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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어시스트로 터닝 포인트 찍었다


'산소탱크'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최근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여 인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중 19일 오전 5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풀럼과의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순연 경기에서 후반 17분 오른쪽 페널티 박스 안쪽 공간에서 웨인 루니의 골을 돕는 오른발 낮은 크로스로 올 시즌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습니다.

우선, 박지성의 풀럼전 선발 출장은 단순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박지성은 지난 16일 더비 카운티전에서 루이스 나니와 함께 좌우 윙어를 맡았는데, 자신이 평소에 발휘했던 실력을 뽐냈다면 나니는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번 풀럼전에서 박지성을 선발로 기용했는데, 이는 나니보다 박지성을 더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동안 박지성의 활약이 꾸준했던 반면에 나니가 기복이 심했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는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를 원했던 겁니다.

이 때문에 퍼거슨 감독은 지난해 연말 클럽 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은 내가 좋아하는 선수고 헌신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창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극찬했습니다. 그 이유는 박지성이 다른 윙어 자원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나니, 조란 토시치 같은 선수들이 화려한 개인플레이와 해결사 능력을 자랑하는 이기적인 스타일이라면 박지성은 허리진에서 팀을 위해 궃은 역할을 마다않으며 다양한 전술에 녹아들 수 있는 이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그동안 집요하게 지적했던 것처럼 골이 부족합니다. 지난해 9월 21일 첼시전 이후 21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쳐 오랜 침묵을 지키고 있죠. 그동안 많은 골 찬스를 놓쳤던 이유도 있습니다만 동료 선수들의 골을 위해 팀 플레이에 치중했던 것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은 이타적인 활약에 치중하면서 때로는 경기 상황에 따라 이기적인 활약으로 골을 넣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골이 절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어시스트는 골 보다 더 값진 의미를 지니고 있을지 모릅니다. 21경기 연속 골을 넣지 못했던 그에게는 오히려 어시스트를 기록함으로써 공격 포인트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기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다는 명분을 심어주었기 때문에 이번 어시스트는 단순 이상의 이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단 어시스트 뿐만은 아닙니다. 박지성은 풀럼전에서 높은 패스 성공률과 끊임없는 공간 창출을 선보이며 풀럼 수비진을 공략하는 것에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전술적인 움직임에 의해 최전방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장면이 특별히 돋보이지 않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주문했던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던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박지성이 어시스트를 기록했다고 해서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뒤바꾼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한 공격으로 많은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해야 합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풀럼전이 그동안 골 결정력 및 공격 포인트가 부족했던 박지성에게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어시스트는 팀 내에서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맨유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05/06시즌 리그에서 1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여 팀 전력에 필요한 선수임을 알렸고, 지난해 4월 AS로마전과 미들즈브러전에서 기록했던 2어시스트는 스쿼드 플레이어에서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어시스트는 올 시즌 공격 포인트가 단 1골에 그쳤던 자신의 과거를 잊게하는 터닝 포인트이자 '퍼거슨 감독이 원하는' 골을 기록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은 후반기에 많은 골을 기록했습니다. 맨유에서 기록한 9골 중에 7골이 시즌 후반에 기록했는데 1월에 1골, 2월에 1골, 3월에 4골, 4월에 1골을 넣으며 후반기에 강한 면모를 나타낸 것이죠. 그중 2007년 1월 14일 아스톤 빌라전부터 3월 31일 블랙번전까지 리그 4경기에서 5골 2어시스트를 몰아 넣은것과 멀티골(2007년 3월 17일 볼튼전)을 넣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올 시즌 종료를 앞두고 신들린 골 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그가 골을 넣은 8경기중에 7경기가 팀의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에 '승리골'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죠.

최근에는 골을 넣기 위한 '좋은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이란전에서는 후반 36분 극적인 동점골로 패배 위기에 몰렸던 한국 대표팀을 구했으며 이번 풀럼전에서는 시즌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여 팀의 3-0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그동안 PSV 에인트호벤과 맨유에서 항상 시즌 후반에 강한 면모를 나타냈던 그였기에 '자신의 숙명'인 골을 넣을거란 희망을 얻게 되었습니다. 

박지성은 풀럼전을 비롯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기복 없이 안정된 활약을 선보이며 맨유 주전 스쿼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만 꾸준히 유지하면 챔피언스리그와 칼링컵 결승전 등 중요한 일정을 줄줄이 앞두고 있는 맨유에서 더욱 중용될 것이며, 골을 기록할 경우 팀 내에서의 위치는 더 굳건해질 것입니다. 풀럼전 어시스트로 터닝 포인트의 발판을 마련한 그의 시즌 후반을 조금 여유롭게 기대해봐도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