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를 뜨겁게 달구던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올 시즌 내내 거침없는 순항을 달리던 FC 바르셀로나가 프리메라리가, 코파 델 레이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까지 거머쥐면서 유로피언 트레블의 3조각을 완성짓게 되었습니다. 그 원동력에는 '마라도나의 재림' 리오넬 메시(22)가 있었습니다.
메시는 그동안 마라도나의 후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지냈음에도 2인자에 머물렀던 선수였습니다. 2007년과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에서 2위에 머물렀던 것이 그것이죠. 2007년에는 카카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다음 해에는 호날두가 그 영광을 이어받았으니, 메시에게는 No.1으로 올라설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달랐습니다. 자신의 소속팀인 바르셀로나가 지난해 여름 호셉 과르디올라 체제로 개편하더니 유럽 최강의 화력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러더니 팀의 전술적인 중심과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면서 천부적인 재능을 맘껏 발휘하여 지난 시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집중됐던 감탄과 찬사의 방향을 자신쪽으로 틀게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세계 최고', 그리고 'No.1'입니다.
리오넬 메시, 호날두와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하다
메시는 2년 연속 FIFA 올해의 선수상 2위에 그친 한을 풀기라도 하듯 올 시즌 내내 '크레이지 모드'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31경기에서 23골 11도움을 기록했으며 코파 델 레이 8경기에서는 6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12경기에서는 9골 5도움을 올리며 득점 1위를 달렸습니다. 3개의 대회에서 51경기에 출전하여 38골 16도움을 기록했으니 유럽 빅 리그 선수중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러한 메시의 놀라운 활약속에 바르셀로나는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러한 스탯은 'No.2로 쫓겨난' 호날두를 충분히 능가합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31골과 8골을 넣었지만 올 시즌에는 18골과 4골에 그쳤습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는 서로 다른 리그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메시의 골 기록이 단연 우세입니다.
특히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메시와 호날두의 희비를 완전히 엇갈리게 했습니다. 메시는 후반 24분 헤딩골을 넣으며 바르셀로나의 우승을 굳힌 반면에 호날두는 90분 내내 상대 수비를 뚫지 못해 이름값을 해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바르셀로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고 우승했으니 메시가 호날두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것입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보유한 팀이 그해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죠. 최근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을 살펴보면 득점 1위 선수가 속한 팀에서 우승팀이 배출되는 것입니다. 2006/07시즌에는 카카가 10골을 넣으며 AC밀란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7/08시즌에는 호날두가 8골로 맨유의 정상 등극을 견인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메시가 9골로 득점 1위에 오른 것과 동시에 바르셀로나 우승의 큰 공헌을 세웠죠. '득점 1위=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공식이 메시를 통해 완전히 굳어진 것입니다.
그동안 지구촌 축구전문가들은 메시의 올 시즌 활약상을 높이 평가하여 '호날두를 뛰어 넘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물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증거물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이었고 결국에는 그것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제는 메시가 진정한 세계 축구의 No.1, 즉 '메시 시대'가 왔습니다. 올해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 등극은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게 되었죠.
'메시 라이벌' 호날두는 지난 시즌 No.1이 되고도 '팀 플레이보다 개인 플레이에 치중하는 선수'라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그는 올 시즌에도 그랬습니다. 여전히 무리하게 슈팅을 남발하면서 개인 플레이에 대한 미련을 꺾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이것이 독으로 작용하면서 6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단 한 번의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맨유에서 활약한 51경기에서 279개의 슈팅을 시도, 1경기당 5.47개의 슈팅을 날릴 정도로 골에 대한 욕심이 지나쳤습니다.
하지만 메시는 다릅니다. 개인 플레이와 볼을 끄는 경기력을 버리고 팀 플레이를 철저히 하기 때문이죠. 앙리-에토 같은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돕기 위해 도우미 역할을 하더니, 어느 순간에는 상대 수비진이 빈 틈을 보이는 시점에서 과감히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 골을 작렬합니다.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16도움을 기록했으니 골잡이와 도우미의 역할을 만능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활약한 51경기에서 145개의 슈팅을 시도, 1경기당 2.84개의 슈팅을 날렸으니 경기를 효율적으로 운영했던 것입니다. 이번 맨유전에서는 2개의 슈팅 중에 1개를 헤딩골로 성공시켰죠.
1999년 FIFA 올해의 선수 수상자이자 '메시의 바르셀로나 선배' 히바우두(분요드코르)는 지난 1월 14일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와의 인터뷰를 통해 "호날두는 뛰어난 선수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는 메시라 할 수 있다. 메시는 호날두보다 더 공격적이고 경기를 결정지을 능력이 있다"고 메시를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치켜 세웠습니다. 히바우두 뿐만이 아닙니다.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과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앙리-에토-푸욜(이상 바르셀로나) 라울 곤잘레스, 페르난도 가고(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도 메시를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했죠.
이제 메시에게 남은 것은 No.1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는 것입니다. 자신의 라이벌인 카카-호날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1년 밖에 유지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죠. 그동안 근육부상이 많았기 때문에 우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세심한 관리 속에 식이요법을 통해 식습관을 바꾸면서 부상없이 시즌을 보냈습니다. 그 결과 공격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으면서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달성을 이끈것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죠. 선수 본인이 몸 관리를 제대로 유지하면 앞으로의 활약에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2008/09시즌은 '메시의 해' 였습니다. 특히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호날두와의 정면대결에서 승리하여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에 우뚝 섰습니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철저한 경기 운영은 지구촌 축구팬들을 흡족케 합니다. 이제 세계 축구는 원조 마라도나에 이은 또 하나의 'New 마라도나'의 활약에 흠뻑 빠지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