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유럽 축구의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가 막힌 선물을 내렸습니다.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팽창이 두드러지면서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리그로 군림할 것 처럼 보였지만 신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유럽 축구의 질적인 발전을 위해 새로운 흥행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말입니다.
전 세계 모든 축구팬들이 한번쯤 상상했을 시나리오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되었습니다. 세계 3대 축구 천재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히카르두 카카, 리오넬 메시가 드디어 같은 리그에서 활약하게 된 것이죠. 세 선수는 그동안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의 지존으로 꼽혔지만 호날두와 카카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이적을 확정지으면서 프리메라리가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올랐습니다.
호날두-카카-메시, 스페인에서 No.1 다툰다
우선, 프리메라리가 입장에서는 호날두와 카카의 레알 이적이 반갑습니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의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에 주춤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두 명의 축구 천재가 레알로 둥지를 틀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받으면서 프리미어리그에 꿀릴 것 없는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를 제치고 다시 한번 세계 최고의 리그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 아이콘은 다름 아닌 호날두와 카카, 메시입니다.
호날두와 카카, 메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들입니다. 2007년부터 올해에 걸쳐 소속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와 득점왕에 오르면서 당대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2007년 카카, 2008년 호날두, 2009년 메시의 구도로써 최근 3년간 사이좋게 세계 최고의 선수 타이틀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더니 2009/10시즌 부터는 프리메리라기에서 서로 '최고'를 다투게 되었습니다. 호날두와 카카는 팀 동료로 공존하면서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며,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No.1의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축구 천재로 꼽히는 세 명의 '스페인 전쟁'이 벌써부터 지구촌 축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호날두-카카는 공존이 중요, 메시는 오름세 계속 이어가야
호날두와 카카는 막대한 이적료를 기록하여 레알에 입성했습니다. 빠르고 정교한 테크닉과 스피디한 움직임, 정확성 높은 슈팅 또는 크로스를 자랑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프리메라리가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 선수는 거칠기로 정평 난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A에서 상대팀의 집중적인 견제에 시달리며 고전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레알에서는 팀 내 걸출한 공격 옵션들과 호흡하면서 상대팀 견제가 분산되기 때문에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테크니션 성향의 두 선수에게는 프리메라리가에서 화려한 전성기를 내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호날두와 카카는 같은 팀에서 뛰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최근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레알 사령탑으로 부임했기 때문에 어떤 포지션과 역할을 맡게 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전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에 비해 이타적인 역할에 무게감을 실어야만 합니다. 호날두와 카카는 맨유와 AC밀란 공격의 젖줄로 활약하면서 팀 내 전력에서 막중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에이스였지만, 레알에서 서로 그 역할을 고집하면 팀 공격력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에이스가 아닌 레알의 선수로서 서로 '공존'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호날두와 카카가 자신의 경기력을 희생해야 하는 이유는 레알의 공격진이 강한데다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여럿있기 때문입니다. '레알 에이스' 라울 곤잘레스는 32세의 노장이지만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이 쌓이더니 노련한 공격 감각을 뽐내고 있죠. 2008/09시즌 레알의 실질적인 에이스였던 아르옌 로벤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파괴적인 공격력은 여전합니다. 곤살로 이과인은 동갑내기 메시 못지 않게 부쩍 성장했고 클라스 얀 훈텔라르도 다음 시즌에 공격력이 폭발할 역량이 충분합니다. 왼쪽 윙어인 베슬리 슈나이더 또한 탁월한 기술력과 전술 소화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역량을 무시할 수 없지요.
그래서 호날두와 카카는 동료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활약을 통해 팀 공격을 도우면서 때로는 경기 상황에 따라 자신의 출중한 실력을 뽐내야 합니다. 레알의 일원으로서 프리메라리가를 접수하려면 팀 플레이가 우선입니다. 서로의 공존을 통해 천부적인 재능을 공유하면서 팀의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공헌해야만 메시를 제치고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메시는 호날두-카카와 달리 No.1을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카카가 9일 레알 이적 선언을 통해 "바르셀로나의 헤게모니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선전포고한 것 처럼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현실에 안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전력을 좌지우지 하는 에이스로서, 호날두와 카카의 등장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자 기량 업그레이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죠. 2008/09시즌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오름세를 그대로 이어가면 2009/10시즌 전망이 밝을 것입니다.
문제는 부상입니다. 바르셀로나는 2009/10시즌 도중 UEFA 수퍼컵 및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인데 메시가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정된 기간 동안 많은 경기에 뛸 수록 부상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메시는 2006/07시즌과 2007/08시즌 4번의 근육 부상을 입었던 경험이 있습니다.(2006년 클럽 월드컵에도 부상으로 결장했었죠.) 2008/09시즌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세심한 선수 관리와 식이요법을 통해 식습관을 바꿔 몸의 체질을 강화하면서 부상 없는 시즌을 보냈지만 다음 시즌은 어찌될지 의문입니다. 기량에서는 호날두와 카카에 밀릴 이유가 없지만 어쩌면 부상으로 발목이 잡힐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철저한 자기관리가 요구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호날두-카카-메시, 무엇이 다른가?
호날두와 카카, 메시는 천부적인 기교를 지닌 축구 천재들이지만 세부적인 스타일은 서로 다릅니다. 맨유와 AC밀란,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죠. 호날두가 자신의 개인 활약에 치중하는 성향이고 메시가 개인 플레이보다 팀 플레이를 즐긴다면 카카는 두 가지의 요소가 서로 혼합된 스타일입니다.
우선, 호날두는 자신이 직접 골을 해결하려는 본능이 강합니다. 2008/09시즌 맨유에서 활약한 51경기에서 279개의 슈팅을 시도, 1경기당 5.47개의 슈팅을 날릴 정도로 골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플레이에 정확한 헤딩타점과 무회전 프리킥, 페널티킥 같은 다양한 득점 패턴으로 많은 골을 넣었죠. 하지만 경기 흐름과 관계없이 골에 대한 욕심이 지나칠 정도로 무리한 슈팅을 시도하는 경향이 있었죠. 그러나 호날두가 개인 플레이에 집착하는 선수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서 14도움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맨유의 공격이 그 이후를 기점으로 호날두의 골에 치우치는 경향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팀 플레이도 잘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이타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이유가 그 예죠.
반면 메시는 호날두와 똑같은 테크니션이면서도 개인 플레이와 볼을 끄는 경기력을 버리고 팀 플레이를 철저히 하는 성향입니다. 자신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몰고 들어가면서 이니에스타-앙리-에토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패스를 열어주더니 어느 순간에는 상대 수비진이 빈 틈을 보이는 시점에서 과감히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 골을 터뜨립니다. 특히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전에서는 경기 내내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다 후반 29분 상대 중앙 수비의 전열이 흐트러진 시점에서 과감히 헤딩골을 작렬했습니다. 메시는 2008/09시즌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51경기에서 145개의 슈팅을 시도, 1경기당 2.84개의 슈팅을 날렸습니다. 올 시즌 51경기에서 38골을 터뜨렸으니 슈팅 정확도가 뛰어납니다.
카카는 호날두와 메시의 장점을 모두 지닌 선수입니다. 호날두처럼 해결사의 역할을 도맡거나 때로는 동료 선수들의 골 도우미와 공격 활로 개척에 치중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죠. 또한 호날두가 개인기에 치중하고 메시가 상대팀의 두꺼운 압박에 종종 약한 면모를 드러냈던 약점이 있다면, 카카는 공격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이렇다할 약점이 없습니다. 테크니션들의 무덤으로 꼽히는 세리에A에서 유연한 볼 키핑력을 통해 상대팀의 압박을 이겨낼 만큼 웬만해서는 상대에게 좀처럼 밀리지 않으려는 성향입니다. AC밀란에서는 4-3-1-2와 4-3-2-1을 통해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는데 메시처럼 슈팅을 아끼는 타입이죠. 2008/09시즌 35경기에서 112개의 슈팅을 시도, 1경기당 3.2개의 슈팅을 날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