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관점에서는 한국 아랍에미리트 결과 보다는 골 넣은 선수들이 믿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대표팀 발탁 논란이 제기되었던 염기훈과 이용재가 한국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한국 아랍에미리트 평가전에서 골을 넣으며 자신을 대표팀에 발탁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한국 아랍에미리트 경기는 선수의 네임벨류보다 실력에 초점을 맞추며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안목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3:0 완승은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력에서 발휘된 '당연한 결과'였다.
[사진 = 한국 아랍에미리트 경기는 3:0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슈틸리케 감독이 옳았다. 사진은 호주 아시안컵 2015 당시의 슈틸리케 감독 모습 (C)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 메인(the-afc.com)]
한국 아랍에미리트 경기를 되짚어보면 대표팀의 승리 과정은 완벽하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청용 같은 유럽파 공격 옵션들의 경기력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손흥민은 2014/15시즌 막판에 시달렸던 경기력 저하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던 것과 더불어 시즌 일정을 마치고 한동안 휴식을 취했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청용은 부상 이후의 실전 감각 부족이 한국 아랍에미리트 맞대결에서도 이어졌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한국의 좌우 공격을 이끌어가는 존재다. 주축 선수 전력적 비중이 높았던 이전 대표팀 같았으면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전에서 고전했을지 모를 일이다. 공교롭게도 손흥민과 이청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주전 측면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아랍에미리트 맞대결에서 손흥민과 이청용 부진이 크지 않게 느껴진 것은 이날 경기에서 잘했던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염기훈과 이용재, 이정협이 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3:0 승리를 이끌었다면 김진수, 정우영, 이재성 같은 또 다른 선수들의 공헌도를 무시할 수 없다.
그중에서 염기훈과 이용재 활약상이 좋았던 것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골을 터뜨렸던 것과 더불어 경기 내용까지 좋았다. 두 선수가 공격 진영에서 활발히 움직이며 상대 수비 조직과 끊임없는 경합을 펼쳤던 것이 한국의 공간 창출에 도움을 줬다. 이는 한국이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UAE 선수들의 활동 반경이 처지는 효과로 이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상대 팀 플레이메이커 오마르 압둘라흐만 활약상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의 중원 장악이 손쉬웠으며 염기훈과 이용재의 기세가 살아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사진 = 염기훈 (C) 수원 블루윙즈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luewings.kr)]
[사진 = 이용재 (C) V-바렌 나가사키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v-varen.com)]
염기훈과 이용재는 그동안 일부 축구팬들에게 대표팀 발탁 논란이 제기되었던 인물들이다. 염기훈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 사람들에게 대표팀에서 부진한 선수라는 인상을 남겼다. 이용재는 일본 2부리그(J2리그)에서 활약했던 것과 더불어 연령별 대표팀 활약상이 늘 2% 부족했다. 이 때문에 염기훈과 이용재를 대표팀에 불러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 여론의 목소리가 빗발쳤으며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악플까지 눈에 띄었다.
그러나 한국 아랍에미리트 3:0 완승 결과를 통해서 염기훈과 이용재를 선발로 내세웠던 슈틸리케 감독은 옳았고 일부 축구팬들의 생각은 틀렸다. 염기훈이 멋진 왼발 프리킥 골을 꽂으며 슈틸리케 감독에게 강렬한 임펙트를 남겼다면 이용재는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흔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인 끝에 자신의 A매치 데뷔골을 터뜨렸다.
두 선수는 자신이 대표팀에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슈틸리케 감독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실력으로 보여줬다. 이날 두 선수의 활약상은 손흥민과 이청용을 압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성용 부상 공백을 잊게 했던 정우영의 정확한 패싱력과 매끄러운 경기 흐름 조절이 인상적이었다. 슈틸리케호가 이전 대표팀과 달리 실전에서 우수한 경기력 발휘할 자원이 충분하다는 것을 한국 아랍에미리트 맞대결을 통해 재확인됐다.
[사진 = 이정협 (C) 상주 상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sangjufc.co.kr)]
한국 아랍에미리트 경기에서 드러난 슈틸리케호의 특이한 점은 한국과 일본의 2부리그에서 활약중인 2부리거 공격수 두 명(이정협, 이용재)이 A매치에서 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1부리거가 아닌 2부리거가, 그것도 두 명의 2부리거가 한국 대표팀에서 원톱 경쟁을 펼친 것은 과거의 한국 대표팀에서는 상상이 힘든 현상이었다.(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가 나누어진지 3년째임을 감안해도 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정협과 이용재가 같은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는 점이다.
이정협과 이용재의 맹활약은 2부리그에서 뛰는 선수까지 관찰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발굴 시야가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들의 잠재력을 대표팀 경기력에 끄집어내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대표팀 행보를 통해 확인시켰다. 한국의 아랍에미리트전 3:0 완승을 통해서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나라 대표팀 지도자라는 것을 누구나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 지금 기세라면 한국의 2018년 월드컵 전망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