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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아스날, 다음 시즌 우승 못한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한 런던의 쌍두마차인 첼시와 아스날. 시즌 막판에는 각각 히딩크, 아르샤빈 효과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그 이전까지는 성적 부진을 거듭하는 최악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 두 팀의 다음 시즌 성적이 벌써부터 주목됩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연패 도전에 나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아성을 넘어야 하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런던 클럽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각오가 남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두 팀에게는 대표적인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첼시는 스쿼드가 점점 나이가 들고 있는 반면에 아스날은 너무 젊다는 것이 문제죠. 스쿼드의 신구조화, 세대교체가 탄탄한 맨유와는 격이 다릅니다. 또한 두 팀은 주전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2위를 차지했던 맨유와 리버풀처럼 로테이션 운용을 하지 못하고 있죠. 주전 멤버와 백업 멤버간의 실력 차이가 크다는 것은 장기 레이스에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두 팀은 지금까지 온갖 고비를 넘기면서 스쿼드를 운용했습니다. 그러나 팀들 끼리의 순위권,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없이는 도태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아직은 다음 시즌을 예상하기가 섣부른 감이 있지만, 첼시와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에서 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떤선수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판가름 되겠지만 문제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두 런던 클럽의 가장 취약한 불안 요소는 이렇습니다.

첼시-아스날, 스쿼드 변화 없이는 EPL+CL 우승 못한다

히딩크 첼시 감독은 지난 18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첼시는 맨유와 경쟁할 수 있는 풍부한 선수층을 확보하지 못했다. 챔피언에 오르려면 선수층을 두껍게 해야 한다. 첼시는 앞으로 노장 선수들이 주력인데 맨유처럼 좋은 선수들이 많아야 한다"고 첼시 스쿼드의 문제점을 지적 했습니다. 선수층이 두껍지 못한데다 노장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팀의 수장이 시인했지요. 단기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지 몰라도 장기 레이스에서는 발목 잡힐 여지가 있는 취약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쩌면 일부 축구팬들은 '첼시는 돈이 많은데 이적시장에서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겠지...'라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조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2003년 여름 첼시 구단을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대형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첼시는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 투자 규모를 줄이더니 지난해 연말에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긴축 재정을 선언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히카르두 콰레스마 임대 영입 없이는 누구도 영입하지 않았죠.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도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여담이지만, 첼시는 지난 2월 스콜라리 전 감독에게 750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물어줬습니다. 무리뉴+그랜트 보상금만 2310만 파운드 였으니, 세 명의 보상금이 '먹튀' 안드리 셉첸코의 이적료 3000만 파운드를 넘더군요. 그동안 엉뚱한 곳에 돈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첼시의 본질적인 문제는 돈이 아니라 스쿼드에 있었습니다. 올 시즌 주전 스쿼드 입니다.

.....................................드록바(31)
.........조 콜(28)............................................아넬카(30)
.......램퍼드(31).............에시엔(27)...........발라크(33)
....애쉴리 콜(29)......테리(29)..........알렉스(27)............보싱와(27)
....................................체흐(27)

주요 Sub) 일라리우(34) 벨레티(33) 데쿠(32) 카르발류(31) 말루다(29) 이바노비치(25) 칼루(24) 미켈(22) 멘시엔(21) 디 산토(20) 숫자는 올해 나이를 말함.

첼시의 주전 선수들 연령대를 보면 모두 27~33세에 속한 선수들입니다. 문제는 이 선수들 중에 대부분이 2009/10시즌에도 첼시 소속으로 뛸 예정이라는 것인데 많은 대회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바쁜 일정을 잘 이겨낼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미드필더진이 문제입니다. 에시엔이야 다음 시즌에도 잘하겠지만, 램퍼드와 발라크의 나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첼시의 백업 멤버 중에서는 두 선수를 확실하게 대체할 카드가 없습니다. 데쿠는 올 시즌 부진으로 방출 가능성이 높은데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습니다. 램퍼드와 발라크는 올 시즌 많은 경기를 치렀는데 다음 시즌에도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면 기량에 힘이 부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참고로 발라크는 얼마전 첼시 구단으로부터 재계약 제의 받았습니다.) 첼시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램퍼드-발라크 대체자를 영입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 힘들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나이 많은 스쿼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젊고 싱싱한 영건들의 숫자가 적다는 겁니다.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영건 숫자가 단 한 명도 없지만, 주요 서브 멤버를 보더라도 어느 정도의 출전 시간을 보유한 영건들이 많지 않습니다. 또한 25세 이하의 선수 중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을만한 실력을 지닌 영건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이바노비치와 칼루는 성장이 더디면서 방출설에 시달리고 있지요. 그나마 미켈이 무리뉴-스콜라리 체제에서 분전했지만 에시엔에 가려진 아쉬움이 있는데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지요. 디 산토와 멘시엔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첼시는 히딩크 감독이 지적한 것 처럼, 선수층이 두껍지 못해 맨유와 리버풀처럼 로테이션 시스템을 쓸 수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노련한 선수들이 주전 스쿼드에 자주 모습을 내밀고 젊은 선수들이 서브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죠. 이러한 상태로는 앞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맨유와 리버풀의 선수층이 점점 탄탄해지는 현 상황에서는 다음 시즌 우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안 요소를 잠재우려면 차기 사령탑의 임무가 막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히딩크 후임으로 유력한 인물이 '노인정' AC밀란의 수장인 안첼로티 감독입니다. 그것도 밀란 수뇌부의 입김이 작용하긴 했지만) 차기 사령탑은 첼시가 앞으로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맹위를 떨칠 수 있도록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스쿼드를 꾸려야 합니다. 물론 구단도 인내력을 가지고 힘을 실어 주어야겠죠. 기존 방법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할 수 있는 '혁신'이 있어야만 앞날이 밝습니다.

반면 아스날은 첼시와는 달리 스쿼드가 젊어서 문제입니다. 그것도 노련한 선수들의 비중이 줄어들고 젊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죠. 벵거 감독이 오랫동안 젊은 선수 위주로 영입 정책을 고수했던 것이 나중에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아스날이 2004/05시즌 FA컵 우승 이후 네 시즌 연속 무관에 빠진 것이 이를 상징하고 있죠. 또한 앙리-비에이라 처럼 팀의 젊은 선수들을 하나로 이끌어갈 수 있는 확실한 리더도 없습니다. 올 시즌 도중 주장에서 박탈된 갈라스는 리더로서 실격이었습니다.

올 시즌 아스날의 가장 큰 패착은 중원 이었습니다. 중원은 축구 경기에서 가장 중요성이 큰 요충지이자 위험지역이라 할 수 있는데 실력이 출중하고 어느 정도의 노련함을 지닌 선수들이 살림꾼 역할을 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스날의 중원 담당자가 디아비(23) 송 빌롱(22) 데니우손(21) 이었다는 것입니다. 세 명 모두 올 시즌에 어떠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부진했지요. 물론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그런대로 제 몫은 했지만 문제는 강팀 혹은 중요성이 큰 경기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지난 6일 맨유전(1-3) 10일 첼시전(1-4)에서 대량 득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지난달 19일 첼시와의 FA컵 4강전에서 1-2로 패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세 명 모두 경기를 능숙하게 풀어가지 못하고, 패스도 매끄럽지 못하고, 궃은 역할 마저도 신통치 못합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경험 부족입니다. 지난해 여름에 팀을 떠난 질베르투와 플라미니 중에서 한 명이라도 팀에 잔류했다면 이러한 성적을 거두지는 않았을 겁니다. 또한 파브레가스는 무릎 부상으로 3~4개월 동안 병원에 누울일도 없었을 것입니다.(파브레가스의 부상이 시즌 초반부터 활동 반경이 늘어남에 따른 과부하였는데, 이는 데니우손이 홀딩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래서 아스날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노련한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울 것입니다. 마르코스 세냐(비야 레알) 가래스 베리(아스톤 빌라)의 영입설이 나돌고 있음에는 분명하지만 벵거 감독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카드인지는 의문입니다. 두 선수 모두 몸값이 높다는 것도 문제죠. 또한 베리는 리버풀 이적설로 많은 주목을 끌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스날이 영입에서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기존의 '저비용 고효율' 선수 영입 정책으로 경험 많은 미드필더를 영입할 공산이 큰데, 성사 가능성은 의문입니다. 아무리 영입한다고 할지라도 그 선수가 아스날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면 곤란하겠죠.

센터백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아스날이 지난해 여름 미카엘 실베스트르를 영입한 것은 실패작 이었으며 콜로 투레는 예전에 비하면 폼이 떨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갈라스는 내년이면 33세가 되죠.(그보다는 잔류 가능성이 의문이지만) 걸출한 센터백을 영입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 수비진이 EPL 빅4 중에서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스날 스쿼드의 또 다른 문제는 첼시처럼 선수층이 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스날은 매 시즌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쓰러지는 주축 선수들의 빈도가 많습니다. 주축 선수의 부상 이탈은 팀 전력에 적지 않은 손실을 불러 일으키는데, 현 상황에서는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카드가 없습니다. 선수층을 두껍게 하면 문제될게 없지만 그러기에는 벵거 감독의 철학이 바뀌어야만 가능합니다. 이대로라면 2009/10시즌 전망이 힘들어집니다. 벵거 감독의 선택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