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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히딩크 마법, '맨유의 벽' 넘을까?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바람잘 날 없던 첼시가 얼마전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면서 그동안 구겨졌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그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21일 아스톤 빌라전 1-0 승리로 9년 묵은 아스톤 빌라 원정 징크스(3무6패)를 깨는데 성공했으며 5일 뒤 유벤투스전에서도 1-0으로 이기면서 팀의 대반전에 물꼬를 텄습니다. 최근에는 스콜라리 체제에서 부진했던 드록바-발라크-체흐의 활약이 살아나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히딩크 감독과 첼시가 노리고 있는 것은 팀의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것입니다. FA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물론 '이 글의 주제인' 프리미어리그 역전 우승을 위해 사활을 걸겠다는 것이죠. 히딩크 감독은 지난 13일 선수단 상견례에서 "맨유와의 승점 차이가 10점 벌어졌지만 예전의 경우나 다른 리그의 예를 보면 시즌 막판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다"며 역전 우승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수들에게 전파했습니다. 만약 첼시의 리그 역전 우승을 이끈다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우승 스토리가 맺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역전 우승의 위업을 이루는 것은 그저 말처럼 쉬운것이 아닙니다. 첼시의 시즌 후반 전망이 '히딩크 효과에 힘입어' 낙관적인 것임엔 사실이지만 문제는 역전 우승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히딩크 감독의 마법 피날레가 무언가의 '걸림돌'에 의해 불발될지 모를 일입니다.

최근 네 시즌 동안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의 승점을 살펴보면 80점대 후반~90점대 중반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2004/05시즌에는 첼시가 95점(29승8무1패) 2005/06시즌에는 첼시가 91점(29승4무5패) 2006/07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89점(28승5무5패) 2007/08시즌에는 맨유가 87점(27승6무5패)의 승점으로 우승을 차지했죠.

현재 리그 3위(52점, 15승7무4패)를 기록중인 첼시가 남은 1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승점 88점이 됩니다. 80점대 후반의 승점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역전 우승 가능성을 꿈꿀 수 있지만 순위 싸움이 치열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12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첼시는 올 시즌 빅4팀과의 전적에서 1무4패로 밀린데다 5월 9일 아스날 원정 경기가 있기 때문에 88점을 채우기가 버거운 입장입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리그 선두(62점, 19승5무2패) 맨유보다 승점 10점이 부족합니다. 만약 맨유가 12경기중에 9경기를 이기면 89점으로(2위 리버풀이 89점을 넘지 못한다는 전제하에) 우승을 차지하기 때문에 첼시가 12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맨유를 따라잡기가 역부족입니다. 맨유는 지난해 12월 26일 스토크 시티전 1-0 승리 이후 리그 9연승을 달리고 있어 남은 경기 전망을 밝게 하고 있죠. 특히 지난 시즌 후반에는 아스날을 제치고 리그 선두로 뛰어 오른 뒤 첼시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경험이 있어 이번 시즌 후반에도 강한 면모를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잉글랜드 BBC는 지난 13일 <히딩크 감독이 첼시에서 몇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까?>라는 설문조사를 했지만 75%가 우승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이는 히딩크 감독이 첼시 사령탑을 맡은 시기가 늦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적어도 한달 일찍 감독을 맡았다면 지금보다 승점이 더 많았을지 모르지만 이미 주어진 시간을 모두 허비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되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도 지난 19일 <유나이티드 리뷰>를 통해 "히딩크 감독이 오더라도 첼시의 (리그) 우승은 힘들 것이다"고 전망할 만큼 첼시의 리그 우승 가능성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입니다.

히딩크 감독과 첼시가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우승컵은 FA컵과 챔피언스리그 같은 토너먼트 무대입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과 러시아 대표팀 등에서 '토너먼트 강자'로 빛을 발휘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지난 상견례에서 프리미어리그 역전 우승에 대한 의지를 밝힌데다 첼시 선수들이 지난 아스톤 빌라전에서 증명한 것 처럼 역전 우승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맨유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첼시가 리그 역전 우승을 달성하려면 맨유의 시즌 후반 부진이 반드시 전제될 수 밖에 없습니다.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리그 9연승을 달리는 맨유의 오름세가 꺾이길 바라고 있겠죠. 현재로서는 맨유의 시즌 후반 전망이 밝을 것임에 틀림없지만 앞날 미래가 안갯속처럼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쩌면 맨유에게 중대한 고비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일례로, 1995/96시즌에는 리그 선두 였던 뉴캐슬의 캐빈 키건 감독이 퍼거슨 감독의 심리전에 말려들면서 남은 11경기에서 단 4승에 그치고 맨유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습니다. 맨유는 한때 승점 12점까지 나던 승점차를 뒤집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죠. 물론 퍼거슨 감독과 히딩크 감독 모두 강철같은 심장을 지닌 지도자들이지만 뉴캐슬의 몰락과 맨유의 반전 처럼, 미래는 어찌될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역전 우승을 달성하려면 모든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기 위해 모든 사력을 다해야 합니다. 우승을 위해 어렵고 험난한 난관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죠. 과연 히딩크 감독이 자신의 마법으로 어떻게 이겨낼지 앞으로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