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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챔스 결승, 맨유의 우승이 예상된다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팀들끼리의 대결입니다.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가장 기대를 모으는 빅 매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FC 바르셀로나의 '꿈의 대결'이 벌써부터 설레여집니다. 오는 28일 오전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릴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팀의 팽팽한 자존심 싸움이 기대됩니다.

맨유와 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맞붙었던 전적이 있습니다. 1차전 누 캄프에서는 접전끝에 0-0으로 비겼고 2차전 올드 트래포드에서는 폴 스콜스의 중거리슛 한 방에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당시 맨유가 더블 우승으로 유럽 챔피언 자리를 확고하게 다졌다면 바르셀로나는 프랑크 레이카르트 전 감독의 전술적인 부재로 두 시즌 연속 무관에 시달렸습니다.그러나 이번에는 처지가 다릅니다. 맨유의 위용이 여전한 가운데,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 체제'로 전반적인 팀 전력 업그레이드를 꾀하며 제3의 드림팀 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두 팀의 대결은 지구촌 축구팬들의 이목을 끄는 매치업들이 여럿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 1위 팀들끼리의 자존심 대결을 비롯해서 '호날두vs메시'의 세계 최고 대결, '스콜스vs사비'의 패스 메이커 대결, 그리고 올해 68세인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38세인 호셉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의 지략대결에 이르기까지 별들의 전쟁 파이널 무대를 빛낼 매치업들이 기대됩니다.

결승전은 앞으로 20여일 남았지만, 벌써부터 어느 팀이 우승할지 팬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물론 박지성의 선발 출전 여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흥밋거리죠. 지금까지의 여론을 놓고 보면, 맨유보다는 바르셀로나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 시즌 막강 화력을 앞세워 많은 골을 퍼부으며 '유로피언 트레블(3관왕)' 달성이 유력해졌기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의 가공할만한 공격력은 유럽에서 가장 으뜸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블로거의 생각은 다릅니다. 블로거는 바르셀로나가 아닌 맨유가 우승할거라 예상합니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보면 말입니다.

맨유, '수비의 힘'으로 바르셀로나 격파?

토너먼트 대회에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공격을 잘하는 팀은 승리할 수 있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할 수 있다"는 축구의 진리는 토너먼트 대회에서 돋보입니다. 토너먼트는 승리하는 과정보다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거나 우승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감을 실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격력이 뛰어난 팀이라도 수비가 강하지 않다면 절때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이번 결승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결승전은 단판 경기로 끝나기 때문에 화끈함보다는 안전함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가능성이 큽니다.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정규리그와 같은 풀 리그체제가 아닌 엄연한 토너먼트 경기이기 때문에 수비에 초점이 모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수비에서 밀리는 팀은 패배의 아쉬움에 눈물을 삼켜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하늘과 땅'에 비유할 정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맨유 수비진은 최근 7경기 중에 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으며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2경기에서는 단 6골 밖에 내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의 유기적인 호흡과 수비수-미드필더들의 수비 조직력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물론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신들린 선방 또한 빼놓을 수 없죠. 맨유가 지난 시즌보다 공격력의 무게감이 떨어졌음에도 탄탄한 위용을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수비의 승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여담이지만,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면 네마냐 비디치는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 중에서 적어도 하나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수비가 골칫거리 입니다. 좌우 풀백인 에릭 아비달과 다니엘 알베스가 첼시와의 4강 2차전에서 경고 누적과 퇴장으로 맨유전에 결장하기 때문입니다. 부상중인 라파엘 마르케스는 거의 시즌아웃 상태여서 언제 복귀할지 알수 없으며, 그의 백업인 헤라르도 피케는 발이 느린 취약점이 있습니다. 또한 팀의 리더인 카를레스 푸욜과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는 몇몇 경기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흠이죠. 바르셀로나가 막강한 공격력에 비해 뒷문이 취약한 특징이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맨유가 수비력에서 바르셀로나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토너먼트의 특징까지 대입하면 맨유의 우세에 무게감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맨유전에서 '실비뉴-푸욜-피케-카세레스' 또는 '실비뉴-투레-피케-푸욜'로 짜인 포백을 구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폼이 그리 좋지 않았던 실비뉴와 마르틴 카세레스의 활약이 못미더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수비 자원끼리의 호흡에서 문제를 드러낼 가능성이 큽니다. 아야 투레가 첼시와의 4강 2차전에서 센터백 변신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자보다는 후자격에 속한 포백이 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만, 투레-피케가 빠르고 부지런한 맨유 공격 옵션과의 정면대결에서 우위를 점할지는 의문입니다.

맨유의 공격, 첼시와 차원이 다르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첼시와의 4강 1~2차전에서 단 한 골만 허용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이클 에시엔의 중거리포 하나만 내주었을 뿐, 상대 공격 옵션들에게 골을 헌납치 않았습니다. 특히 2차전에서는 마르케즈의 부상, 푸욜의 경고 누적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그저 기우로 끝났습니다. 어쩌면 바르셀로나의 수비 문제가 결승전에서 벌어지지 않을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첼시의 4강전 공격력과 맨유의 평소 공격력은 엄연히 다릅니다. 첼시는 피지컬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다보니 윙어들의 활약을 통해 공격에 활기를 띄워야 했지만, 문제는 조 콜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에시엔과 아넬카가 각각 1차전과 2차전에서 오른쪽 윙어로 출전했습니다. 두 선수의 측면 공격은 조 콜에 비해 이렇다할 무게감이 실리지 못했으며, 프랑크 램퍼드가 적극적인 공격 성향을 띄지 못하면서 디디에 드록바가 최전방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다보니 1~2차전 모두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는 불리한 악조건이 있었습니다.

반면 맨유는 첼시 공격진과 다릅니다. 루니-호날두-베르바토프-테베즈의 '판타스틱4' 공격력은 시즌 막판에 완전히 무르익은데다 루니는 최근 7경기 중에 5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하여 팀 공격의 젖줄 역할을 도맡고 있습니다. 그동안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에 의존하던 공격력도 이제는 루니의 역량을 늘리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팀의 공격 칼라가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지난 아스날과의 2차전에서는 박지성-루니-호날두를 거치는 빠른 역습 공격으로 골을 넣는 등, 변화무쌍한 공격력으로 상대 수비를 궤멸 시켰습니다. 맨유는 바르셀로나를 상대했던 첼시보다 더욱 효율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의 바르셀로나 공략 법, 첼시 압박 수비가 해답 보여줬다

그리고 첼시가 4강 2차전에서 선보인 수비 조직력은 맨유가 바르셀로나 공격진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충분한 해답을 보여줬습니다. 첼시가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후반 47분까지 우세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 호화 공격진을 봉쇄할 수 있는 압박이 강력하고 타이트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비라인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을 좁히면서 압박에 대한 숫적인 우세를 점했던 것이 이니에스타-에토-메시가 최전방에서 고립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상대 공격수에게 최대한 많은 인원이 달라붙고, 또 다른 인원은 공을 가진 상대팀 선수의 패스 방향을 미리 예측하여 다음 순간 곧장 둘러싸 공을 빼앗는데 주력합니다.

그렇다고 첼시가 수비를 위해 무조건 인원만 늘린 것은 아닙니다. 숫적 우위 확보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빈 공간까지 여유있게 커버하여 이중, 삼중으로 압박 수비벽을 형성한 것이었습니다. 메시의 전반 37분 공격 장면이 좋은 예입니다. 메시는 전반 37분 오른쪽 측면에서 플로랑 말루다를 뚫고 재빨리 전방으로 치고 들어갔지만 콜-에시엔으로 짜인 또 다른 수비벽과 맞닥드리면서 공격의 활로를 잃는 장면을 노출했습니다. 아무리 공격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 할지라도 상대의 수비벽을 완전히 뚫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프리메라리가의 경기 스타일에 익숙한 바르셀로나의 공격 옵션들이라면 첼시의 강력한 압박 수비 앞에 고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니에스타와 메시가 측면에서 고립된 것은 에시엔-발라크의 커버 플레이가 능숙했음을 의미합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중앙에서 측면 수비 뒷공간으로 움직이면서 이니에스타-메시의 활동반경을 중앙이 아닌 측면쪽으로 좁혔습니다. 이네에스타-메시가 프리메라리가에서 중앙으로 빠르게 침투하여 많은 골을 넣었던 성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두 선수의 커버 플레이가 첼시 전력의 그림자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입니다. 첼시 좌우 풀백인 애슐리 콜과 조세 보싱와가 이니에스타-메시와의 매치업에서 우위를 점했던 것도 에시엔-발라크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맨유도 첼시 못지 않은 압박 능력을 자랑합니다. 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오셰이로 짜인 포백은 말할 필요가 없고 '스콜스-캐릭'의 중앙 미드필더 조합은 중요한 경기때마다 짜임새 넘치는 호흡과 끈끈한 압박 수비를 자랑하며 맨유 전력의 근간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수비형 윙어' 박지성의 수비력은 단연 군계일학이죠. 맨유는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4강 2경기에서 미드필더진이 축이 된 탄탄한 수비력을 앞세워 단 한골도 헌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자신감으로 결승전에 임할 것입니다. 특히 박지성은 지난 시즌 메시를 두번식이나 꽁꽁 견제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 결승전 선발 출전이 '떼 놓은 당상'이나 다름 없습니다.

만약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면 그것은 '수비의 승리'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맨유 전력에서 가장 믿음직한 존재가 다름 아닌 수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격력이 시즌 막판들어 강해졌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허약한 방패를 뚫을 역량이 충분합니다. 프리미어리그 3연패까지 앞둔 맨유가 유럽까지 제패하여 쿼트러플(4관왕)의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오는 28일 로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