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아스날, 4-3-3으로 공격력 강화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5위 추락으로 부진했던 아스날의 병기고가 드디어 열렸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17일 오전 4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서 열린 카디프 시티와의 2008/09시즌 잉글리시 FA컵 32강 재경기에서 4-0 완승을 거뒀습니다.

이날 아스날의 파상공세는 대단했습니다. 전반 19분 에두아르도 다 실바가 카를로스 벨라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 선제골을 넣었으며 33분에는 니클라스 벤트너가 사미르 나스리의 왼쪽 코너킥을 받아 헤딩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15분에는 에두아르도가 페널티킥 골을 넣었고 44분에는 로빈 판 페르시가 벤트너의 스루패스를 받아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을 밀어넣으며 팀의 승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전반 44분과 후반 47분에는 벤트너와 판 페르시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스코어가 6-0으로 벌어질 뻔했습니다.

이번 아스날의 4-0 완승은 그동안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마련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4골이나 '폭발한' 공격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그동안 4-4-2를 구사했던 아스날은 이번 경기에서 4-3-3의 파상적인 공격축구를 펼치며 상대팀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펼쳤습니다. 특히 전반전 슈팅 숫자에서는 15-2(유효슛 10-1)로 앞섰으며 볼 점유율에서는 61-39로 절대적인 우세를 점했습니다. 후반전에는 소강 상태였음에도 상대 수비 불안을 틈타 두 골을 추가로 넣었습니다.

아스날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4-3-3 변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날 아스날은 에두아르도를 최전방에 올리고 벨라와 벤트너가 좌우 윙 포워드 역할을 맡아 측면을 담당했습니다. 세 명의 공격수를 뒷받침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나스리가 기용되었으며 데니우손과 알렉산드레 송이 더블 볼란치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중에서 눈여겨 볼 것이 벤트너와 나스리의 포지션 전환입니다. 192cm의 큰 키로 고공 플레이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벤트너는 이날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휘젓는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상대 왼쪽 수비망을 뚫었고 그 결과는 대량 득점의 값진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중앙으로 이동할 때는 나스리와 스위칭을 하면서 동료 선수의 골 기회를 돕는 도우미로서의 역량을 발휘했습니다.

나스리는 그동안 아스날의 4-4-2에서 왼쪽 윙어로 뛰었지만 실제 포지션은 중앙에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입니다. 데니우손-송의 윗선에서 한 박자 빠르고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수들에게 여러차례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제공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고 빠른 발을 이용한 중앙 돌파로 상대 수비수들을 여지없이 흔들었습니다. 특히 전반 4분에는 문전 정면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벤트너에게 크로스를 올리며 일찌감치 기선제압에 성공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에두아르도도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1년 만에 십자인대 부상에서 복귀한 에두아르도는 전반 19분 선제골을 넣으며 홈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심어줬습니다. 후반 15분에는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추가골을 넣는 등 1년 만에 복귀한 선수 답지 않은 감각적인 볼 컨트롤과 송곳같은 패싱력을 자랑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거듭났습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궤멸시키는 움직임에 벨라-나스리-벤트너로 부터 활발한 골 기회를 받으면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죠.

이날 경기에서는 데니우손의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동안 아스날 부진의 주범으로 꼽혔던 데니우손은 경기 초반부터 미드필더진과 최전방을 넘나드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팀 공격을 주도하더니 중원에서의 한결 간결한 패스로 끊임없이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팀의 경기 주도권을 높였습니다. 나스리와 송이 근처에 포진하면서 활동 영역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이 '그동안 보이지 않던' 공격력이 되살아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아스날의 4-3-3 효과는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경기에 선발 출장했던 '벨라-에두아르도-벤트너'는 아스날의 백업 공격 자원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인데, 이는 '판 페르시-아데바요르-아르샤빈'으로 짜인 3톱을 시즌 후반에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아데바요르가 햄스트링 부상 중이어서 벤트너 또는 에두아르도가 그의 몫을 대신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적생 아르샤빈은 유로 2008에서 보여줬던 활약상 처럼 빅 클럽에서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아스날에서도 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엇보다 판 페르시와 아르샤빈은 윙 포워드로 뛸 수 있는 재목입니다. 판 페르시는 4-2-3-1을 쓰는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좌우 윙어로 활약중이며 아르샤빈은 원 포지션이 오른쪽 윙어였습니다. 아스날이 중앙과 측면을 골고루 소화하는 아르샤빈을 영입했던 이유도 공격력 다변화를 노리기 위해 데려온 것이기 때문에 오른쪽 포진이 무리없을 전망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나스리가 경합중입니다. 곧 복귀를 앞두고 있는 파브레가스의 몸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나스리가 그 몫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판 페르시가 부상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스리가 왼쪽 윙 포워드로 옮길 수 있습니다. 이는 올 시즌 내내 정형화 되었던 아스날의 공격축구가 4-3-3 전환 효과로 다채로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번 카디프 시티전에서 그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아스날이 4-3-3으로 변경한 이유는 공격력 및 팀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말합니다. 아스날은 올 시즌 약팀이 밀집 수비에 고전하여 후반 35분 이후 선제골을 넣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골 마저 터뜨리지 못할 경우 무기력하게 비기거나 패하곤 했습니다. 두 명의 윙 포워드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는 4-3-3의 특징을 이용하면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결정적 신호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5위로 처진 리그 성적을 4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든든한 탄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아스날은 시즌 후반 대반전을 위한 기폭제를 마련했습니다. 4-3-3 효과를 비롯 벤트너와 벨라의 두드러진 성장, 아르샤빈과 에두아르도의 등장, 파브레가스와 테오 월콧의 부상 복귀로 공격력이 강화되 앞으로의 전력이 만만찮을 기세입니다. 과연 아스날이 4-3-3 카드로 리그 4위에 오르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거머쥘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