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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 국가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

 

'이근호-박주영-정성훈'이 속한 허정무호 투톱 경쟁 체제에서 '사자왕' 이동국(30, 전북)의 대표팀 발탁은 어쩌면 쌩뚱 맞을지 모릅니다. 이동국 하면 '한물 간 골잡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떠올리기 때문이죠. 한때 대표팀 부동의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을 펼쳤으며 코리안 프리미어리거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의 위치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이동국의 최근 활약상을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표팀 발탁'의 목소리가 낯설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의 이동국은 미들즈브러, 성남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힘찬 포효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일 제주전에서는 혼자서 세 골을 퍼부으며 팀의 5-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올 시즌 정규리그 6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여 외국인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득점 부문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경기당 1골을 넣는 가공할만한 화력으로 팀의 정규리그 선두 및 9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끌고 있어 6골의 의미가 큽니다.

이동국이 전북에서 슬럼프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특급 미드필더(에닝요-루이스-최태욱)'들의 든든한 득점 지원 사격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의 서포트는 올 시즌 전북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커다란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이동국을 비롯한 네 명의 선수들은 전북의 '골 넣는 공격축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전북은 마치 FC 바르셀로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근 2경기 연속 4골 이상 득점을 비롯 7경기에서 18골(경기당 2.57골)을 넣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K리그 팬들은 이들을 가리켜 '판타스틱4'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를 비관적인 관점을 받아들이면, 이동국의 득점포가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존재 때문에 '거품'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득점력이 뛰어난 골잡이라도 자신을 도와주는 특급 도우미가 없다면 자신의 의욕과는 다르게 많은 골을 넣을 수 없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북은 이동국 이외에는 마땅한 공격수가 없는 팀입니다. 이동국이 없으면 에닝요-루이스-최태욱의 화려한 공격력이 어떠한 매듭을 짓지 못하기 때문에 골잡이의 존재감이 절실합니다. 이동국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기에 특급 미드필더들의 맹활약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이며 전북이 정규리그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동국은 전성기 시절의 화려했던 득점 감각을 완전히 되찾았습니다. 문전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골 기회를 노리는 것은 물론이며,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이 있었기에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재기를 도운 최강희 감독의 '믿음' 또한 한 몫을 했지요. 최강희 감독은 2일 제주전이 끝난 뒤 "이동국은 앞으로 전북의 중추적인 존재로 거듭날 선수다. 동계훈련을 착실히 소화했고 문전 감각은 여전하기 때문에 경기 감각만 쌓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며 이동국의 맹활약이 계속 될 것임을 알렸습니다. 최근 그의 컨디션이 무르익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괴력적인 득점 페이스는 결코 반짝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30세의 나이와 2년 전 음주파동 때문에 대표팀 발탁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에서 눈부신 득점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중요시하여 대표팀 엔트리를 작성하는 지도자라는 것을 상기하면, 이동국은 오는 6월초와 중순에 걸쳐 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를 치를 허정무호에 발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동국 본인도 대표팀 복귀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제주전 종료 후 "현재 대표팀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이) 나를 믿고 불러만 주신다면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을 만회하고 싶은 속내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영건 시절 각급 대표팀 차출로 피로 누적이 쌓여 부진한 활약을 펼쳤던 지난날의 시련은 아직까지 아물지 못했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십자인대가 파열되더니 지금까지 순탄치 않은 행보를 거듭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에게 거의 잊혀졌지만, 이동국은 19세였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지금까지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대표팀 부동의 골잡이로 활약했음에도 월드컵 출전 경기가 단 한 번에(네덜란드전)에 불과하다는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그만큼 월드컵과 인연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제 남아공 월드컵 본선이 1년 정도 가까워지고 있어, 선수 본인도 월드컵 출전을 마음속으로 열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허정무호에서 무언가 해낼 수 있는 집념이 누구보다 더 강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동국이 '세대교체 완성'을 꾀하는 허정무호 컨셉에 맞는 선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기회를 부여하여 그동안 졸전으로 어두웠던 대표팀의 색깔을 밝게 바꾸었습니다. 특히 공격진에서는 '이근호-박주영' 콤비가 대표팀 부동의 투톱으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24세인 두 선수는 최근 일본과 프랑스에서 가공할만한 공격력으로 두드러진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어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됩니다. 두 선수 뿐만은 아닙니다. '영록바' 신영록도 터키 무대에서 경험과 실력을 키우고 있어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이동국의 자리는 대표팀에 없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이 지닌 경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동국은 그동안 많은 국제 경기를 치른데다 중요한 경기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 그만한 저력이 넘쳐납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었던 경험도 어쩌면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에 플러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표팀에서 많은 골을 퍼붓고 있는 이근호가 아직까지 비 아시아권 팀들과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동국처럼 상대팀을 가리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노련한 선수가 더 나을수도 있습니다.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합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북에서 재기에 완전히 성공한데다, 혹사에 시달렸던 예전과 달리 컨디션이 좋다는 점, 그리고 태극마크에 대한 절실함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는 분명히 밝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것이 전북에서의 이야기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전북과 대표팀을 통틀은 이야기인지는 선수 본인의 마음가짐에 달렸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놓고 보면 앞날의 목표를 위해 마음을 완전히 다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이동국이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혹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자격이 있는 선수인지는 무언가의 검증이 필요합니다. 박주영과 이근호 같은 기존 대표팀 공격 자원과의 치열한 주전 경쟁을 통해 명백히 가려져야 할 것입니다. 경쟁은 구성원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동국 그리고 대표팀 공격 자원에게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최근 전북에서 눈부신 득점행진을 보여주고 있어 대표팀 발탁 기회가 분명히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노련한 선수의 힘이 젊은 선수들의 패기보다 강한 법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동국은 국가 대표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예전 기량을 완전히 되찾은 이동국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