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강팀이라도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면 좋은 성과를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선수들이 무성의한 경기력을 일관하면 상대팀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술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됩니다. 그런 팀은 마치 당나라 부대를 보는 것 처럼 '의지박약' 혹은 '오합지졸'이나 다름 없습니다. 놀랍게도, 그 팀이 바로 '그동안 거침없이 잘 나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였습니다.
올 시즌 클럽 월드컵과 칼링컵 우승, 프리미어리그 1위로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달려왔던 맨유의 기세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4일 리버풀전에서 1-4 대패를 당하더니 22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2로 패했습니다. 마치 저주에 빠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최근 두 경기에서 이전과 전혀 상반된 경기를 펼치며 졸전을 거듭하게 됐습니다.
특히 풀럼전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였습니다. 1964년 이후 45년 만에 풀럼 원정에서 무릎을 꿇고 만 것이죠.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진데다 전반 18분과 후반 43분에는 폴 스콜스와 웨인 루니가 퇴장당하면서 강팀의 이미지를 단단히 구기고 말았습니다. 이번 풀럼전 패배는 단순 이상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올 시즌 5관왕을 노리겠다던 야심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리버풀 또는 첼시에게 리그 선두 자리를 내주는 타이밍이 시간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맨유, 왜 풀럼전에서 최악의 경기 펼쳤나?
사실, 이번 풀럼전은 맨유가 경기 시작부터 90분 동안 좋은 경기 내용을 펼쳐야 마땅했던 경기였습니다. 리버풀전이 일시적인 부진임을 증명하려면 풀럼전에서 '전력에 문제 없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말해줘야 했지만 오히려 90분 동안 그리고 공수 양면에 걸쳐 답답하고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얼굴 표정이 전반 18분 폴 스콜스의 퇴장 이후 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맨유팬들에게 일말의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맨유는 풀럼과의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 2-18(유효슛 0-7)의 엄청난 열세를 나타냈습니다. 볼 점유율에서 52-48%의 우세를 기록하고도 슈팅에서 밀렸다는 것은 공격 옵션들이 상대 수비진을 열어 제치는데 시종일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죠. 공격의 대부분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측면 드리블에 치우칠 정도로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그렸던 것이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주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호날두의 개인기와 드리블이 최근 상대 수비수들에게 자주 걸린다는 것인데 이는 상대팀들이 '호날두를 꽁꽁 막으면 맨유를 이길 수 있다'는 공식이 통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특히 스콜스가 전반 18분 바비 자모라가 헤딩슛한 공을 손으로 걷어내고 퇴장당한 것은 엄청난 악운이 따르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 종료까지 숫적 열세에 놓인 것에 모자라 공수 양면에 걸쳐 극심한 경기력 저하에 빠지면서 난국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동점골을 넣겠다는 적극적인 자세 없이 상대 수비에 막혀 공을 돌리는데 급급했고 이마저도 잦은 패스 미스에 빠지면서 '의지 박약' 그 자체의 안이한 모습을 그려가게 되었습니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게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빼고 웨인 루니를 투입하여 공격에 올인 했습니다 .후반 15분 부터 5분 동안 7개의 슈팅을 시도했을 만큼 한때 동점골을 넣기 위한 의지를 불태웠지만 24분 존 오셰이를 빼고 카를로스 테베즈를 투입하면서 공격 주도권에서 풀럼에게 밀리는 불안정한 경기를 펼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42분 졸탄 게라에게 쐐기골을 허용하더니 43분 루니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실력에서 풀럼에게 우위였다고 할지라도 경기를 이기겠다는 선수들의 정신력과 똘똘 뭉친 조직력은 오히려 상대팀에게 배워야 마땅했을 정도로 나쁜 경기 내용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은 느슨한 압박을 일관하며 상대팀 공격에 쉽게 무너지더니 잦은 패스미스로 팀 전력의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파트리스 에브라는 전반 46분 헐리웃 액션으로 경고를 받으면서 리버풀전 페널티킥 허용에 이은 결정적인 실수를 또 범하고 말았습니다.
'베르바토프-긱스' 투톱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두 선수 모두 2선에서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받지 못해 상대 수비진의 발에 묶이면서 골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죠. 그럴수록 2선으로 내려가 공격을 전개하는 적극적인 플레이가 요구될 수 밖에 없지만 볼 터치 부족으로 고전하면서 '상대팀에 밀린' 공격의 흐름을 뒤바꾸지 못했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루니는 여러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날렸음에도 2번의 쓸떼없는 반칙으로 퇴장을 당했고 테베즈는 상대팀의 견고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교체 투입이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총체적 부진은 리버풀전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리버풀전에서 극도로 부진했던 경기력이 풀럼전에서 그대로 재현된 것이 결정적 이유라 할 수 있죠. 상대팀을 반드시 꺾겠다는 '승리욕' 까지 실종될 정도로 그동안 오름세를 이어갔던 사기가 완전히 꺾이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전술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최근 두 경기에서 내리 패하면서 오합지졸의 행보를 그려가게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안이한 자세도 문제지만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 이렇다할 변화가 없다는 것은 졸전의 심각성을 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풀럼전에서는 리버풀전에서 드러난 단점을 통해 전력을 재정비하여 시즌 후반 오름세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문제는 리버풀전에 이어 풀럼전에서도 똑같은 경기 내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입니다.
올 시즌 맨유 전술의 핵심이었던 포백이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장한 '과부하'에 걸리면서 지난 리버풀전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 문제죠. 미드필더진에서 잦은 패스 미스로 수비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것이 최근 2경기에서 6골을 허용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특히 허리싸움에서 리버풀과 풀럼에게 밀렸다는 것은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퍼거슨 감독은 리버풀전과 풀럼전 뿐만 아니라 이번 시즌 내내 호날두의 측면 돌파를 활용하는 공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는 최근 몇 경기 동안 팀 공격에 이렇다할 실마리를 던져주지 못했을 뿐더러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불과 지난 시즌처럼 호날두에 의존하는 공격은 이제 더 이상 상대 수비진에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호날두는 우수한 체력과 내구성을 자랑하며 팀 공격을 좌지우지하는 에이스임엔 분명하지만 경기력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앞으로의 대반전을 위해서라면 기존 공격 옵션들의 다채로운 공격 변화가 절실합니다. 만약 퍼거슨 감독이 호날두 의존도를 줄이지 못한다면 맨유가 앞으로도 뒷걸음을 칠것이 분명합니다. 호날두 뿐만이 아니더라도 풀럼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하면 같은 결과가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떠한 경기에서든 승리를 거두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선수 그리고 감독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