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데뷔전 활약상은 기대 이하였다. 지난 일요일 저녁 토트넘 선덜랜드 경기를 TV로 시청했던 축구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겨줬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서 경기 패턴 개선이 필요한 과제를 안게 됐다. 손흥민 데뷔전 부진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나 분데스리가와 프리미어리그는 분명히 다른 리그다. 이번 선덜랜드전에서 드러났던 손흥민 EPL 데뷔전 경기력 저하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진 = 손흥민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tottenhamhotspur.com)]
손흥민은 지난 9월 13일 일요일 선덜랜드 원정에서 62분 출전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으나 경기 상황에 따라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가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62분 동안 슈팅 2개, 볼 터치 34회, 패스 성공률 75%(28개 시도 21개 성공), 크로스 5개, 태클 및 인터셉트 1회 기록했으나 공격 포인트 올리지 못하고 교체됐다. 토트넘은 후반 37분 라이언 메이슨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이기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손흥민 데뷔전 경기로 관심을 모았던 토트넘 선덜랜드 경기 종료 후 현지의 손흥민 평점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유럽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서는 손흥민 평점 6.24점(10점 만점) 부여했는데 이날 토트넘 선발 출전 선수 11명 중에서 가장 낮다. 유럽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 영국판에서는 손흥민 평점 2.5점(5점 만점) 매겼으며 토트넘 선발 출전 선수 평점 최저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영국 축구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에서는 손흥민 평점 6점(10점 만점)으로 알렸으나 토트넘 선발 출전 선수 중에서 동료 3명과 함께 가장 낮은 점수다.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 평가는 더욱 현실적이었다. BBC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 31골 넣었던(시즌 총합 기록) 해리 케인 골 부진 부담 완화에 도움을 주러 왔다. 그는 케인 뒤에서 뛰었으나 거의 10번 선수(플레이메이커를 말함)처럼 경기에 임했다."고 언급했으나 "그러나 그의(손흥민을 말함) 패스 대부분은 형편 없었다"며 손흥민 데뷔전 부진 향한 아쉬움을 언급했다. 손흥민 EPL 데뷔전 해외반응 살펴보면 그의 활약상이 안좋았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던 손흥민 선덜랜드전 히트맵. 주로 중앙에서 뛰었음을 알 수 있다.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tottenhamhotspur.com)]
손흥민 데뷔전 경기에서 드러난 그의 문제점은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았다. 동료 선수에게 볼을 기다리는데 급급했다. 이렇다보니 손흥민이 주변 동료 선수와의 패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이대일 패스가 끊어지는가 하면 원톱이었던 케인과의 호흡까지 잘 맞지 않았다. 케인이 손흥민에게 패스를 주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보였으나 오히려 손흥민이 사전에 볼을 받기 좋은 공간으로 이동했다면 케인에게 패스 받았을지 모를 일이었다.
손흥민은 플레이메이커가 아니다. 그런데 BBC는 손흥민을 거의 10번 선수처럼 뛰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특유의 시원스러운 돌파를 앞세워 스스로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자신의 본래 장점보다는 주변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더욱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는 원활하지 못했다. 볼을 받기 좋은 공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자신의 본래 장점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기본적으로 손흥민 활동량이 부족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움직임이 좋지 않았다는 것은 활동량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분데스리가보다 공격 템포가 빠르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다. 경기에 임할 때마다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선덜랜드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사진 = 손흥민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tottenhamhotspur.com)]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적응 시간이 필요한 또 하나는 그의 본래 저돌적인 경기력이 회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 빈 공간으로 빠르게 질주하면서 슈팅으로 골 기회를 노리는 저돌적인 공격 옵션이다. 그 패턴이 레버쿠젠 시절이었던 지난 시즌 전반기에는 잘 통했으나 후반기 체력 저하가 찾아오면서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비중을 두는 도우미 성향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렇다보니 손흥민 특유의 날카로운 공격력이 무뎌졌다. 최근 A매치 라오스전에서는 해트트릭을 달성했으나 상대 팀의 수준이 약하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손흥민 연계 플레이가 토트넘 이적 첫 경기에서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손흥민은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도 아니다. 그런데 플레이메이커처럼 경기에 임했다. 빠른 드리블 돌파와 과감한 슈팅을 통해서 골 기회를 노리는 손흥민 특유의 매서운 공격 본능을 되찾아야 한다. 그 기질이 되도록이면 빨리 나타나야 한다. 그래야 팀 내 입지가 좋아진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장점을 활발히 드러내며 프리미어리그 적응 완료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