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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4월에 웃은 맨유, '5월 피날레' 기대하라

 

올 시즌 바쁜 일정을 참고 견디면서 여러 차례 고비를 넘겨야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2연패 달성을 향한 도전과 질주가 이제 마지막에 왔습니다. 그 고지가 이제 눈앞이지만 '5월'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쿼트러플(4관왕)이라는 전후무후한 업적을 남길 수 있을 것입니다.

맨유는 '5월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는 각오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00여일 동안 독주를 거듭하며 2위 리버풀에 승점 3점 차이로 앞선데다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렀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지난달 30일 아스날과의 4강 1차전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오는 6일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릴 2차전 전망이 밝아졌습니다. 프리미어리그 5경기와 챔피언스리그 2경기(결승 진출시)에서 좋은 거둔다면 지난 시즌에 이어 5월의 마지막 관문에서 웃게 될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던 맨유, 4월에 웃었다

'레드 데블스(맨유의 애칭)'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불과 지난해 연말 클럽 월드컵까지만 하더라도 지구촌 축구 전문가들과 국내외 여론에서는 맨유에 대한 위기론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FA컵 참가에 시즌 도중 클럽 월드컵 참가에 이르는 살인적인 일정이 맨유의 발목을 잡을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죠. 여기에 빠듯한 일정에 따른 선수들의 줄 부상이 두드러지면서 '위기설'이 모락모락 피었습니다.

특히 3월 14일 리버풀전 1-4 대패와 22일 풀럼전 0-2 완패는 맨유에게 크나큰 불운이었습니다. 슈퍼 스타들은 극도의 부진에 빠졌고 비디치-스콜스-루니는 두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것이 아니냐는 외부의 목소리가 커질 정도로 앞날이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교체 미스로 팀 패배에 기름을 붓는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맨유로서는 '총체적 난국'이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여러가지 위기 속에서도 지금까지 좋은 결과를 거둘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퍼거슨 감독의 임기응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자신이 신봉하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20여명의 주요 선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상대팀과 경기 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처했습니다. 그로 인해 주전 선수들은 체력 안배를 할 수 있었고 백업 선수들에게 많은 출전 기회가 부여되면서 바쁜 일정을 잘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4월 8경기에서는 리버풀-풀럼전 패배를 뒤로하고 6승2무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주전 공격 옵션들이 경기력 저하로 부침을 겪고 있었던 사이, 리저브팀에서 뛰던 '행운의 사나이' 페데리코 마케다를 1군으로 올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런 마케다는 두 번씩이나 팀을 구하며 퍼거슨 감독의 모험이 옳았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에 의존하던 공격에서 벗어나 호날두-루니-테베즈-베르바토프로 짜인 '판타스틱4'의 콤비 플레이를 앞세워 파상적인 공격력을 뽐냈습니다. 지난달 16일 포르투전부터 30일 아스날전까지는 5경기 동안 단 2골만 허용하는 짠물 수비의 위력을 맘껏 뽐냈습니다. 위기 속에서 강해지는 퍼거슨 감독의 임기응변이 또 한번 빛을 발한 셈입니다.

맨유가 4월에 웃을 수 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FA컵을 포기하는 퍼거슨 감독의 용단 때문이었습니다. 맨유는 지난달 20일 에버튼과의 FA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공식 경기 규정상 무승부 처리) 백업 및 영건 위주로 스쿼드를 구성했기 때문에 좋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던 겁니다. 하지만 이를 역설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앞으로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한 도박을 강행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주전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념할 수 있도록 일종의 휴식을 제공했던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에버튼전 이후 순항을 거듭했던 것이며 5월 피날레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던 겁니다.

신화에 도전하는 맨유, 5월에 환호하겠다

맨유가 이제 5월 경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미들즈브러(원정)-맨체스터 시티(홈)-위건(원정)-아스날(홈)-헐 시티(원정)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아스날과의 4강 2차전과 결승전(4강 2차전에서 최소 비길 경우 결승 진출)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4월 8경기에서 6승2무의 성적을 거두었던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리그 2연패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5월 피날레를 장식할 맨유에게는 두 가지의 반갑지 않은 존재가 따라 붙고 있습니다. 첫째는 바쁜 일정입니다. 2일 미들즈브러전부터 2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26일 동안 7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주축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시즌 끝까지 최상을 유지할지는 의문입니다. 두번째는 방심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아스날을 제외하면 모두 약팀과 상대하지만, 특히 하위권에 속한 미들즈브러와 헐 시티는 강등권 탈출을 위해 모든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들의 전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맨시티와의 '맨체스터 더비' 매치 또한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릅니다.

리버풀과 아스날의 도전또한 만만찮을 것입니다.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와 FA컵 탈락으로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말 뉴캐슬과의 홈 경기에서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빠졌던 캡틴 스티븐 제라드가 컴백하기 때문에 기존 전력이 더 탄탄하고 강해졌습니다. 만약 맨유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경기라도 소홀히 여긴다면 리버풀에게 선두 자리를 내줄지 모를 일입니다. 오는 6일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홈팀 아스날의 저력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아스날이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 네 시즌 연속 무관에 빠지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맨유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두 가지의 징크스를 깬 상황입니다. 16강 인터 밀란전에서는 네 시즌 연속 이어졌던 '16강 징크스(전년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다음 시즌 16강에서 탈락)'를 깨뜨렸고 8강 FC 포르투 원정에서는 '포르투 원정 징크스(잉글랜드 클럽들이 55년 동안 포르투 원정에서 이기지 못함)'를 극복했습니다. 그런 저력이 있기 때문에 1990년 AC밀란 이후 19년 동안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 2연패 달성 행보가 밝았던 것입니다. 아스날을 넘은 뒤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결승전의 고비만 넘긴다면 2년 연속 유럽 제패라는 신화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축 선수들의 경기력이 완전히 물이 올랐습니다. 루니는 최근 5경기 중에 4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모습을 내밀면서 팀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호날두는 지난달 26일 토트넘전에서 프리미어리그 16,17호골을 작렬하여 2년 연속 리그 득점왕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비디치-퍼디난드' 센터백 조합은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했고 캐릭-플래처-긱스-에브라-오셰이-판 데르 사르 같은 선수들의 폼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한동안 주춤했던 베르바토프-테베즈의 경기 감각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동안 컨디션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박지성-안데르손-하파엘이 정상 페이스만 되찾는다면 맨유의 5월 일정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넘보고 있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칼링컵과 클럽 월드컵에 우승하면서 4관왕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과연 맨유가 5월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