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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vs테베즈, 퍼거슨 선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오는 28일 FC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3-3 포메이션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맨유는 4-4-2만 쓸줄 아는 팀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2000년대 중반 킹 뤼트 시스템을 앞세운 4-3-3이 정착에 실패했던 여파가 컸기 때문이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변화무쌍한 축구 스타일을 여전히 고집했습니다. 최근 8경기에서 4-4-2로 경기를 시작했던 것이 단 한 경기(4월 26일 토트넘)전에 불과할 정도로 ´4-4-2 맨유´의 흐름을 완전히 깼죠. 맨유는 최근 8경기에서 4개의 포메이션을 구사했으며 그 중 4-3-3을 4번 활용 했습니다. 4-3-3의 정착 여부는 시간적으로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지만, 킹 뤼트 시스템을 쓰던 이전과는 다르게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진 것 만은 분명합니다.

특히 지난 16일 아스날전에서 4-3-3을 구사했던 것은 바르셀로나전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최소한 비겨도 우승을 하는데다 경기 이틀전에 위건전을 치렀기 때문에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바르셀로나전에서도 같은 전술을 쓸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같은 극단적인 공격축구를 하는 팀은 지난번의 첼시처럼 밀집수비에 약한 면모를 드러내기 때문에 맨유도 그 전술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에서도 같은 전술을 쓸 수도 있습니다.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박지성의 바르셀로나전 선발 여부일 것입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8인 엔트리 제외 후폭풍이 컸기 때문에 선발 여부에 민감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박지성은 아스날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16일 아스날전에서 대런 플래처를 중원 밑선에 포진시키고 '긱스-캐릭'이 그보다 더 앞쪽에 위치 했습니다. 그리고 3톱에는 '루니-테베즈-호날두' 카드를 꺼내 밀었습니다. 박지성은 좌우 날개 중에 한 곳을 맡아 아스날전에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였지만, 맨유의 상징인 루니-호날두에게 밀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루니와 호날두 모두 중앙 공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데다 지난 6일 '루니-호날두-박지성'의 3톱이 선보였던 점을 상기하면, 실제로는 테베즈에게 밀린 것입니다.

적어도 맨유의 4-3-3에서 만큼은 박지성이 선발로 비집기가 어렵습니다. 4-3-3의 윙 포워드는 선수 개인이 지닌 공격력이 무섭고 파괴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팀 공격을 상징하는 루니-호날두가 윙 포워드에 포진하고 테베즈-베르바토프가 중앙 공격을 맡는 꼴이죠. 베르바토프라면 좌우 날개에게 골 기회를 적극적으로 밀어주지만 테베즈는 패스보다 골을 노리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는 4-3-3에서도 팀 공격의 중심이 루니-호날두라는 것이며 박지성은 벤치에 앉아야 하는 것입니다. 루니-호날두 중에 한 선수가 다른 포지션을 맡거나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박지성은 선발이죠. 지난 6일 아스날전이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이 아닌 테베즈를 선발로 투입 시켰습니다. 테베즈가 최근 2경기에서 골을 넣었던 것이 그 이유죠. 물론 박지성도 지난 2일 미들즈브러전과 6일 아스날전에서 골망을 갈랐지만, 퍼거슨 감독의 생각은 팀의 승리를 확실히 이끌 존재가 더 필요로 했습니다. 박지성이 아닌 테베즈였던 것입니다. 개인 공격력에서는 테베즈가 더 우위였기 때문이죠. 또한 테베즈가 원톱으로서 문전 중앙으로 치고드는 움직임이 간결하고 체격 좋은 센터백들을 기교로 흔드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측면보다는 중앙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루니와 호날두가 윙 포워드로 내려갔지요.

하지만 테베즈는 이날 아스날전에서 부진했습니다. 후반 21분 박지성과 교체되기까지 66분 동안 9회의 패스(5회 성공)만 하고 교체 되었죠. 동료 선수들 대부분이 수비 위주의 경기에 치중하면서 최전방에서 공을 잡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박지성은 4-3-3의 오른쪽 윙 포워드를 맡다가 후반 30분이 지나면서부터 오른쪽 미드필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면서 수비에 치중했습니다.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임무를 소화하기 위해 교체 투입 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의 바르셀로나전 선발 출전 여부가 주목됩니다. 만약 맨유가 4-4-2를 썼더라면 박지성은 틀림없이 선발로 투입되었을 것입니다. '수비형 윙어'로서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4강 1~2차전 처럼 리오넬 메시를 막는데 치중하겠죠. 하지만 4-3-3에서 윙 포워드는 공격수입니다. 수비 보다는 공격에 전념해야 하는 포지션이죠. 개인 공격력이 팀내 공격 옵션들에 비해 부족함이 있는 박지성은 주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관건은 테베즈가 바르셀로나전에서 원톱으로 출전하느냐 아니냐 입니다. 맨유가 바르셀로나전에서 수비 위주의 전술을 채택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테베즈가 아스날전에 이어 바르셀로나전에서도 부진하면 우승 행보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테베즈가 바르셀로나전 주전에 적합한 카드가 아니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럴 경우, 퍼거슨 감독은 테베즈와 박지성 중에 한 명을 선발로 선택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 선택에 따라 바르셀로나전 결과가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박지성이 3톱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6일 아스날전에서 키어런 깁스의 실수를 틈타 골을 넣은 장면을 비롯해서 부지런하고 저돌적인 움직임과 빼어난 공간 창출로 상대 수비의 왼쪽을 무너뜨렸던 경기력은 바르셀로나전 선발을 위한 플러스가 되었음에 틀림 없습니다. 또한 바르셀로나는 좌우 풀백인 에릭 아비달과 다니엘 알베스가 맨유와의 결승전에 결장합니다.(개인적으로는 '두 시즌째 경기력 저하중인' 아비달이 나왔다면 박지성이 매치업에서 이겼을거라 봅니다.) 바르셀로나가 결승전에서 어떤 선수를 좌우 풀백에 투입 시킬지는 알 수 없지만, 고질적으로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박지성이 상대의 수비 전열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선수 출전 권한은 어디까지나 퍼거슨 감독이 쥐고 있습니다. 박지성이 선발로 나올지 아니면 테베즈가 주전 원톱으로 출전할지는 경기 당일에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박지성은 이번 결승전에서는 18인 엔트리에 제외되는 일이 없다는 점이죠. 퍼거슨 감독이 지난 6일 아스날전 종료 후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전망에 대해 "박지성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는데, 이것이 진담인지 아니면 퍼거슨 감독의 전형적인 립서비스인지는 28일 결승전에서 판가름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