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에 관심을 모았던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통해서 박지성 올드 트래포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엠버서더이자 레전드로 꼽히는 박지성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출전은 그의 현역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이날 박지성은 전반 45분 앤디 콜 득점을 어시스트하며 맨유 레전드 팀의 4-2 승리를 기여했다. 비록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 되었으나 45분의 출전 시간 동안 좋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사진 =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결과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맨유 레전드 팀이 뮌헨 올스타 팀을 4-2로 이겼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박지성은 맨유 레전드 팀에서 퀸튼 포춘과 함께 4-3-3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폴 스콜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포춘과 박지성이 스리톱(루이 사하, 드와이트 요크, 앤디 콜)과 스콜스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전반 초반에는 스콜스의 칼날 같은 볼 배급이 눈길을 끌었으나 경기가 무르익으면서 박지성의 오프 더 볼 플레이가 점점 빛을 발했다. 뮌헨 올스타 수비 진영에서 볼이 없는 곳을 미리 선점한 뒤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으면서 다시 패스를 내주는 패턴이 맨유 레전드 팀의 공격 활로 개척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그 흐름이 맨유가 전반전에 많은 공격 기회를 얻었던 계기가 됐다. 전반 45분 박지성 패스가 콜의 득점으로 이어졌던 도움 장면과 더불어 박지성 공간 패스에 이은 요크의 슈팅이 몇 차례 연출되기도 했다.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전반 39분 박지성과 요크가 만들어낸 득점이 처음에는 박지성 골이었으나 몇 분 뒤에 요크 골로 변경됐다. 이 상황을 살펴보면 포춘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박지성 헤더슛이 상대 선수들의 몸을 맞고 굴절되었는데 볼이 골 라인을 통과하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요크가 왼발슛으로 볼을 밀어 넣었으나 그 볼이 박지성 왼쪽 어깨를 맞았고 골 라인 통과했는데 그 장면이 요크의 골로 인정됐다. 박지성이 아닌 요크에 의한 득점이었던 것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다면 박지성 골이 되었을 장면이었다.
[사진 = 맨유 공식 트위터에서는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하프타임 무렵에 전반 39분 득점이 박지성이 아닌 요크 골이라고 정정했다. sorry Park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C) 맨유 공식 트위터(twitter.com/ManUtd)]
그럼에도 박지성은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통해서 지능적인 움직임을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과 위치선정이 좋다는 것은 자신의 전술적 이해도가 현역 선수 시절 못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플레이는 스콜스의 정교한 패스와 조화를 이루며 맨유가 전반전 주도권을 잡는 효과로 이어졌다. 팀을 위해 희생적으로 움직이는 박지성 특유의 헌신이 맨유 승리의 원동력이 된 셈이다. 자신의 현역 선수 시절과 똑같은 흐름이었다. 그때는 '박지성 선발 출전 = 맨유 승리' 공식이 많이 통했는데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에서도 적중했다.
박지성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처럼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성향의 인물이 아닌 것은 축구를 제대로 보는 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개인보다는 팀을 위해 희생하며 철저히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박지성의 살림꾼 기질이 맨유에서 7년 동안 버티며 지금의 레전드로 주목을 끄는 결정타가 됐다. 팀을 위해 뛰는 박지성만의 차별화가 맨유 같은 세계적인 빅 클럽에서 통했던 것이다. 그가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에서도 팀 플레이를 통해 맨유 레전드에 활기찬 공격 흐름을 가져다준 것은 특유의 이타적인 플레이가 그의 최대 강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2014년 PSV 에인트호번 시절의 박지성 (C) 나이스블루]
공교롭게도 맨유는 박지성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했던 2012년 여름 이후부터 하락세를 나타냈다. 비록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으나 마이클 캐릭의 분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오히려 그떄는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및 세대교체 타이밍을 놓치는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더니 2013/14시즌, 2014/15시즌 순탄치 못한 행보를 나타내면서 빅 클럽 체면을 구겼다. 2014/15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4위를 기록하며 두 시즌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하게 되었으나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도 4위에 그친 것은 문제가 있다. 화려한 기량을 뽐내는 선수는 많은데 팀을 위해 철저히 희생적인 선수가 부족한 것이 지금의 맨유 단점이다.
맨유 뮌헨 레전드매치 박지성 활약 더욱 눈에 띄었던 것은 자신과 비슷한 플레이을 펼치는 현 맨유 선수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연은 많은데 감초가 부족한 것이 지금의 맨유 문제점이다. 어쩌면 맨유에서 박지성 같은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맨유의 이적시장 정책이 달라지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