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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오랜만에 뛴 박지성, 역시 '맨유 히든카드'


'이래도 박지성이 맨유 주전에서 밀렸나?'

최근 햄스트링 부상을 이유로 2월 3일 에버튼전 출격이 예정됐던 박지성이 28일 새벽 더 호손스에서 열린 웨스트 브롬위치(이하 웨스트 브롬)와의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원정 경기에 '깜짝' 선발 출장했습니다. 지난 12일 첼시전 이후 4경기만에 출장했는데, 그동안 국내 여론에서 자신의 입지 논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은 와중에 선발 출격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의미를 더했는데요. 웨스트 브롬전서 풀타임 활약하여 팀의 5-0 승리를 공헌하며 맨유에 없어선 안될 '히든카드'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박지성, 그동안 왜 결장했나?

박지성은 최근 <일간 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햄스트링 부상은 와전된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20개팀의 부상 선수 명단을 알 수 있는 'physioroom.com'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지난 24일 맨유 부상자 명단에 자신의 명단을 포함시킨 것과 동시에 햄스트링 부상자로 분류했으며 복귀 날짜로 2월 3일로 예상했었죠. 지난 25일 토트넘전을 앞두고 잠시 무릎이 좋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죠. 23라운드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 팀들 중에서 가장 부상자가 많았던(박지성 포함 12명) 맨유가 토트넘전에서 '박지성 결장'이라는 용단을 내렸던 것은 선수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배려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기할만한 것은, 맨유 구단측의 반응이었는데요. 맨유 언론 담당관 캐런 숏볼트는 지난 21일 국내 축구 전문 언론사인 <스포탈 코리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많은 경기를 소화한 박지성에게 푹 쉴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박지성이 결장했던 이유는 단순한 체력 안배 차원이었을 뿐입니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시즌 후반에 박지성을 적극 중용하겠다는 의미로 바라볼 수 있죠. 이미 박지성은 첼시, 아스날, FC 바르셀로나, AS로마 같은 유럽 강팀들을 상대로 맹활약을 펼쳐 '강팀용 카드'로 거듭났는데 이를 '여우같은' 퍼거슨 감독이 모를리 없습니다. 시즌 후반에는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칼링컵 결승전 같은 '우승과 직결되는' 중요한 경기들이 몰렸기 때문에 박지성의 활용 가치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칼링컵과 FA컵,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및 하위권팀들과의 경기가 몰린 1월 이 시기에 박지성이 많은 경기에 무리하게 투입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최근 박지성이 ´지나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우려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동안 체력 소모와 잠재적 부상 위험성이 많았던 그가 1월에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던 것은, '시즌 후반'을 바라볼 때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을지 모릅니다. 그가 현 시점에서 무리한 출장을 거듭하면 시즌 후반에 '테베즈가 지난 시즌에 겪었던 것 처럼' 체력과 컨디션 저하로 제 기량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죠.

결국, '박지성이 주전에서 밀렸다', '퍼거슨에게 버림받았다'는 식의 비방성과 비건설적으로 가득찬 일부 여론의 주장은 '박지성 깜짝 선발 출장과 맞물려'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웨스트 브롬전에 출장한 박지성, 효율적 움직임 돋보였다

4경기 만에 출장한 박지성은 이날 웨스트 브롬전에서 자신이 왜 맨유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습니다. 소위 말하면 '그명성 그대로'였죠. 헌신적인 움직임, 탁월한 수비 가담, 끊임없는 빈 공간 창출로 팀의 5-0 대승에 기여했습니다.

맨유는 이날 '베르바토프-테베즈' 투톱을 축으로 그 아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마이클 캐릭, 박지성의 허리를 구축한 4-4-2 전형을 구사했습니다. 박지성은 주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며 호날두-베르바토프-테베즈의 공격력을 도왔고 상황에 따라 최전방 정면 빈 공간까지 파고들며 팀 공격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날 박지성의 움직임은 지난 첼시전에 비하면 평범했습니다. 호날두와 유기적인 스위칭 기회가 많지 않아 주로 오른쪽에서만 활약했고 최근 4경기 연속 결장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졌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경우가 간혹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팀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거나 스스로 기회를 창출하는 등 전체적인 움직임은 효율적이었습니다. 전반 1분과 14분, 19분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베르바토프의 골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등 '기선 제압'에 성공했습니다.

전반 39분과 43분에는 카드제조기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켰습니다. 39분에는 웨스트 브롬 주장 로빈슨과 서로 태클로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허벅지 옆구리쪽을 심하게 가격당했고 4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 돌파 과정에서 코렌에게 거친 파울을 당했는데, 두 선수는 주심에게 각각 퇴장과 경고 카드를 받으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박지성의 파울 유도성 플레이는 경기의 흐름을 판가름하는 결정타로 작용했죠. 웨스트 브롬은 '박지성에게 거친 파울을 범한' 두 선수의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의기소침에 빠졌고 1-0으로 앞섰던 맨유는 전반 44분부터 후반 28분까지 4골을 몰아 넣으며 5-0 승리를 거뒀습니다.

자신의 체력을 조절할 줄 아는 박지성의 경기력 또한 돋보였습니다.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부터 패스 위주의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갔는데 후반 33분과 39분 오른쪽 측면 돌파를 제외하면 팀 공격을 창출하는 모습이 적었죠. 그동안 4경기를 뛰지 않은데다 경기 분위기가 맨유의 승리쪽으로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는 자신의 경기력이 효율적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4경기 결장에 대한 부담은 박지성의 발을 묶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장점 만큼은 효율적으로 구사했기 때문에 맨유의 히든카드로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특유의 헌신적이면서도 효율적인 팀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열어준 그의 경기력은 화려한 개인 플에이를 자랑하는 호날두, 테베즈, 베르바토프 같은 팀 내 공격 자원과는 또 다른 경쟁력으로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박지성은 웨스트 브롬전에서 깜짝 선발 출장하여 퍼거슨 감독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번 경기 활약은 '쓰러지더라도 무릎 꿇지 않겠다'는 자신의 신념을 상징하는 것 처럼, 자신을 괴롭혔던 입지 논란을 잠재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박지성의 효율적인 활약에 시즌 후반 맹활약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