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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김두현의 숙명, 윙어로 거듭나기


한국인 축구선수로서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 시간을 부여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알리는 것입니다. 유럽팀 진출만으로 만족하기보다는 유럽 축구 무대에서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선수의 진정한 성장이자 한국 축구의 발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유럽팀을 가더라도 주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소위 유럽 빅 리그나 중상위권 리그 에서는 두말 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 유럽리그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위상을 화려하게 떨친 선수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트넘) 뿐입니다. 이들이 유럽 무대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동료 선수들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며 꿋꿋히 성장한 것이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인 선수들 보다는 실패한 선수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좌절의 아픔을 느낀 근본적인 이유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죠. 물론 실력 부족으로 밀린것이 태반입니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 이영표의 유럽 진출 이후 수많은 선수들을 축구의 본고장에 배출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하게 성공한 선수는 오범석(사마라)과 김동진(제니트)이며 최근에는 김동진마저도 소속팀의 벤치 멤버로 밀린 상황입니다. 아무리 유럽팀에서 잘나간다 하더라도 언젠가 벤치로 내려앉는 것이 유럽 축구의 생리이기 때문이죠.

그런 가운데, 박지성과 이영표의 뒤를 이어 유럽리거로 성공하려는 박주영(24, AS모나코)과 김두현(27, 웨스트 브롬위치)이 소속팀에서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자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후자는 소속팀의 철저한 스쿼드 플레이어입니다.

그런데 두 선수는 현재 소속팀에서 윙어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었던 두 선수의 보직이 유럽팀에서 바뀌고 만 것이죠. 박주영은 시즌 전반기까지 줄곧 공격수로 뛰다 최근 2경기에서 오른쪽 윙어로 활약하고 있으며 김두현은 왼쪽 윙어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번갈아가다 최근 왼쪽 윙어로 자리를 잡은 모양새입니다. 물론 박주영은 제법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우리들에게 '붙박이 주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팀 전력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포지션을 옮겼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의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두 선수가 윙어로 전환한 이유는 '냉정히 말해' 유럽 무대에서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박주영은 한때 부상으로 약 한달 동안 빠졌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올 시즌 2골에 그쳐 알렉산드레 리카타(8골) 프레데릭 니마니(4골) 후안 파블로 피노(3골)보다 골 숫자가 부족합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에 막혀 이렇다할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골 부진으로 이어졌죠. 공격수가 골을 넣어야 하는 보직임을 감안할때 그의 저조한 골 숫자는 분명 아쉬움에 남습니다. 최근에는 리카타가 팀 공격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피노가 최근 6경기 연속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출장하여 3골을 넣는 등 '리카타-피노' 투톱 체제가 팀 공격의 축으로 떠올랐습니다.

김두현은 시즌 초반 주전 왼쪽 윙어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다 지난해 9월 전치 6주의 무릎 인대 부상으로 경기력이 꺾인 상황입니다. 복귀 이후에는 왼쪽 윙어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전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좋은 경기를 펼친적은 단 한번도 없었죠. 로베르트 코렌, 보르하 발레로 같은 눈부신 활동량과 적극적인 몸싸움, 궃은 일까지 척척 도맡는 이들이 중앙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못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김두현은 '국내에서도 그랬던 것 처럼' 몸싸움 및 수비력에서 이렇다할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왼쪽 윙어자리에는 크리스 브런트가 자신을 대신하여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죠.

일부에서는 두 선수를 윙어로 기용하는 히카르두 고메스 AS모나코 감독, 토니 모브레이 웨스트 브롬위치 감독의 역량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 바라볼때, 이들의 윙어 전환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릅니다. 이제는 시즌 후반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골을 많이 넣었거나(리카타) 최근 컨디션이 좋은 선수(피노) 미드필더진에서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발휘하는 선수들(발레로, 코렌, 브런트)이 최적의 포지션에서 우선적으로 기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박주영 같은 경우, 공격수 포지션 경쟁에서 점점 밀려가고 있는 것임엔 분명하나 적어도 주전 경쟁에서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의 능력을 비롯 감각적인 볼 센스와 예리한 중거리포를 지녔기 때문에 모나코의 불안 요소인 미드필더진의 단조로운 경기 흐름을 깰 수 있는 역량이 있어 주전 윙어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이죠.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윙어로서 이렇다할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은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상대 왼쪽 침투를 끊는 등 이전보다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지만 부지런히 공격을 전개하며 패스와 크로스를 연결하는 장면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중앙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어딘가 옷이 안맞는 것입니다. 김두현은 시즌 초반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부상 이후 자신감이 떨어져 경기력 저하와 연속 결장이라는 시련을 맞았습니다. 지난달 14일 피터보로전과 25일 번리와의 FA컵 2경기에서는 각각 어시스트, 골을 기록하며 부활을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리그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상이 없었습니다.

두 선수가 윙어자리에서 고전하는 원인은 전형적인 측면 윙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증명되었던 것 처럼 윙어로서는 이렇다할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은 지난해 서울에서 활약한 전반기에 왼쪽 윙어로 뛰었고 지난해 3월 북한과의 A매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적이 '중앙에 있을 때에 비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2005년 국가대표팀에서는 왼쪽 윙 포워드로 뛰다 포지션 혼란에 빠지기도 했죠. 김두현은 2003년과 2005년 수원의 왼쪽 윙 포워드와 좌우 윙백을 번갈아갔지만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팀내에서의 위상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윙어로 뛰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습니다. 박주영으로서는 피노의 활약이 변수겠지만, 최근 피노가 리카타와 유기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골을 넣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오른쪽 윙어로 배치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두현 같은 경우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겠죠.

결국 이들이 유럽에서의 생존 싸움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현재 팀에서 맡고 있는 윙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들에게는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 있지만 적어도 유럽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면 팀에서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것이 이들의 숙명입니다.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는것을 우선삼아 자신의 주무기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해법이겠지요. 이것이 한국인 유럽리거로 활약중인 두 선수가 처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