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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베컴-라르손, '닮은 꼴, 다른 행보'


닮은 것 처럼 보여도 다른 선수들입니다. 데이비드 베컴(34, AC밀란)과 헨리크 라르손(38, 헬싱보리 IF)이 바로 그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두 선수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유럽 명문클럽에 단기 임대 신분으로 뛰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라르손은 2007년 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보낸 10주 동안 13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지만 매 경기마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맨유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라르손이 투입된 13경기에서 맨유는 10승2무1패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었죠. 2007년 3월 7일 릴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는데 이 경기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여서 팬들의 열띤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맨유 팬들은 라르손의 빛나는 족적을 가리켜 그를 '임대의 전설'로 치켜 세웠죠. 

이러한 라르손의 진가를 최근 AC밀란에 3개월 임대된 베컴이 그대로 물려받고 있습니다. 베컴은 최근 4경기 연속 출전에 2경기 연속 골을 넣으며 완벽 적응을 알렸습니다. 그를 임대 영입한 AC밀란은 카카-호나우지뉴-알렉산더 파투 같은 브라질 선수들에 의존하는 공격력을 '베컴 효과'에 힘입어 다채로운 공격 루트를 그려가고 있으며 리그 선두 인터 밀란과 한때 10점 이상 벌어졌던 승점을 8점 차이로 좁혀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베컴이 AC밀란에서 꾸준한 오름세를 과시하여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면 라르손과 같은 '임대의 전설'로 불릴 것이며, 지금까지의 흐름을 볼 때 그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활약이 빛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20대 선수 못지 않은 열정으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젓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36세였던 라르손은 최전방 이곳 저곳을 활발히 뛰어 다니며 '루니-호날두' 같은 후배 선수들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올해 34세의 베컴은 중원에서 내뿜는 빠르고 적극적인 공격 침투로 카카 등에게 송곳같은 패스와 크로스를 연결하며 팀 득점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죠.

더욱이, 어떠한 적응 문제 없이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간 것 또한 칭찬할 수 있습니다. 라르손은 36세의 나이에도 불구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공격 템포에 적응하여 거의 매 경기마다 농익은 발재간, 효율적인 움직임, 그리고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노련미를 앞세워 상대 수비수들을 마음껏 유린했습니다. 베컴은 1년 6개월 동안 유럽 리그를 뛰지 않은데다 세리에A는 거칠기로 소문난 리그이기 때문에 실패 가능성도 어느 정도 짐작되었던게 사실입니다.

이들이 단기 임대 신분임에도 별도 적응 기간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국제 경기 참가와 여러 리그 경기 감각을 쌓으면서 실전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라르손은 스웨덴 대표팀의 골잡이 출신으로서 스웨덴,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스페인, 잉글랜드 리그에 뛰었고 베컴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잉글랜드,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리그에 몸을 담았죠.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자기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뛸 수 있었고 A매치 100회 출전자에 해당하는 센츄리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라르손 101경기, 베컴 107경기 출전)

하지만 이들이 임대로 뛰는 이유는 서로 다릅니다. 라르손은 2006년 12월 1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 "빅 클럽에 몸담게 되어 느낌이 매우 좋다. 나의 축구 인생에 매우 즐거운 일이 기록될 것이다"며 빅 클럽에서 뛸 수 있게 된 것 그 자체를 영광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해 여름 바르셀로나에서 헬싱보리로 이적하면서 빅 클럽 커리어가 끝난데다 당시 스웨덴 리그가 비시즌 중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 없이 맨유에 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라르손은 지난해 11월 실내하키 선수로 활약하는 등 비시즌 중에 '투잡' 행위를 즐겼습니다.

반면 베컴의 AC밀란행은 잉글랜드 대표팀 복귀 및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출전과 밀접합니다. 미국 리그의 비시즌이 길다보니 지난해 초 아스날 트레이닝 캠프에 합류하여 센츄리 클럽 가입 의지를 확고하게 다졌다면 올해초 AC밀란 임대는 대표팀 재합류로 월드컵 무대에 승선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그의 임대는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힘을 실어준 것이어서 눈길을 끌어 모았죠.

게다가 라르손은 임대 기간이 끝난뒤 팀에 계속 남아달라슨 맨유의 강력한 요구를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자신의 원 소속팀 헬싱보리로 다시 합류해야 하는 약속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련없이 맨유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베컴은 29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를 통해 "임대 기간이 끝나더라도 AC밀란에서 계속 뛰고 싶다. 미국은 유럽에서 경기했던 것과 다른데다 생활 자체에 대한 좌절감까지 느꼈다"며 미국 생활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여 팀에 남기를 원했습니다.

베컴이 AC밀란에 잔류하기를 바라는 또 하나의 이유 또한 잉글랜드 대표팀 입니다. AC밀란에서의 맹활약은 잉글랜드 대표팀 입지와 직결되는 것이어서 '임대를 주선한' 카펠로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잉글랜드 대표팀 합류와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위해서라면 꾸준히 실전 감각을 키워야했기 때문에 비시즌이 많은 LA갤럭시보다는 유럽 빅 클럽인 AC밀란이 자신의 코드에 적합했던 것이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선수 모두 단기 임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에게 번쩍이는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라르손은 여전히 우리들에게 '임대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으며 베컴은 그에 걸맞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죠. 최근 베컴이 단기 임대 신분이면서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것은 팬들에게 축구의 짜릿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라르손의 맨유 시절 활약상을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베컴의 진로 입니다. 베컴의 AC밀란 이적 여부 권한은 원 소속팀 LA갤럭시과 쥐고 있지만, 그가 라르손처럼 임대 기간 만료 후 '임대의 전설'로 남으며 미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AC밀란에 완전 이적하여 남아공 월드컵 출전에 대한 열망을 키울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

By.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