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는 '축구 천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입니다. 지난 시즌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과정에서 각각 31골과 8골로 두 대회 동시 득점왕에 오르며 그해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24세에 불과한 호날두는 조지 베스트, 데니스 로, 에릭 칸토나 같은 맨유의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견될 만큼 팀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호날두의 체력입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지금까지 A매치 포함 159경기에 출장했고 맨유에서는 총 130경기를 뛰었습니다. 2006/07시즌 53경기, 2007/08시즌 48경기, 그리고 올 시즌에는 시즌 초반 부상 공백으로 결장했음에도 28경기를 소화하며 소속팀이 소화하는 거의 매 경기마다 꾸준한 출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호날두의 전성시대가 2006/07시즌 부터 꽃을 피웠다는 점에서 그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호날두의 활약에 지구촌 축구팬들은 그의 현란한 개인기와 득점력에 찬사를 보내며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10대 중반 스포르팅 리스본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던 시절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게 믿을까요? 만약 호날두의 심장 상태가 악화 일로에 놓였다면, 어쩌면 우리는 호날두의 매직 드리블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하더라도, 국내외에서는 그에게 장애가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호날두의 어머니인 돌로레스 아베이로는 지난 29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호날두가 심장 질환으로 고생했던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호날두는 15세였던 스포르팅 리스본 유스팀 시절 의사로부터 심장 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아베이로는 "내 아들의 심장 박동이 이상해서 뛰는 것 조차 지장을 느낄 정도여서 결국 병원에 가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호날두는 병원 진단 결과 심장 박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베이로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레이져 수술이 계속되었다. 아들이 축구를 접어야 할지 몰라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고 그는 훈련에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정작 아들은 걱정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무서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이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그는 축구 선수를 그만두거나 생명에 지장을 느꼈을 것입니다.
호날두는 15세의 나이에 심장 박동 이상에 따른 질환으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술이 더 늦어져 지금까지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었다면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을지 모를 일입니다. 200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져 사망했던 카메룬 출신 미드필더 비비앙 푀, 2007년 8월 경기 도중 심장 마비로 사망했던 세비야 수비수 안토니오 푸에르타처럼 말입니다. 심지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의 주인공이었던 릴리앙 튀랑은 지난해 여름 심장 이상으로 전격 은퇴를 선언했죠. 어머니의 현명한 판단이 호날두를 살렸던 겁니다.
공교롭게도 호날두와 더불어 '세계적인 축구천재'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카카(AC밀란)도 어린 시절 장애를 이겨냈던 대표 주자들입니다. 메시는 11세때 성장 호르몬 결핍 판정을 받아 키가 많이 자라지 못했고 현재 그의 키는 169cm에 불과합니다. 카카는 18세때 수영장 바닥에 목을 부딪치는 바람에 척추 부상을 입으며 전신마비 위기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그는 1년 동안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재활훈련에 매진한 끝에 극적으로 회복하여 다시 일어섰습니다.
1950~60년대 펠레와 더불어 브라질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가린샤는 어렸을 적 소아마비로 고생했던 선수입니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6cm나 짧은데다 오른쪽 다리는 안으로 굽은 상태여서, 의사로 부터 '걸을 수 없다'는 진단까지 받았을 정도였죠. 하지만 그는 성공적인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장애를 극복하고 그라운드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현란한 드리블을 과시하며 브라질 축구의 전성기를 주도했습니다.
한때 이영표와 함께 토트넘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네덜란드 '싸움닭' 애드가 다비즈는 1999년 녹내장 수술을 받았던 선수입니다. FIFA로 부터 특수 제작된 고글 착용을 허락받아 안경끼고 경기에 임했죠. 검은색 고글 안경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습니다.
국내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인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대표적인 평발 선수로 유명하며 김은중(FC서울, 강원 이적 예정) 곽태휘(전남) 곽희주(수원)는 외눈잡이 선수들입니다. 오장은(울산)은 어렸을적 불의의 사고로 왼쪽 엄지와 집게 발가락을 거의 잃었습니다.
장애를 이겨낸 선수들은 축구 뿐만이 아닙니다.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어릴 적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AD)'를 겪었고 세계적인 사이클 선수인 랜스 암스트롱(미국)은 한때 고환암 말기 환자였습니다. 국내에서 얼짱 수영 선수로 유명한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김지은은 어릴 적 뇌병변 때문에 걷는 것 조차 힘들 정도로 고생했었죠.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스포츠 스타로서 명성을 떨치는 이들의 성공이 대단할 뿐입니다.
p.s : 호날두는 포르투갈 본토에서 약 1000km 떨어진 마데이라 섬에서 농사꾼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빌려, 로널드(Ronald)의 포르투갈식 발음인 호날두(Ronaldo)로 지었죠. 호날두는 극도로 가난한 섬마을과 집안에서 성장한 어려움이 있었고, 15세가 되던 해 심장 박동 이상으로 수술까지 받았지만 자신의 악조건을 이기고 축구에 전념한 끝에 오늘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