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3연승' 히딩크,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다


스탬포드 브릿지(첼시 홈구장)에 새로 올려진 깃발의 자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성적 부진으로 프리미어리그 4위로 추락했던 첼시가 사령탑 교체를 발판삼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이후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상황입니다.

첼시는 1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위건과의 2008/09시즌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리그 2위로 뛰어 올랐습니다. 전반 25분 존 테리의 왼발 가위차기슛 후반 46분 프랑크 램퍼드의 헤딩슛으로 승점 3점을 따낸 것이죠. 이로써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21일 아스톤 빌라전 1-0 승리, 26일 유벤투스전 1-0 승리 이후 3연승을 달리며 첼시의 새로운 변혁을 이끌고 있습니다.

우선, 3경기 중에 2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뒀던 것과 위건전에서 후반 37분 실점 상황까지 1-0으로 앞섰다는 것은 히딩크 감독이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스콜라리 체제에서는 좌우 풀백의 활발한 공격 가담을 축으로 하는 공격지향적인 축구를 펼쳤지만 히딩크 감독은 풀백들의 수비 가담을 자제하고 '램퍼드-미켈-발라크'로 짜인 중앙 미드필더진이 포백과의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팀의 공격을 봉쇄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마치 무리뉴 시절을 보는 것 처럼 수비 숫자에 많은 인원을 포진시키면서 수비라인이 탄탄하고 강해졌습니다.

특히 3경기에서는 전반 12~24분대에 선제골이 터졌는데, 올 시즌 선제골을 넣은 16경기에서 14승1무1패를 거뒀을 만큼 선제골 넣은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첼시 선수들은 스콜라리 체제에 이어 히딩크 체제에서도 전반 초반부터 선제골을 넣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히딩크 체제에서는 선제골을 넣은 이후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은 것 때문인지 여유로운 경기 운영으로 무리한 공격을 펼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FA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바쁜 일정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한 몫을 했지만요.

그와 더불어 눈여겨 볼 것은, 히딩크 감독이 3경기에서 구사했던 공격 전술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는 첼시가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동안 측면 공격이 아쉬웠던' 공격 전술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치 카멜레온 처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히딩크식 공격 전술에 상대팀들이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건은 4-5-1 포메이션으로 미드필더진을 두껍게 형성했지만 새로운 공격 전술을 들고 나온 히딩크 감독의 지략을 공략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첼시는 지난 아스톤 빌라전에서 '드록바-아넬카' 투톱에 살로몬 칼루를 프리롤 형태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진시키는 4-3-1-2 포메이션을 구사했습니다. 드록바와 아넬카는 최전방에서 측면쪽으로 활로를 찾는 활동 반경으로 상대 수비에 혼동을 주더니 칼루가 특유의 빠른 기동력으로 활발한 문전 침투를 펼치면서 많은 공격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칼루는 팀의 수비 때 오른쪽 측면에 포진하다 공격 전개시 중앙으로 대각선 이동을 하는 프리롤 공격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고 이러한 칼루를 변칙 기용한 히딩크 감독의 아스톤 빌라 원정 징크스(9년간 3무6패) 격파 전략은 그대로 성공했습니다.

유벤투스전에서는 '아넬카-드록바-칼루'의 스리톱을 구사했습니다. 칼루를 오른쪽 측면 공격으로 고정한 뒤 측면과 중앙을 오가던 드록바의 위치를 원톱으로 놓고 아넬카를 왼쪽 측면으로 돌린 것이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드록바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 전술이었습니다. 아넬카와 칼루는 측면에서 드록바의 머리를 노리는 크로스를 자주 구사했고 램퍼드와 미하엘 발라크의 정확한 전진패스까지 더해지면서 드록바를 거치는 공격 빈도가 많았습니다. 이에 드록바는 최전방에서의 강력한 몸싸움과 탄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여러차례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만들었고 전반 12분 결승골을 넣으며 자신의 부활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위건전에서는 수비 자원들의 공격력이 매서웠습니다. 드록바가 최전방에서 위건 수비수들을 흔들면서 빈 공간을 창출한 뒤 아넬카와 칼루가 측면 공격에서 후방으로 빠지는 활동 반경으로 상대 풀백을 유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건의 오른쪽 측면 뒷 공간에 허점을 찾으면서 왼쪽 풀백 에슐리 콜이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 자원들의 골 기회를 도왔습니다. 아스톤 빌라전과 유벤투스전에서 수비에 치중을 두었던 움직임과는 대조적이었죠. 전반 39분에는 오른쪽 풀백 마이클 멘시엔이 상대팀 문전까지 파고드는 오버래핑으로 슈팅을 시도하며 골을 노리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선제골 또한 수비수의 발에서 나왔습니다. 테리는 전반 25분 페널티지역 정면에 자리잡으면서 에메르손 보이스가 골문 앞에서 헤딩으로 걷어낸 공을 '마치 태권도의 태극 8장 발차기를 보듯' 왼발 가위차기슛으로 골을 성공 시켰습니다. 1분 뒤에는 알렉스가 위건 문전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등 두 명의 센터백이 전반 중반대에 공격에 가담하면서 골을 시도하면서 팀 공격의 다양성을 띄웠습니다.

후반 37분 실점 이후 공격력에 활기를 되찾았던 것 역시 수비수의 공격 본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첼시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이 위건의 압박 수비에 밀려 활로를 못찾은 가운데, 오른쪽 풀백 줄리아노 벨레티가 최전방으로 직접 몰고 나가는 드리블 돌파를 2회 구사하여 상대 수비진을 농락했습니다. 이것은 첼시 미드필더진이 전방으로 손쉽게 치고 들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으며, 후반 46분 발라크와 램퍼드가 골문 가까이에서 결승골을 빚어내는 합작품을 연출하면서 팀의 2-1 승리를 결정짓게 했습니다.   

이렇게 히딩크 감독이 데뷔전 이후 3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3경기 동안 공격 전술을 바꾸며 다채로운 전술 운용을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미 1월 이적시장이 끝났음에도 기존 선수들을 앞세워 공격 전형의 변화의 폭을 크게 그리며 3연승을 달렸던 것은 히딩크 감독의 지략이 연이어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과 호주, 러시아 대표팀, PSV 에인트호벤을 통해 여러가지 포메이션과 다양한 전술로 '카멜레온 용병술'을 구사하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그 노하우를 첼시에 접목시켜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겁니다.

히딩크 감독은 앞으로도 팀의 공격 전술을 계속 바꿀 것으로 보입니다. 잘나가고 있는 만큼 상대팀들의 견제가 만만찮기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가 불가피하죠. 유기적인 공격 전술 변화로 첼시의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히딩크 감독의 '카멜레온 마법'이 계속되어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거둘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