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강수일 혼혈 축구 선수로 주목을 끌었다. 아프리카계 주한 미군 출신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했던 그는 흑인 혼혈이었다. 남들과 다른 피부색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쉽게 띄었으나 혼혈이라는 이유로 갖은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던 아픔을 겪었다. 지금도 강수일 싫어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다문화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강수일 향한 호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강수일은 우리들과 똑같은 한국인이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고 멸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만약 자신이 외국에서 인종차별 겪었다고 가정하면 불쾌감 느끼기 쉽다. 그런 것처럼 강수일 혼혈 출신과 관련된 질타는 적절치 않으며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사진 = 강수일 (C) 제주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jeju-utd.com)]
혼혈 축구 선수 강수일 국가 대표팀 합류가 바람직했던 이유는 오직 100% 실력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는 점이다. 올 시즌 제주에서 빼어난 드리블과 저돌적인 돌파, 예년에 비해 좋아진 골 결정력(올 시즌 5골 기록중이며 자신의 개인 통산 시즌 최다 골 -6골- 을 새롭게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을 앞세워 국가 대표팀에 뽑힐 명분을 얻었다. 지난해 포항 임대를 기점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되찾으며 기량을 거듭 발전시킨 끝에 드디어 국가 대표팀에 승선했다. 대표팀 명단 발표 이전부터 슈틸리케호 합류가 예상되었을 정도로 지난 1년 사이에 실력이 급성장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강수일이 지금까지 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한 것을 혼혈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할지 모를 일이다. 그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을 화려하게 빛냈던 이미지에 익숙했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수일은 철저히 K리그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선수였다. 2007년 당시 소속팀 인천 유나이티드 입단 당시 정식 선수가 아닌 연봉 1200만 원에 불과했던 번외 지명(연습생 개념)으로 K리그(현 K리그 클래식)에 도전했다. 인천 정식 선수에서 2군 선수로, 2군에서 1군으로, 1군 조커 및 로테이션 멤버에서 주전 선수로, 1군 주전에서 대표팀 선수가 되기까지 몇 년의 세월을 겪었다. 소위 말하는 '연습생 신화'를 이루어낸 인물이다.
[사진 = 강수일 K리그 통산 기록 (C) 프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kleague.com)]
아쉬운 것은 K리그 번외 지명에서 국가 대표팀 선수로 도약했던 그의 입지전적인 노력보다는 그가 혼혈인 것을 주목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다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던(그나마 지금은 과거에 비하면 나아졌다.)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강수일을 흑인 혼혈 출신로 주목하는 분위기가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가 혼혈을 편견하는 사회적 문제점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강수일이 대표팀의 일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답게 지속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혼혈 및 다문화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쏠리기 쉽다. 이승우 활약에 의해 '겸손보다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여론은 유명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에 민감하다.
이제 앞으로의 관건은 강수일이 과연 슈틸리케호 황태자가 되느냐 여부다. 현실적으로 강수일의 대표팀 주전 진입은 쉽지 않다. 한국의 왼쪽 윙어는 손흥민과 염기훈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며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남태희와 이재성의 접전이 예상된다. 강수일은 이청용과 함께 오른쪽 윙어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이청용은 대표팀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다. 주요 선수 이탈이 잦은 대표팀 불안 요소를 떠올리면 이청용은 6월 A매치 2경기에 꼭 필요한 존재다. 과연 강수일이 6월 11일 UAE전, 6월 18일 미얀마전에서 출전할 기회를 얻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UAE전은 친선전이며 미얀마전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임을 감안해도 상대 팀의 전력이 낮다. 강수일 출전 전망이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
[사진 = 강수일은 국가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C)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kfa.or.kr)]
만약 강수일이 A매치에서 출전 기회를 얻으면 짧은 시간에 자신의 재능을 강렬하게 드러내는 임펙트가 필요하다. 그래야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얻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얼마전 K리그 클래식에서 주먹질 물의를 일으켰던 한교원 대체자로 대표팀에 입성했던 만큼 자신의 실력이 대표팀 레벨에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유럽파 제외가 예상되는' 2015 동아시아컵(8/1~8/9, 중국 개최)에서 대표팀에 승선할 자격을 얻기 쉽다. 그때는 지금에 비해 강수일 A매치 출전 기회가 넉넉할 것으로 보인다. 강수일 경기력이 꾸준히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K리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국내파들의 기량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정협과 이재성이 슈틸리케호 황태자로 찬사 받으며 대표팀에 필요한 인재가 됐다. 두 선수는 불과 1년 전까지는 사람들에게 익숙했던 축구 선수들이 아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의 등장이 두 선수의 축구 인생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켰다. 이정협과 이재성을 포함한 국내파 선수들에게 대표팀에 대한 동기부여를 자극했던 것이다. 지금은 강수일이 슈틸리케호 새로운 황태자로 떠오를지 기대하는 시선이 많아졌다. 이제는 강수일이 슈틸리케 감독 믿음에 보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