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노력의 차이는 곧 결과의 차이이며, 이 같은 인생의 진리는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산소 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이 드디어 해냈습니다. 8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크레이븐 커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의 FA컵 8강 원정 경기에서 후반 36분 풀럼의 왼쪽 진영에서 상대팀의 패스를 차단하여 문전으로 빠르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뒤, 아론 휴즈를 제치고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을 날리며 시즌 2호골과 동시에 맨유 통산 10호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은 이후 5개월 18일만에 골을 터뜨리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우선, 박지성은 3월에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였습니다. 이번 풀럼전 이전까지, 맨유에서 기록한 9골 중에 4골이 3월에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 중 2007년 3월 17일 볼튼전에서는 멀티골을 넣었고 지난 시즌의 유일한 골 또한 3월에 기록했던 것이어서(3월 1일 풀럼전) 유독 3월에 신들린 골 감각을 발휘했습니다. 더욱이 자신이 골을 넣은 8경기 중에서 7경기가 맨유의 승리로 이어진 것이기에 이번 풀럼전에서 10호골을 넣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최근 박지성의 공격 포인트 본능은 '말 그대로' 물이 올랐습니다. 최근 4경기중에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1골 2도움)를 기록하며 '골과 도움이 부족하다'는 팬들의 걱정을 뒤로 한 것입니다. 특히 풀럼과의 최근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2골 1도움)를 올리는 등 '풀럼 킬러'로서의 명성까지 떨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크레이븐 커티지는 박지성이 지난해 3월 1일 맨유 통산 8호골을 작렬했던 장소였기에 이번 10호골이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박지성의 전반 중반까지의 활약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비해 몸을 사리면서 미드필더 공간에만 계속 머물렀기 때문에 볼 터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풀타임 출장하기 위한 완급조절이었을 뿐, 후반 막판에 체력적인 부담 없이 골을 넣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런 박지성은 전반 22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중앙 공격을 인터셉트하더니 8분 뒤 웨인 루니의 골을 이끌어낼 뻔했던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하며 자신의 진가를 서서히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박지성의 본격적인 진가는 후반전 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후반 초반부터 왼쪽 측면을 활발히 휘저으며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창출하고 동료 선수들에게 양질의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력을 살리기 시작한 것이죠. 후반 15분에는 풀럼 문전 정면에서 낮게 깔린 슈팅을 날린 뒤 3분 뒤 문전으로 빠른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왼발슛을 날리며 마크 슈워처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케 했습니다. 2개 모두 노골이 되고 말았지만 테베즈-루니의 득점포에 여지없이 흔들렸던 슈워처의 힘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후반 36분 '축구팬들이 기대하던' 맨유 통산 10호골을 넣으며 그동안 골을 넣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던 열매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풀럼의 골망을 출렁인 박지성은 그동안 공격 마무리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부정확한 타점과 한 박자 늦은 타이밍으로 슈팅의 위력이 약해지면서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에게 걸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2006/07시즌부터 '동안의 암살자' 올레 군나르 솔샤르(현 맨유 리저브팀 감독)의 조언을 받으며 골 결정력 향상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9개월 무릎 부상 공백으로 골 감각을 잃은 것을 비롯 발목이 유연하지 않은 신체적인 문제점이 나타났기 때문에 많은 골을 넣기가 어려웠습니다.
박지성이 골을 넣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퍼거슨 감독이 오랫동안 골 결정력 부족을 아쉬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동료 선수들의 골을 돕는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며 공수 양면에 걸쳐 팀을 위해 헌신을 다하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펼쳤지만 공격 마무리가 약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골 부진이 계속된다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8인 엔트리 제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던 만큼, '골을 원하는' 퍼거슨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박지성은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맨유 전력의 중심축으로 거듭나겠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습니다. 어느날 좋은 경기 내용을 펼쳤음에도 "골을 못넣어서 아쉽다"는 말을 했었고 "(올 시즌) 20골은 무리지만 적어도 10골은 넣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을 만큼 골을 넣으려는 집념을 위해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맨유 선수들이 인정할 만큼 항상 성실하고 착실한 자세로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던 그였기에 맨유 통산 10호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이자 '노력의 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사실 박지성이 팀의 주축 선수로 위상을 굳힐 수 있었던 이유는 팀 플레이가 다른 누구보다 투철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은 골이 부족하다'고 입버릇 처럼 지적을 하면서도 중요한 경기에서 항상 자신을 선발로 중용했던 것은 그가 스승의 신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 이후, 스쿼드 플레이어에서 팀의 측면을 완전히 꿰차는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한 것이 그 예죠.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제자가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골을 넣는 능력을 '확실히' 키울 수 있도록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이라는 가혹한 채찍질을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박지성은 '골'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 이후 5개월 18일 동안 37번의 슈팅(유효슛 15개)을 시도하며 맨유 통산 10호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한 것이죠. 물론 그 동안의 과정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 30일 미들즈브러전에서는 문전 가까이에서 골을 쉽게 넣을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허공을 가르는 슈팅을 날리며 퍼거슨 감독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팀 내 역할은 미드필더진에서 궃은 역할을 맡는 것이기 때문에 슈팅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맨유 통산 10호골을 넣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보다는 팀이 우선이었기에 여러 차례의 슈팅을 난사하듯이 골을 노릴 수 없었던 것이며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단련이 되어 마침내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박지성이 '나는 골을 넣을 수 없어'라는 마음속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는 맨유의 주전으로 뛸 자격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소극적인 생각은 자기 자신을 약하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전에서 골은 물론이요 자신의 진면목을 다하지 못하는 악영향으로 이어졌겠죠. 그래서 박지성은 연이은 골 부진 속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전구 발명을 위해 숱한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을 떠올리게 하듯, 골을 넣기 위한 적극적인 몸부림을 펼치며 '언젠가 골을 넣을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만의 믿음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36번의 골 실패 속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치고 달렸고, 결국 37번째 슈팅을 골로 연결 시키며 자신의 두 팔을 머리위로 치켜 세우며 환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노력이 없다는 것은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성공할 수 없게 됩니다. '노력의 힘'은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때문이죠. 그런 박지성은 '노력의 힘'을 믿으며 5개월 18일의 시간 동안 연이은 골 부진 속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겁니다. 이러한 불굴한 저력이 있었기에 국내 축구팬들은 자신에게 '한국 축구의 아이콘', '대표적인 노력파'로 치켜 세우며 밤새도록 맨유 경기를 시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맨유 통산 10호골로 그동안의 마음 고생에서 벗어난 박지성. 그의 진면목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