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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가 이길 뻔했던 경기, 주심이 망쳤다

 

끝내 히딩크 감독의 4강 징크스는 깨지지 못했습니다. 후반 48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동점골만 아니었더라면 첼시가 1-0의 스코어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을 것입니다. 원정 다득점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는 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FC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집념과 의지는 과소평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국내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히딩크 감독의 실패와 좌절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 실패는 히딩크 감독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터졌기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이번 4강 2차전은 무승부가 아닌, 첼시가 이겨야 마땅했던 경기였습니다. 정확히 92분 동안은 '첼시 천하'였죠. 하지만 노르웨이 출신의 톰 헤닝 오우레보 주심이 후반 20분 에릭 아비달을 퇴장 시킨 이후 첼시에게 여러차례 불리한 판정을 내리면서 경기를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주심은 자신의 눈앞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범했던 핸드볼 파울을 두개씩이나 보고도 첼시에게 페널티킥 판정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첼시 선수들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주심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핸드볼 파울 뿐만은 아닙니다. 바르셀로나의 파울 상황에서도 좀처럼 휘슬을 불지 않거나 애매한 판정을 일관했다는 점이죠. 그중에서 가장 어처구니 없는것은 플로랑 말루다가 다니엘 알베스를 상대로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얻은 파울이 페널티킥이 아닌 프리킥이었다는 점입니다. 현지 TV중계 카메라까지 파울범한 공간을 비춰줄 정도로 이것 또한 페널티킥이 맞습니다. 이 장면은 주심위치상 재량에 따라 다르게 판정될 여지가 있지만, 특히 바르셀로나의 핸드볼 파울에 대해 페널티킥을 주지 않은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물론 오심은 월드컵 같은 중요한 무대에서도 속출합니다. 여전히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과 스위스전의 오프사이드 논란이 그것이죠. 국제축구연맹(FIFA)은 알렉산더 프라이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았기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국내 여론에서는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하지만 첼시-바르셀로나전에서 나타난 주심의 오심은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커질 듯 합니다. 3년전 오프사이드 논쟁은 경기 장면을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이번것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핸드볼 파울입니다. 그것도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벌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주심은 첼시에게 페널티킥을 부여해야 마땅합니다. 물론 심판 판정은 어디까지나 심판의 재량권에 달린 것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너무 석연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것은 심판의 잘못된 판정이 승부의 결정적인 역할을 제공했다는 것이죠. 국내팬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히딩크 감독과 첼시의 희망이 한 순간에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오우레보 주심의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자질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아비달의 퇴장에 대한 보상판정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아비달의 퇴장이 석연찮기 때문이죠. 아비달의 손이 아넬카의 몸에 닿은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아넬카는 아비달에게 발이 걸리면서 넘어지고 맙니다. 물론 주심의 성향에 따라 달린 문제지만, 이것은 오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판 판정에 대하여 공정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지구촌 축구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오우레보 주심이 "보상판정이 아니다"고 주장하면, 이것은 주심이 실수했거나 경기 외적인 부분이 개입된 것입니다.

물론 주심도 실수를 할 때가 있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심판 능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하워드 웹은 지난달 26일 맨유-토트넘전에서 오심을 스스로 인정하여 8일간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되었습니다. 최고의 포청천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르루이기 콜리나도 2002년 한일 월드컵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에서 마이클 오언의 시뮬레이션 액션을 페널티킥으로 판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의 페널티킥 골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눌렀죠. 그래서 축구에는 이러한 말이 있습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오심이 경기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차지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핸드볼 파울 2개를 정확하게 판정했다면 첼시가 결승에 올라갔을 가능성이 매우 컸지만, 결국에는 바르셀로나가 그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축구에서 절때로 있어선 안될 행위입니다. 오우레보 주심은 한국-스위스 주심을 맡았던 오라시오 엘리손도 주심과 더불어 국내 축구팬들에게 '최악의 심판'으로 비아냥을 받게 되었습니다.

경기 외적인 요소라면 많은 축구팬들이 '바르셀로나가 심판을 매수한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어떠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매수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 경기를 중계했던 장지현 MBC ESPN 해설위원이 제기했던 것 처럼, UEFA(유럽축구연맹)가 잉글랜드 클럽들의 팽창을 막기 위해 첼시-바르셀로나전 심판 판정에 개입했다면 마땅히 지탄받아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어떠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추측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놓고 보면 장지현 해설위원의 말이 가장 설득력있는 추측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UEFA의 개입 여부를 떠나서, 오우레보 주심이 명백한 파울 상황을 눈앞에서 봤음에도 제대로 판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어떠한 질타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저 지금으로서는 주심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격렬히 항의하던 디디에 드록바에게 단호하게 옐로우 카드를 꺼내밀은 장면은 "오만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시험에서 틀린 문제를 맞았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행동입니다. 물론 드록바의 항의가 지나쳤던 것은 사실이지만,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으면 이랬겠습니까.

오우레보 주심의 오심은 히딩크 감독에게는 4강 징크스의 극복 실패를, 첼시에게는 사상 첫 유럽 제패의 꿈을 산산조각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첼시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의 노력이 주심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 것이죠. 아무리 첼시가 1차전에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일관하며 '안티 풋볼' 논쟁에 휩싸였지만, 2차전에서는 바르셀로나에게 유효 슈팅 1개만 내줄 정도로(그것도 이니에스타의 동점골) 승리를 위한 열의를 다했습니다. 첼시의 2차전 경기내용은 충분히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데 결과는 주심의 판정에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히딩크 감독이 첼시 사령탑을 끝으로 자신의 커리어에서 클럽팀 감독직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서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을 끝으로 감독 인생을 마무리하죠. 이미 첼시의 임시 사령탑을 맡았던 초기에 스스로 공언했던 내용입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이 1988년 유로피언컵 우승 이후 21년 만에 유럽을 제패했다면 국내팬들에게는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국내팬들 반응을 논외 하더라도, 4강 2차전 경기력을 놓고 보면 첼시가 결승 진출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짜임새 있는 팀으로 탈바꿈 했습니다. 우승에 근접할 수 있는 전력을 지녔지만 결국 오우레보 주심의 오심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히딩크 감독의 마법과 첼시의 유럽 제패 꿈이 결국 좌절된 순간이었습니다.

p.s : 오우레보 주심은 첼시의 결승 진출 좌절과 함께, 레알 징크스를 없앴습니다. 이것으로서 레알 징크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 이런 모습이 나왔다는게 참으로 실망스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