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투소' 조원희(26)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7위팀인 위건에서 완전이적을 조건으로 한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건 공식 홈페이지는 17일 "조원희가 현재 우리팀의 입단 테스트를 받고 있으며 다음주에 계약 여부가 확정될 것이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수원과의 계약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인 조원희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며 입단 테스트가 사실임을 밝혔습니다. 브루스 감독은 "조원희가 지난 이틀동안 훈련을 잘 받았고 잘했다. 우리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고 있으며 그가 다른 팀과 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영입할 수 있다"고 조원희의 영입을 추진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이 소식은 <스카이 스포츠><팀 토크>에도 인용 보도되어 현지에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만약 조원희의 위건행이 확정되면 한국인 선수로는 6번째로 코리안 프리미어리거가 됩니다. 한국은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시작으로 이영표(도르트문트, 전 토트넘) 설기현(알 히랄, 전 레딩&풀럼) 이동국(전북, 전 미들즈브러) 김두현(웨스트 브롬위치)같은 프리미어리거들을 배출했으며 올해 조원희가 대열에 포함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원희는 지난달 프랑스 AS 모나코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팀의 '비유럽연합 선수' 보유제한 문제로 입단을 확정짓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위건 입단 테스트를 받으면서 유럽 진출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원희의 위건행은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큽니다. 조원희는 2004년 11월까지 광주 상무에 몸담았기 때문에 이미 군 문제가 해결되었으며 FA 자격으로서 유럽 이적시장 개장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유럽팀에 입단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는 워크퍼밋(취업 허가서, 최근 2년간 A매치 75% 소화) 제도를 두고 있지만 최근 구단 추천을 통해 영입된 선수들이 여럿 있습니다. 박지성 같은 경우에도 2005년 맨유 이적 과정에서 워크퍼밋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특별 추천으로 워크퍼밋을 발급 받았죠. 게다가 입단 테스트 소식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해졌기 때문에 그의 입단 여부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평소 조원희의 투지넘치는 활약에 열광했던 국내 팬들이 관심을 사는 것은 그가 위건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출장하느냐 여부일 것입니다. 이미 그의 실력은 소속팀 동료였던 마토 네레틀야크(현 오미야)로 부터 '아시아의 가투소'로 극찬받았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좌우 풀백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고 2003년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는 4-4-2 포메이션의 왼쪽 윙어로 활약했기 때문에 유럽 현지에서 다재다능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건이 조원희를 영입한 것은 최근 토트넘으로 이적한 윌슨 팔라시오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입니다. 온두라스 출신의 팔라시오스(25)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으로 상대팀의 중앙 공격을 끊는 것과 동시에 공격 전개와 활발한 패싱능력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잉글랜드형 박스 투 박스 중앙 미드필더입니다. 리 캐터몰(21)과 중앙 미드필더로서 호흡을 맞췄으며, 위건에서 미드필더의 핵심이자 공수 연결고리로 활약하면서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의 성적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큰 역할을 하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습니다.
이에 위건은 최근 크리스탈 펠리스(챔피언십리그)로 부터 벤 와슨(24)을 팔라시오스의 대체자로 데려왔습니다. 와튼은 최근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고 있지만 팀 적응이 덜 되었는지 불안한 모습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마이클 브라운(32)도 활약하고 있지만, 이 선수는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기 보다는 몇몇 경기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스쿼드 플레이어입니다. 팔라시오스와 리 캐터몰에 비해 기동력이 떨어지는 선수이기 때문에 팔라시오스의 대체자로 보기에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위건의 강점이었던 중원은 어느새 팀의 불안 요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팔라시오스도 지난해 1월 이적시장에서 입단 테스트로 위건에 입단했던 선수입니다. 당시까지 철저한 무명에 가려졌지만 브루스 감독으로부터 재능을 높이 평가받으면서 입단에 성공한 끝에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원희가 브루스 감독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단순 이상의 의미를 주고 있습니다.
조원희는 측면이 주 보직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엄청난 활동량과 빠른 순발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07년 여름 수비형 미드필더 전환 이후에는 악착같은 수비로 상대팀 선수들의 공격을 무너뜨리며 허리싸움에서의 주도권을 손쉽게 장악했습니다. 이러한 수비 능력은 거칠고 빠른 템포를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강점 요소이기 때문에 리그 스타일에 잘 맞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멀티 플레이어로 뛸 수 있다는 점에서 팀 전술의 중요한 카드로 쓰일 공산이 큽니다.
다만 위건에서 확실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더 키워야 합니다. 수원 시절 전방을 향해 띄워주는 전진패스보다 측면 공간으로 띄워주는 패스들이 많았는데, 이는 2007시즌 후반기 즈음 중원에서의 패스 미스로 상대팀에 역습 기회를 허용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단점을 커버했던 것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한 박자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는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중앙에서의 패싱력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수원에서는 부정확한 중거리슈팅 장면들이 많았는데, 이것 또한 정확도를 길러야겠죠.
하지만 조원희는 평소 착실하고 성실한 활약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위건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패스와 슈팅에 약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시도 횟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충분히 단점을 극복할 역량이 있습니다. 그의 면모를 놓고 본다면 팔라시오스의 대체자로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리고 위건이 조원희 영입을 추진하려는 또 하나의 이유는 UEFA컵 출전권 획득입니다. 7위 위건은 5위 아스날에 승점 10점 차이로 밀려있지만 6위 에버튼을 승점 6점 차이로 뒤쫓고 있어, 만약 6위에 오를 경우 2009 인터 토토컵에 진출합니다. 올해 여름에 열리는 인터토토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2009/10시즌 UEFA컵에 출전하기 때문에 위건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팔라시오스가 토트넘으로 떠난 이후 3경기 연속 무승부(3경기 1골)를 기록하고 있어 새로운 선수의 영입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과연 조원희가 위건 입단을 확정지어 팀 전력의 활력소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