맡고 있는 앵커맨쪽이 취약합니다. L. 디아라와 M. 디아라의 패싱 및 공격 전개가 약하더라도 앵커맨이 이를 능숙하게 커버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가고는 기대대로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알론소는 리버풀과 스페인 대표팀에서의 무결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는 앵커맨입니다. 리버풀과 스페인 대표팀의 공격력이 파상적이고 수비가 끈끈할 수 있었던 것도 알론소 같은 굵직한 선수가 중원에서 버텼기에 가능했던 것이죠.

문제는 알론소와 같은 경기 조율력, 패싱력, 시야, 활동량, 스테미너, 중거리슛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앵커맨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카카, 호날두, 라울과 같은 당대 최고의 공격 옵션과 호흡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조력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레알은 현재 리버풀을 상대로 사비올라-에인세-로벤을 트레이드 매물로 놓으며 알론소 영입을 추진 중 이지만, 베니테즈 감독이 이를 허락할리가 없습니다. 알론소를 대신할 수 있는 차선책을 찾기 위해 제3의 앵커맨을 찾거나 아니면 가고의 성장에 계속 기대해야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알론소를 영입하지 않으면 중원은 팀의 불안 요소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시즌 '에인세(마르셀로)-칸나바로-페페-라모스'로 형성되었던 포백은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합니다. 칸나바로가 팀을 떠난데다 페페는 징계로 시즌 초반에 볼 수 없습니다. 에인세는 방출이 유력하며, 마르셀로는 주전을 맡기에는 아직 무게감이 부족하고, 라모스는 수비 뒷공간을 자주 내주는 불안 요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왼쪽 풀백으로는 가엘 클리시(아스날) 센터백으로는 네마냐 비디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오른쪽 풀백으로는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 알바로 아르벨로아(리버풀)에 영입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라싱에 임대되었던 에제키엘 가라이가 칸나바로의 후계자로서 복귀할 예정입니다.

만약 레알이 좌우 풀백을 영입하면 '클리시(마르셀로)-페페(메첼더)-라모스(가라이)-마이콘' 조합이 형성 될 가능성이 큽니다. 클리시와 마이콘의 재능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강하며, 좌우 윙어의 공격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라모스의 센터백 전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이유는 원 포지션이 센터백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치는 라모스의 공격 재능을 살릴 수 없는 약점이 있지만 팀의 수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센터백 전환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선택입니다. 특히 마이콘은 최근 현지 언론을 통해 인터 밀란이 자신을 과소평가 하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린 적이 있어, 레알 이적 가능성이 열리게 됐습니다. 반면 비디치는 맨유 잔류를 선언했고 아르벨로아의 레알 이적설은 현 상황에서는 루머로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페레즈 체제에 접어든 레알이 갈락티코 1기보다 더 나은 업적을 거두려면 우승은 필수입니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닌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과연 레알의 이적시장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리고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를 영입하여 전력을 보강할지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

p.s : 이 글은 오마이뉴스(http://ohmynews.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