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에서 4-3-3 변신을 꾀한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의 판단은 결국 틀렸습니다. 지난 리버풀전과 풀럼전 참패, 아스톤 빌라전 3-2 승리 이면에 가려진 느린 템포의 공격력이라는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4-3-3 전환을 꾀했지만 오히려 중요한 고비에서 승리를 잡지 못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2-2로 비기긴했으나 내용이 그다지 탐탁치 않은데다 수비수들의 실수까지 속출하면서 변칙 라인업 구성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일부 팬들은 포르투전 종료 후 '맨유가 포르투에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4-3-3 카드를 꺼내든 맨유의 경기력이 실망스러웠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날 맨유는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을 뿐더러 팀 고유 컬러나 다름없는 화끈한 공격력 또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국 대표팀 차출과 사흘전 아스톤 빌라전 피로 여파 때문에 완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나온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로 최상의 전력을 발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피로에 지친 선수들이 감독이 요구하는 4-3-3에 맞추기에는 무리함이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맨유가 지금까지 4-3-3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입니다. 맨유는 엄연히 4-4-2를 근간으로 하는 팀이지만 팀의 전술 다변화를 위해 때로는 4-3-3, 4-2-3-1로 전환한 적이 있었습니다. 2002/03시즌까지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팀 공격의 구심점을 잃었던 것이 4-3-3의 등장을 가져왔고, 이후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공격력에 중심을 두는 '킹 뤼트 시스템'을 통해 4-3-3 카드를 썼죠. 하지만 판 니스텔로이의 의존도가 지나치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공격력의 기복이 심했고, 그 결과는 우승 트로피 획득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판 니스텔로이가 팀을 떠난 이후에도 4-3-3은 쉽게 정착되지 못했습니다. 2006/07시즌 초반에 줄곧 4-3-3을 구사하다 리그 선두자리까지 내줬고 지난해 9월 13일 리버풀전에는 '루니-베르바토프-호날두'로 짜인 스리톱을 구축했지만 오히려 베르바토프의 최전방 고립을 부추기는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1-2로 패했습니다. 다만 지난 시즌 몇몇 경기에서는 4-3-3 공격이 쉽게 통할 수 있었는데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공격수들의 잦은 위치 변동을 통한 '무한 스위칭'을 통해 최전방을 이리저리 흔들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맨유 선수들이 지난 시즌 처럼 4-3-3에서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발휘하기에는 몸이 무거웠습니다. 4-3-3은 좌우 윙 포워드들의 컨디션이 전제되어야 상대 수비진영을 한꺼풀씩 벗길 수 있는 이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좌우 윙 포워드를 맡았던 박지성과 호날두는 평소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펼쳐 팀 공격력에 이렇다할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은 얼마전 국내에서 가졌던 A매치 두 경기 및 먼 거리를 이동했던 피로 여파 때문에 부진했고 호날두는 그동안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며 체력을 보충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박지성과 루니는 최전방으로 이동할 수록 서로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내면서 평소의 날카로운 콤비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이날 맨유가 골을 넣었던 두 개의 장면도 '박지성-루니-호날두' 스리톱이 빚어낸 하모니와 무관했습니다. 웨인 루니의 선취골은 상대팀 수비수인 브루노 알베스의 패스미스에 의한 '운 좋은' 득점 장면이었으며 두번째 골을 넣은 카를로스 테베즈는 교체 요원이었습니다. 박지성과 호날두의 부진이 팀 공격력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 주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박지성을 4-3-3의 윙 포워드로 활용한 퍼거슨 감독의 선수 기용은 실패작 이었습니다. 4-3-3의 스리톱은 선수 개인이 지닌 우수한 공격력을 필요로 하는데, 박지성은 호날두-나니-루니-테베즈 처럼 무서운 파괴력과 뛰어난 개인기를 보유한 선수가 아닙니다. 그동안 4-4-2의 측면 미드필더 공간에서 궃은 역할을 다하는데 눈부신 장점을 발휘했던 그가 스리톱의 일원이 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당일 컨디션이 좋았다면 새로운 자리에서 무리없이 제 몫을 다했을지 모르나, 문제는 컨디션 마저도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이날 박지성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후반 13분에 교체 되었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퍼거슨 감독의 선수 기용 미스가 아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그동안 4-3-3 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이유는, 4-3-3 장점에 녹아들 수 있는 미드필더진 조합을 찾지 못했던 것이 주 원인이었습니다. 4-3-3은 4-4-2보다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4-4-2에 익숙했던 맨유 선수들이 4-3-3의 중원 공간에서 위치가 서로 중복되는 문제점을 남기면서 팀 전력에 이렇다할 무게감을 실어주지 못했습니다.
이날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스콜스-캐릭-플래처' 조합은 경기 시작부터 자신들이 있어야 할 위치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 거리더니 포르투에게 잇따른 역습 기회를 허용하면서 여러차례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서로의 위치가 중원에서 여러차례 겹치는 문제점이 나타났고 전반 25분 이후에는 스콜스와 캐릭 사이의 공간이 지나치게 벌어지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맨유가 전반 29분까지 볼 점유율에서 69-31(%)의 우세를 점하고도 슈팅 숫자에서 3-7(유효슛 2-4)의 열세를 나타냈던 것은 미드필더들의 경기 운용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맨유가 이날 경기에서 불안한 경기를 펼쳤던 또 하나의 원인이 바로 패스미스 였습니다. 전반 4분 선제골 실점 상황에서 호날두의 패스미스에 이어 에반스가 걷어내려던 것이 불안하게 처리되어 상대에게 일격을 맞았죠. 그 이후 에반스-스콜스-오셰이-박지성 등이 연이어 패스미스를 범했습니다. '스콜스-캐릭-플래처' 조합도 예외일 순 없었습니다. 중원에서 백패스가 불필요하게 많은데다 정확도까지 불안해서 포르투에게 끊임없는 역습 기회를 내주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이렇다보니 수비수들의 수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포루투에게 두 골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국 맨유는 4-3-3이 여의치 않자 전반 35분 부터 '루니-호날두' 투톱 체제에 박지성과 플래처를 좌우 윙어로 놓는 4-4-2로 원상복귀 했습니다. 퍼거슨 감독 스스로 4-3-3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원래의 전술로 돌아간 것이죠. 만약 맨유가 처음부터 4-4-2를 구사했다면 경기 내용 및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을지 모릅니다. 지난 리버풀, 풀럼전에서 자신의 전술 미스로 팀의 참패를 자초했던 퍼거슨 감독은 이번 포르투전에서도 자신의 전략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물론 퍼거슨 감독은 앞으로도 4-4-2를 꾸준히 구사하면서 가끔씩 4-3-3을 조심스럽게 꺼내들 것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번 포르투전에서는 4-3-3이 맨유의 몸에 잘 맞는 옷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습니다. 4-3-3이 합리적인 카드인지 아닌지를 퍼거슨 감독이 포르투전을 통해 돌이켜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