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멀티골 의미있는 이유는 그의 포지션이 측면 미드필더가 아닌 원톱으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첫 번째 프로팀이었던 독일 함부르크 시절 이후 오랜만에 원톱으로 출전했던 것. 두 번째 프로팀이자 지금의 전 소속팀인 독일 레버쿠젠 시절에는 줄곧 측면에서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세 번째 프로팀 잉글랜드 토트넘에서는 달랐다. 손흥민 멀티골 통해서 원톱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손흥민 공격수 전환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사진 = 토트넘 공식 트위터에서는 손흥민이 3분 사이에 2골 넣은 것에 대하여 훌륭했다는 찬사를 했다. (C) 토트넘 공식 트위터(twitter.com/SpursOfficial)]
손흥민은 2015/1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본선 J조 1차전 카라바크(아제르바이잔)전에서 2골 터뜨리며 토트넘의 3-1 승리를 주도했다. 팀이 0-1로 밀렸던 전반 28분에 동점골 넣더니 전반 31분 역전골 터뜨리며 자신의 홈 데뷔전에서 2골 넣는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 멀티골 활약은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선덜랜드 원정 부진을 만회하기 충분했다. 당시 경기에서는 동료 공격 옵션과의 중앙 동선이 겹치면서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달랐다. 2선 미드필더에서 원톱으로 올라서면서 2골 터뜨렸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카라바크전에서 손흥민 원톱 기용한 것은 그의 멀티 플레이어 기질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손흥민 레버쿠젠 시절 포지션이 왼쪽 윙어 및 왼쪽 윙 포워드로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레버쿠젠 시절만을 놓고 보면 손흥민은 철저한 왼쪽 공격 옵션이었다. 그런데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에게 중앙 공격을 맡겼다. 지난 선덜랜드전에서 그를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하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시키는 스위칭을 내세웠더니 카라바크전에서는 원톱으로 내세웠다.
아마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 함부르크 시절 활약상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당시 손흥민은 원톱과 공격형 미드필더, 측면 미드필더 등 최전방과 2선을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손흥민이 중앙에서 뛸 수 있는 인물임을 포체티노 감독은 알았을 것이다. 카라바크전 손흥민 멀티골 활약상은 향후 그가 포체티노 감독 전략에 의해 원톱으로 또 다시 모습을 내밀 가능성을 높이게 했다.
[사진 = 손흥민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tottenhamhotspur.com)]
손흥민 원톱 경쟁력이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해리 케인 부진 때문이다. 케인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34경기 21골)를 기록했으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는 무득점에 그친 것과 더불어 상대 수비에 번번이 고립됐다. 만약 케인 부진이 장기화에 접어들면 손흥민이 원톱으로 출전하는 횟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 카라바크전 손흥민 멀티골 활약상은 '손흥민이 케인과의 원톱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준 경기가 됐다. 현재 경기력만을 놓고 보면 손흥민이 케인을 앞선다.
그러나 손흥민 원톱 전환은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유로파리그 경기라서 가능했을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손흥민이 경험했던 분데스리가와 달리 대인방어가 거칠면서 중앙 압박이 강하다. 중앙 공격수가 혼자서 상대 수비의 견제를 뚫으며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부지런한 활동량과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 상대 팀 선수의 거친 수비를 극복할 피지컬이 모두 갖춰져야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로 생존할 수 있다. 이동국과 박주영, 지동원 같은 한국인 공격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한 것은 그들의 경기 성향이 프리미어리그와 잘 맞지 않았다.
손흥민 카라바크전 활약상을 놓고 보면 활동량에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선덜랜드전에 비해서 부지런히 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으나 딱히 많이 뛴다는 느낌을 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에릭 라멜라와의 원활한 공간 배분에 의해 상대 수비 사이를 충분히 파고들 수 있었다. 선덜랜드전에서 드러났던 볼이 없는 공간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움직임이 카라바크전에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뚜렷하게 알 수 없었다. 이 부분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향후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원톱으로 뛸 기회가 충분히 주어질지 모른다. 케인 부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만약 포체티노 감독이 케인 향한 인내심이 바닥나면 틀림없이 손흥민을 원톱으로 올릴 것이다. 손흥민은 2선 미드필더로 뛸 때에 비해 더욱 많은 골 기회를 얻을 것이다. 만약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부상에서 완전히 돌아오면 손흥민이 원톱으로서 동료 선수들의 든든한 지원 사격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레버쿠젠 시절 팀의 에이스보다 조력자로 보냈던 시간이 더 많았던 손흥민에게는 아마도 토트넘 원톱 향한 동기부여가 클 것 같다.
토트넘 에이스는 케인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의 활약상이 놀라웠다. 그러나 손흥민 골 결정력은 케인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케인처럼 최전방 공격수로 뛸 기회가 많지 않았을 뿐 선수 개인으로서의 골 결정력은 타고난 인물임에 틀림 없다. 케인처럼 골을 잘 넣을 수 있는 인물이다. 다만, 골을 잘 넣는다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공격수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공격수로 성공하려면 득점력은 기본이며 다른 장점까지 실전에서 충분히 발휘하는 전천후 기질이 발달되어야 한다.
현재 케인의 공격 패턴은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들에게 완전히 읽혔다. 그 결과가 프리미어리그 5경기 무득점 및 경기 내용 부진으로 이어졌다. 반면 손흥민은 달라야 한다. 토트넘 원톱으로서 다양한 장점을 과시해야 한다. 손흥민 멀티골 기록했던 카라바크전이 그의 원톱 성공 가능성을 높이게 했다면 이제는 그 가능성을 훗날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공격수'라는 찬사를 얻는 결과로 연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