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가 지난 6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1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호날두의 두 골은 페데리코 마케다의 역전골과 더불어 맨유의 3-2 역전승을 이끄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후반 35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낮게깔린 왼발 슛은 상대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하는 감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그런 호날두에게 주어진 책임감은 큽니다. 맨유의 에이스로서 그동안 유럽축구에서 전무후무했던 퀸투플(5관왕) 달성이라는 중책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로서도 호날두의 활약이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맨유=호날두'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그의 공격력 및 출전 유무에 따라 팀 전체 경기력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호날두의 활약이 지난 시즌 유럽 무대를 평정했던 '포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스톤 빌라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1위에 올랐지만 시즌 전체적인 관점에서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일관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선수'다운 면모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여기에는 과다한 경기 출전까지 문제가 되면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시즌 막판에 고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호날두에게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5관왕을 노리는 맨유에게는 고민이 아닐 수 없는 대목입니다.
맨유 5관왕 열쇠 호날두의 '두 얼굴'
호날두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7경기에서 15골을 넣으며 니콜라스 아넬카(첼시)와 더불어 리그 득점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던 아넬카가 12월부터 걷잡을 수 없는 골 침묵에 시달렸던 것이 호날두의 리그 득점왕 2연패의 길을 열어주는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시즌 초반 아넬카와 함께 득점왕을 다투던 아미르 자키(위건) 호비뉴(맨체스터 시티) 저메인 데포(토트넘)는 최근 골 부진 및 부상을 이유로 득점왕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었습니다.(호비뉴의 골 부진은 태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호날두가 올 시즌에 기록한 15골은 지난 시즌에 비하면 턱 없이 낮은 수치 입니다. 지난 시즌이었던 2008년 4월 7일 미들즈브러전에서는 리그 27호골 및 시즌 37호골을 넣으며 득점기계의 진면목을 다했기 때문이죠. 올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상대 에이스를 집중 견제하는 압박 수비가 유행하면서 자신을 비롯한 여러명의 득점왕 후보들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막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던 적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득점 공동 1위에 오른 것은 '저력이 있는 선수'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호날두는 지난해 9월 27일 볼튼전부터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까지 리그 6경기 8골을 기록하는 몰아치기의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아스톤 빌라전에서 두 골을 넣으면서 또 한 번의 몰아치기 효과를 노릴 틈이 생겼습니다. 에이스는 팀이 우승을 노리는 중요한 길목에서 대들보 역할을 해야 인정받는 자리입니다. 그런 호날두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동시 득점왕에 오르며 맨유의 더블 우승을 이끌었으며 올 시즌에는 맨유의 5관왕을 이끌 열쇠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클럽 월드컵과 칼링컵을 제패한 맨유가 나머지 3개(EPL, CL, FA컵)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호날두의 골이 전제되어야만 합니다.
맨유는 5관왕을 위해 호날두의 감각적인 드리블 돌파와 패싱력을 거치는 기존의 공격 패턴을 그대로 활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호날두가 2006/07시즌 부터 팀의 전술적 초점과 관심의 중심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프랭크 램퍼드(첼시) 케빈 데이비스(볼튼)같은 득점력이 출중한 미드필더들의 공격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는 만큼, 맨유도 호날두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력을 꾸준히 이어갈 것입니다. 이는 호날두의 리그 득점 2연패 가능성을 밝게 비추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력은 맨유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나 다름 없습니다. 맨유와 겨루는 상대팀들은 호날두의 영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 호날두는 지난해 11월 15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상대팀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리그 9연속 무득점에 시달렸고 지난달 리버풀전과 풀럼전에서도 극도의 부진한 경기력을 일관했습니다. 이는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이 맨유의 5관왕 발판을 열어주는 절대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즌 초반, 중반이면 몰라도 5관왕 달성에 매우 중요한 시즌 후반이라면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쪽으로 쏠리는 공격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지난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호날두의 발을 거치는 공격력을 일관했습니다. 호날두처럼 유연한 공격 전개와 파괴적인 플레이메이킹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루니는 잦은 부상, 베르바토프는 기복이 심하고 볼 터치가 낮은 것, 테베즈는 저조한 활약상이 문제죠. 이것이 5관왕을 노리는 맨유 전력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호날두를 발목잡는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과다 출전' 입니다. 호날두는 올 시즌 클럽 월드컵을 비롯 맨유에서만 42경기를 뛰었으며 그 중 38경기가 선발 출전 경기였습니다.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한달 동안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과다 출전'이라는 비유가 적절할 만큼 많은 경기에 모습을 내밀고 있습니다. 여기에 포르투갈 대표팀 경기 일정까지 소화하면서 엄청난 체력 소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탄탄한 내구성과 경기를 오래뛸 수 있는 완급 조절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체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저 인간일 뿐입니다.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부진 원인이 체력 저하였던 것 처럼 시즌 막판에 체력적인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와 FA컵에서 동반 결승에 진출할 경우 8일 FC 포르투전 부터 다음달 2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50일 동안 15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만큼, 에이스 호날두의 출전 빈도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10일간 A매치 두 경기를 포함해 총 3경기를 치렀던 호날두에게는 무리한 스케줄이죠.
맨유는 두꺼운 선수층을 최대한 활용하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팀이지만 정작 호날두 한 명은 예외 였습니다. 강팀과 약팀, 중요한 대회와 중요하지 않은 대회에 관계없이 거의 매 경기에 모습을 내밀었죠. 호날두도 어디까지나 인간이기 때문에 이대로는 무리한 출전으로 인한 부상의 위험성을 안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퍼거슨이 호날두를 혹사시키고 있다'는 여론의 반응은 제법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내 팬들은 이러한 호날두를 가리켜 국내 프로야구에서 많은 경기 등판으로 주목받는 '3대 정노예(정현욱, 정우람, 정재복)'을 본따 '호노예'라는 새로운 별명을 붙여주게 되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호날두'와 무리한 경기 출전으로 혹사중인 '호노예'는 얼핏 보면 다른 사람 같지만 실제로는 동일 인물입니다. 맨유가 올 시즌 5관왕을 달성하려면 호날두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 없이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존처럼 호날두의 득점력을 극대화하는 공격력에 비중을 둘지 아니면 호날두에게 적절한 휴식 기회를 제공하며 선수를 보호할지, 맨유의 5관왕 달성 여부는 '호날두 활용'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