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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세계를 품에 안은 박지성에게 박수를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에게 2009년 5월 6일은 평생 잊혀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유럽 축구 최고의 무대에서 단 한 방에 엄청난 존재감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이제는 지구촌 축구팬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선수로 각인되었습니다.

'낭중지추'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은 어떤 경우라도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박지성은 선천적인 재능에 만들어진 기존의 축구천재와는 달리 고된 노력에 기초를 두었던 성실한 선수입니다. 노력의 차이는 곧 결과의 차이기 때문에 오로지 노력에 매달렸던 것이고, 그에 대한 열매의 결실을 올 시즌에 이르러 인정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열매는 지금까지 품에 안았던 것과 더욱 고귀하고 탐스럽습니다.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아스날전 선제골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축구스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박지성은 4년전인 2005년 이맘때 즈음에 PSV 에인트호벤 소속으로서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AC밀란전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쉬웠던 것은 에인트호벤이 2차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고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것이죠.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입장입니다. 지금의 박지성은 맨유의 베스트일레븐으로 뛰고 있으며 맨유는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맨유가 지난해 연말 클럽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요소까지 포함시키면, 박지성의 아스날전 골은 4년전 AC밀란전 골보다 몇배 이상의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지성은 아스날전에 선발 출전하여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뽑았습니다. 아스날 문전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왼쪽에서 올라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크로스를 받고 정확한 슈팅을 터뜨리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아스날 왼쪽 풀백 키어런 깁스가 호날두의 크로스를 걷지 못하고 미끄러지면서 박지성이 슈팅을 날릴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지만, 상대의 실수를 틈타 재빨리 슈팅을 날리는 재치는 정말 쏜살 같았습니다. 특히 슈팅을 날리는 과정은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대담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부정확한 슈팅으로 여러차례의 기회를 놓쳤던 경험을 상기하면 실로 대단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잠잠했던 박지성의 킬러 본능이 드디어 수면위로 화려하게 폭발한 것입니다.

이로써 박지성은 맨유 입단 후 챔피언스리그 첫 골 및 최근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팀 전력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선제골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종횡무진의 움직임으로 제 몫을 다해내는 '산소탱크'의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공격에서는 동료선수들과의 유기적인 호흡을 통해 아스날의 왼쪽 측면 뒷공간을 뚫더니 수비에서는 상대 미드필더진의 패스 활로를 철저히 차단하는데 주력하면서 팀 수비력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습니다. 1명 이상의 몫을 십분 발휘한데다 군더더기 없이 경기를 치렀으니, 박지성을 향한 칭찬에 인색함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이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깁슨을 벤치로 불러들인 것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호날두의 크로스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박지성에게 골을 허용한 것이 주 원인이기 때문이죠. 이는 박지성에게 골을 내준 것에 대한 질책성 교체입니다. 박지성이 정확하게 슈팅을 꽂았기 때문에 '맨유 격파'를 잔뜩 벼르던 벵거 감독의 전술 운용이 완전히 차질을 빚은 것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이번 아스날전에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면 맨유는 4강 2차전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박지성은 자신의 영원한 한(恨)이 될 수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그라운드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것도 조커가 아닌 당당한 주전 선수로 말입니다.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는 골 결정력 부족을 이유로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제는 박지성에게 '골이 부족한 선수'라는 비판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경기 연속골을 넣은 골 감각이 어느 때보다 많이 무르익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골 넣는 역할보다 동료 선수들의 공격을 위해 궂은 일을 척척 도맡는 이타적인 플레이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행보는 말그대로 최고 그 이상입니다.

박지성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단 한방으로 보여주면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관심과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 시켰습니다. 그 순간까지의 과정은 마치 인간의 성장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불과 지난해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약팀 전용-긱스 백업'으로 꼽혔지만 챔피언스리그와 리그 라이벌전 같은 중요한 무대에 나오면서 강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습니다. 그러더니 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걸린 이번 아스날전에서 전반 8분만에 선제골을 넣으면서 자신의 위상을 또 한번 업그레이드 시켰습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던 노력과 땀의 결실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축구스타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미래는 개척하는 자의 것이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한 존재의 미래가 장밋빛이 되느냐, 아니면 암울한 회색빛이 되느냐는 자기가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확실하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동안 팀에서의 치열한 주전 경쟁 속에서 그저 발버둥치기 보다는, 앞날의 긍정적인 결과를 거두기 위한 환경을 스스로 창조했던 것이 지금에 이르러 자신의 기량을 만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맨유에서 온갖 부상을 거듭하며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냈던 선수가 어느새 맨유에 이어 세계를 품에 안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영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유의 강인하고 성실한 저력, 그리고 상황에 쉽게 대처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언젠가 박지성이 이러한 명언을 남긴적이 있었습니다. "쓰러질지언정 무릎 꿇지 않는다. 도전이 없으면 더 큰 성공도 없다"라고 말입니다. 박지성은 이번 아스날전에서 팀의 결승진출을 이끄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것도 지구촌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에서 말입니다. 그동안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알린 박지성은, 그 저력만으로도 세계적인 축구스타로 이름을 떨칠 자격이 충분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전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또 하나의 신화를 노립니다. 바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맨유의 우승을 이끄는 것입니다. 챔피언스리그가 1992년 개설 이래 아직까지 2연패를 달성한 팀이 없다는 점을 떠올리면 맨유의 우승 여부가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역할을 '강팀에 강한' 박지성이 해낸다면 틀림없이 우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훗날 맨유 현지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동양인 선수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과연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그동안 맨유에서 이루지 못했던 신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신화를 쓰는 사나이' 박지성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