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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의 인터밀란전 맹활약 즐기자


흥분되는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오는 25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쥬세페 메아차에서 열리는 인터 밀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08/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말입니다. 퍼거슨vs무리뉴, 잉글랜드 리그 1위vs이탈리아 리그 1위의 흥미진진한 매치업을 형성하는 두 팀의 경기는 지구촌 축구팬들의 엄청난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입니다.

특히 국내팬들에게 열렬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 경기에서 '산소 탱크' 박지성(28, 맨유)이 선발 출장하기 때문입니다. 박지성은 지난 22일 체력 안배 차원에서 블랙번전 18인 엔트리에 빠지면서 인터밀란전 맹활약을 위한 산소탱크를 충전했습니다. 올 시즌 맨유의 주전급 선수로 자리잡은데다 특히 강팀과의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기 때문에, 더 이상 박지성의 선발 출장을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박지성으로서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8인 엔트리 제외라는 뼈아픈 시련이 전화위복이 되어 올 시즌 맨유에서의 입지가 탄탄해진 것이죠.

무리뉴는 박지성을 잘 알고 있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맨유와 상대하는 조세 무리뉴 감독이 박지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정상급 명장으로 꼽히는 무리뉴 감독이(참고로, 무리뉴 감독은 차기 맨유 사령탑으로 유력한 지도자입니다.) 두번씩이나 박지성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면서 인터밀란전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임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죠. 

무리뉴 감독은 지난 22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맨유는 최고의 역습 능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특히 루니, 호날두, 베르바토프, 테베즈, 박지성은 경기 반전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주로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다"며 맨유 공격에서 조심해야 할 5명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박지성을 꼽았습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종횡무진의 움직임과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돕는 이타적인 활약이 팀 내에서 '톱클래스'인 박지성의 경기력을 읽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은 맨유전을 앞둔 2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맨유는 이번 경기에서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제한 뒤 "맨유는 루니, 베르바토프, 호날두, 테베즈를 동시에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 박지성, 캐릭, 스콜스, 긱스 같은 수비적이고 경험 많은 선수들이 (선발) 출장할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쥬세페 메아차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며 맨유가 1차전에서 수비 위주의 경기력을 펼칠거라 장담하면서 박지성의 선발 출장을 예견했습니다.

또 무리뉴 감독은 첼시 사령탑을 맡았던 지난 2006년 11월 28일 잉글랜드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맨유의 문제점은 그들 벤치에 공격 성향의 선수들이 남아 있지 않다. 맨유는 박지성과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부상으로 빠졌는데, 그들이 돌아오면 맨유 공격진은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고 경계했습니다. 지금까지 박지성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인터뷰를 했던 적이 없었지만, 세 가지의 인터뷰 내용을 유추하면 무리뉴 감독이 박지성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강팀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에게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현지에서 어느 정도 읽힌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성이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FC 바르셀로나전 1~2차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끈질기게 견제하면서 여러차례 인터셉트하는 발군의 활약을 펼친데다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에서 조 콜과 조세 보싱와의 측면 공격을 손쉽게 저지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지난해 11월 8일 맨유전에서 박지성과 자주 맞닥드릴 테오 월콧에게 오른쪽에서 중앙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주문했고, 바카리 사냐를 박지성의 몸싸움 상대로 놓았죠. 그만큼 박지성이 맨유 전력을 빛내는 경기력을 펼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를 '전략가' 무리뉴 감독이 모를리 없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달 12일 맨유-첼시전을 직접 관람하며 박지성의 역동적인 경기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박지성은 이날 조세 보싱와를 완전히 농락시키는 경기를 펼쳐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고, 보싱와는 박지성에게 밀린 끝에 후반 중반 질책성 교체 되었습니다. 지금의 박지성은 무리뉴 감독이 첼시 사령탑을 맡은 시절보다 더 강해지고 굳건해졌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이 최근 인터뷰에서 박지성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박지성이 인터 밀란전에서 맹활약 펼칠 가능성이 높은 인물임을 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지성의 인터 밀란전 활약에 믿음이 가는 이유

박지성의 인터 밀란전 활약이 기대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쥬세페 메아차의 그라운드를 밟는 점이 있지만, PSV 에인트호벤 시절이던 2004/05시즌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이 골은 퍼거슨 감독의 확실한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어서 맨유 입단이라는 최고의 선물로 이어졌습니다. 만약 인터 밀란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맨유 통산 10호골 고지에 오르는 것이어서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 이후 5개월 동안 길고 지루하게 이어졌던 아홉수 징크스에서 탈출 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A매치를 비롯, 강팀과의 경기 혹은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맨유 입단 첫 해였던 2005년 12월 21일 버밍엄시티와의 칼링컵 4강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4월 10일 아스날전에서는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결정 지었습니다.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으며 당시 80경기 넘는 홈 경기 무패행진을 펼치던 첼시의 기세를 초반부터 무너뜨렸습니다.(비록 1-1로 비겼지만) 더욱이 4년 전 AC밀란전에서 절묘한 선제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AC밀란과 같은 홈 구장을 쓰는 인터 밀란을 상대로 골망을 출렁이게 할지 자못 기대됩니다.

비단 골 뿐만은 아닙니다. 앞서 무리뉴 감독이 박지성이 수비적인 선수임을 언급한 것 처럼, 박지성은 주로 강팀과의 경기에서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상대 측면 옵션의 공격을 번번이 무너뜨렸던 스타일입니다. 번개처럼 수비 진영까지 내려와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고 재빨리 전방으로 역습을 전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동안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전술적인 가치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맨유 공격 옵션 중에서 가장 움직임이 많고 활동폭이 큰 박지성이기에 공수 양면에 걸쳐 자신의 진가를 빛낼 수 있었던 겁니다.

맨유에게 있어 인터 밀란전은 반드시 박지성의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거나 원정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박지성이 맨유 전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인터 밀란의 오른쪽 공격을 빛내는 '슈퍼 풀백' 더글라스 마이콘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콘은 '즐라탄-아드리아누' 투톱을 쓰는 인터 밀란의 공격 색깔을 다채롭게 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인데 폭발적인 오버래핑과 빠른 돌파 속도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파괴력을 자랑합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세리에A 시에나전에서 두 골을 넣을 만큼 득점력까지 출중하기 때문에 맨유가 경계할 수 밖에 없으며, 박지성이 팀을 위해 마이콘의 공격을 반드시 봉쇄해야 합니다.

더욱이 맨유는 네마냐 비디치가 징계, 하파엘 다 실바가 부상으로 인터 밀란 원정 엔트리에서 빠진데다 조니 에반스와 존 오셰이가 잔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수비진의 형편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파트리스 에브라의 센터백 전환 가능성이 대두될 만큼 상황이 안좋은데, 그만큼 박지성의 수비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몇몇 국내팬이 박지성의 왼쪽 풀백 전환을 예상하고 있지만(참고로 박지성은 올림픽대표팀 초창기 시절 오른쪽 윙백으로 뛰었습니다. 원래부터 수비력이 뛰어났던 선수죠.) 그만큼 박지성의 수비력은 '내실 면에서' 세계 정상급이라고 봐도 손색 없을 정도입니다.

인터 밀란의 오른쪽에 마이콘이 있다면 맨유의 왼쪽에는 박지성이 있습니다. 물론 포지션은 각각 풀백과 윙어지만, 마이콘은 4-3-1-2를 쓰는 인터 밀란의 오른쪽 공격을 거의 독점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두 선수의 피튀기는 맞대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싱와를 두번이나 눌렀던 박지성이 이번에는 마이콘이라는 강력한 상대를 꺾을 수 있을지 흥미롭습니다.

공교롭게도 인터 밀란전이 열리는 25일은 박지성의 생일(1981년 2월 25일생) 입니다. 박지성이 자신의 생일에 인터 밀란이라는 강력한 상대를 만난 만큼 마이콘을 압도하는 좋은 경기 내용을 발휘할지 기대됩니다. 이날 경기 활약상으로 우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벌써부터 박지성의 경기가 두근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